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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칼럼

강학종 / 약속 믿고 일곱째 날을 기다리는 믿음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3.10.01|조회수35 목록 댓글 0

약속 믿고 일곱째 날을 기다리는 믿음

강학종 / 하늘교회 목사

이스라엘이 여리고성을 맴돌았다.
그것이 여리고성을 무너뜨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납득은 안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문제로 토론을 벌이지는 않았다.

부교역자 시절, 남편이 예수를 믿지 않는 집에 심방을 간 적이 있다.
예배를 마치고 다과를 나누는 중에 남편 얘기가 나왔다.
“남편이 교회에 출석만 안 하지, 마음으로는 다 믿어요. 제가 주일 아침에 조금만 늑장을 부리면 왜 빨리 안 가느냐고 채근하거든요. 그게 다 마음으로는 믿는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남편이 신자로 인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인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이 맞다면 이스라엘도 여리고성을 마음으로 도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누군가 종려나무 그늘에 앉아서 성을 맴도는 사람들을 칭찬만 하면 그 사람도 같이 성을 맴돈 사람이 된다.

믿음에 대해서 이런 식의 오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믿음을 마음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교회까지 졸업해버린 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중에 집 바로 옆에 교회가 있어서 주일마다 찬송 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했다.
“야! 그러면 소리만 듣지 말고 교회에 가야 할 거 아냐?”
그 청년의 답이 가관이었다.
“몸은 집에 있어도 마음은 항상 교회에 있어요. 찬송 소리가 들릴 때마다 교회 생각하거든요.”
“야, 그럼 말이다. 다음부터는 마음은 집에 두더라도 몸은 꼭 교회 가라.”

밥을 마음으로 먹거나 영화를 마음으로 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다.
세상에서는 마음이 전 인격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마음으로 존경한다”라고 하면 전 인격으로 존경한다는 뜻이다.
마음으로 복종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최소한의 성의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아만이 나병 때문에 엘리사를 찾아온다.
이때 엘리사는 요단강에 일곱 번 몸을 씻으라고 했다.
그 얘기에 나아만이 노를 발하며 돌아가려고 했지만 종들이 만류한다.
그보다 더 힘든 일이라도 했을 텐데 그 정도를 못할 까닭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조언을 들은 나아만이 요단강에 일곱 번 씻자, 문둥병이 나았다.

잠깐 성경에 없는 상상을 해보자.
그때 나아만이 어떤 마음이었을까?
보나마나 “이 늙은이, 내가 몸을 씻기는 한다만 낫지만 않아봐라. 국물도 없다!”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럼 문둥병은 어떻게 나았을까?
한 번 씻자 고름이 멈추고, 두 번 씻자 진물이 마르고, 세 번 씻자 헌 데가 아물고, 네 번 씻자 새 살이 돋고… 하는 식으로 나았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여섯 번째까지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일곱 번 몸을 씻자, 그때 나았을 것이다.
그러면 여섯 번 씻을 때까지 나아만은 불만으로 가득했을 수밖에 없다.

같은 일이 여리고성에서는 없었을까?
엘리사가 나아만에게 요단강에 일곱 번 몸을 씻으라고 한 것처럼 하나님도 칠 일 동안 성을 돌라고 하셨다.
하루에 한 바퀴씩 돌고 칠 일째 일곱 바퀴를 돌면 성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전부 “아멘!” 하는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성을 한 바퀴 돌자 하늘에서 천둥 벼락이 치고, 두 바퀴 돌자 성벽이 흔들리고, 세 바퀴 돌자 성벽에 조금씩 금이 가고, 네 바퀴 돌자 벽돌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다.
여섯 바퀴를 돌 때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그때 이스라엘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흘이나 나흘쯤 지나면서부터 슬슬 불평하는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명심하자.
믿음은 중간 결산하는 것이 아니다.
나아만이 여섯 번 몸을 씻고는 아무런 차도가 없는 것에 실망해서 포기했다면 처음부터 안 씻은 것과 똑같게 된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여섯 째 날까지 아무런 조짐이 안 보였지만 하나님의 역사는 그런 것에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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