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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칼럼

강학종 / 세상을 사는 이유가 고작 ‘죽지 못해’라고?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3.12.01|조회수44 목록 댓글 0

세상을 사는 이유가 고작 ‘죽지 못해’라고?

강학종 / 하늘교회 목사

유대인들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솔로몬이었다고 한다.
솔로몬의 지혜는 동쪽 모든 사람의 지혜와 애굽의 모든 지혜보다 뛰어났다.
초목에 대해서 말하자면 레바논 백향목부터 담에 나는 우슬초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고 짐승과 새와 기어 다니는 것과 물고기에 대해서도 물론이었다.
이런 솔로몬이 잠언 삼천 가지를 말했고 노래 일천다섯 편을 지었는데 유일하게 전해지는 노래가 <아가>다.

<아가>는 ‘아름다운 노래(雅歌)’라는 뜻이다.
원문 그대로 옮기면 ‘노래들 중의 노래’가 된다.
영어성경에는 The Song of songs라고 되어 있다.
‘만왕의 왕’, ‘만주의 주’와 같은 표현이다.

전도서도 솔로몬이 썼다.
흔히 솔로몬이 젊은 시절에 <아가>를 쓰고, 인생 만년에 전도서를 썼을 것이라고 한다.
충분히 설득력 있다.
그런데 성경에 배열된 순서는 다르다.
전도서가 먼저 나온다.
전도서를 통해서 인생의 허무함을 얘기한 솔로몬이 <아가>를 통해서 사랑만이 가치가 있다고 얘기하는 셈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헛되다.
흔히 유원지에 놀러 가면 남는 것이 사진뿐이라고 하는데 이 세상에서만 통하는 말이다.
오직 하나님을 사랑한 것만 영원히 남는다.
그런 법이 어디 있는가 하면, 하나님이 영원히 이 세상 주인이고 우리가 그 분의 피조물이어서 그렇다.

이솝 우화에 여우와 신 포도 얘기가 있다.
누군가 그 우화를 살짝 비틀었다.
어떤 여우가 마침내 포도를 따먹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맛이 시었다.
그렇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얘기할 수는 없다.
모든 여우가 앞을 다퉈서 포도 맛을 물어보는데 솔직하게 답을 하면 그동안 기울인 자기 노고가 무색하게 된다.
시치미를 떼고 지금까지 먹어본 포도 중에 최고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들은 여우들은 전부 부러워하며 높이 달린 포도 가지를 향해서 이전보다 더 열심히 높이뛰기를 했다.
그중에 또 한 마리가 성공하면 그도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어느 집이나 애가 고 3이면 부쩍 신경을 쓴다.
주변에 기도 부탁도 한다.
안 하던 새벽 기도도 한다.
시험을 잘 봐야 좋은 대학 가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그래야 좋은 사람 만나서 번듯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인생의 성패가 거기에 달린 것 같다.

김난도 교수가 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대학 3학년 때 학과 동아리에서 학술제를 하느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선배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인터뷰 대상은 부장 판사였다.
대학 재학 중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연수를 마쳐서 누구나 인정하는 대법관 후보 1순위였다.
전국 모든 법학과 학생들의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부장 판사도 모처럼 후배들이 찾아오니 반가웠을 것이다.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한 다음에 같이 식사를 했고, 맥줏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분위기가 조금은 편해졌다.
한 학생이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판사님은 왜 사세요?”
조금은 도발적인 질문에 잠시 조용해졌고, 모두의 눈이 부장 판사를 향했다.
어떤 답이 나올지 전부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의 입에서 엉뚱한 답이 나왔다.
“죽지 못해 사는 거지, 뭐”
자조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고 비장한 것도 아니고 비아냥조도 아닌, 어쩌면 그 모든 것이 담긴 듯한 말투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망받는 인생을 구가하는 사람이 세상을 사는 이유가 고작 ‘죽지 못해’라는 것이다.
그 부장 판사를 인터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한테는 이렇게 자랑스러운 선배가 있다. 우리가 마땅히 본받을 만한 선배다.”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죽지 못해 산다면 그 사람을 목표로 아등바등 애쓰는 사람들은 뭐란 말인가?

이것이 사람들이 세상을 사는 모습이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할 가치가 없다.
그런데도 기를 쓰고 세상에서 행복을 찾는다.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위치에 오른 사람도 허무를 얘기하는데, 그 허무한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전부 기를 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데 보내야 할 숱한 시간들을 헛된 일로 탕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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