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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칼럼

강학종 /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3.12.20|조회수31 목록 댓글 0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

강학종 / 하늘교회 목사

같이 가자는 솔로몬의 간청이 반복되자, 술람미 여인이 반응한다.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아달라는 것이다.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아가 2:15)
여우가 원문에는 복수로 되어 있다.
포도원에 꽃이 피었는데 여우들이 상하게 하는 모양이다.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을 떠난 다음에 다시 포도원지기로 돌아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우가 왜 나올까?
솔로몬이 함께 가자고 했는데 그 말에는 응하지 않은 채 여우 타령을 한다.
그것도 ‘우리를 위하여’라고 했다.
여우를 잡는 것이 자신을 위한 일만이 아니라 솔로몬을 위한 일이기도 한 모양이다.

어떤 사람이 있다.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교회에 발을 끊었다.
목사가 몇몇 교인과 함께 찾아갔다.
처음에는 대꾸도 안 하더니 계속 권면하자, 말을 꺼낸다.
예전에 하던 장사를 시작했는데 주일에 쉬면 매상이 떨어진다면서 주일에 쉬는 만큼 평일 매상이 오르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뭐라고 해야 할까?
거기에 한마디 더 보탠다.
“그렇게 해서 제가 다시 교회 나가면 주님도 좋고 저도 좋고, 둘 다 좋잖아요.”

술람미 여인은 본래 포도원지기였다.
그러다가 솔로몬을 따라나섰다.
그런데 이제 와서 포도원을 핑계 대는 것이 무슨 경우일까?
설령 포도원을 돌봐야 한다고 하자.
그러면 작은 여우들을 잡아야 하는 것이 누구 책임일까?

술람미 여인이 잡아달라고 부탁한 것은 작은 여우들이다.
아닌 게 아니라 별 사소한 문제를 주님께 떠넘기는 사람들이 있다.
주일에 골프 약속 안 생기게 기도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있다.
약속이 생기면 주님 탓이다.

이런 핑계가 참 다양하다.
자기는 신경 안 쓰고 가만히 있을 테니 저절로 신앙생활이 되게 해달라는 격이다.
자기가 신앙에 열심 내지 않는 것이 마치 하나님 책임인 양 얘기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 하시리라”라는 말씀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우리로 하여금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다.

우리 생각은 다르다.
세상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면 왜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지 않겠는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할 마음은 항상 있는데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이 좋은 말씀이기는 하지만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는 좋은 말씀도 현실로 누리지 못한다.

오래전에 찬양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찬양 인도자가 중간에 말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하는 모든 기도를 다 듣고 계십니다.”
회중의 “아멘!” 소리가 무척 컸다.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하나님이 우리가 하는 모든 기도를 다 듣고 계시다는 얘기가 그 기도가 언젠가 다 이루어진다는 뜻일까? 혹시 우리가 얼마나 쓸데없는 것을 구하는지 다 알고 계시다는 뜻은 아닐까?”

우리가 믿는 도리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 <소요리문답>이다.
1번이 특히 유명하다.
“사람의 제일 된 목적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입니다”라고 답변되어 있다.
98번이 “기도란 무엇입니까?”이다.
그 답이 이렇다.
“기도란 하나님의 뜻에 맞는 것들에 관하여 하나님께 우리의 원함을 드리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우리의 죄를 고백하고, 그의 자비를 감사하며 인정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신비한 방법이 아니다.
포도원이 아무리 망가져도 여우는 자기가 잡아야 한다.
하나님이 여우 잡을 힘은 주실지언정 여우를 대신 잡아주시지는 않는다.
로또 당첨되면 10억 헌금하겠다는 기도가 쓸데없는 것처럼 여우를 다 잡아주면 주님을 따라가겠다는 기도도 쓸데없다.
더구나 여우를 잡아주는 것이 주님을 위한 일이라는 궤변에 주님은 절대 속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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