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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칼럼

그들은 왜 교회를 떠도는가

작성자경아네|작성시간10.12.23|조회수12 목록 댓글 0

 

그들은 왜 교회를 떠도는가?

 

 

 

A(21)씨는 교회 ‘편력’이 심하다. 크고 이름 있는 교회는 다 찾아다닌다. 얼마 전 경기도 수원의 한 교회에 등록했지만, 새신자교육 2주차 때 다시 이 교회를 떠났다. A씨는 “예배 분위기가 잘 맞지 않았고, 성도들 간 교제 방식도 내 스타일이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모태신앙인 B(26·여)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교회 출석률이 뚝 떨어졌다. 바쁜 일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회를 안 나가더라도 딱히 아쉬움을 못 느끼겠다고 했다. “교회가 마음의 고향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막상 가보면 고리타분하고, 소속감도 안 느껴지고, 제자훈련 등 여러 프로그램도 부담되고…. 지금을 그냥 ‘자체 방학’으로 정하고 혼자 기도하고 지내요.”

 

이른바 ‘가나안 성도’라 불리는 이들이다. 가나안 성도는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은 지니고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을 찾아 다녔듯 ‘새로운’ 교회를 찾아 떠도는 이들을 뜻한다. 한국교회의 ‘잠재적 우군’이면서 동시에 ‘위험 요인’이고, 현실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회 울타리를 벗어나 영적 방황을 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고, 교회 스스로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나안 성도’ 누구인가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지난 6월부터 5개월 정도 가나안 성도 18명을 심층 면접한 내용을 보면, 대부분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점차 신앙과 교회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 이들이다. 같은 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의 교회개척 부흥기 세대가 자신의 신앙고백에 의해 교회로 유입된 사람들이라면, 90년대 이후의 새로운 세대는 부모로부터 신앙을 몸으로 배우고 익힌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끝없는 신앙 내적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데, 가나안 성도는 바로 이 세대의 성장에서 파생된 또 다른 측면”이라고 분석했다.

 

가나안 성도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주위에서 교회 이탈자들을 종종 볼 수 있는 만큼, 적지 않은 수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원규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저서 ‘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에서 2004년 한국갤럽의 조사를 분석, “개신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한 숫자가 198만명, 개신교인에서 무종교인이 된 숫자가 56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기독교를 믿다가 교회를 떠난 인구가 무려 758만명에 이른다”며 “특히 교회를 이탈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남성, 젊은 층, 높은 교육수준의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2005년 ‘한국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독교인 중 11.6%가 스스로 신자라고 여기면서도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고 있다. 이 조사에서 성도들의 교회 이전 경험률은 5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떠나는가?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떠도는 이유 중 하나로 신앙의 개인주의화를 들 수 있다. 바쁜 삶 속에서 굳이 교회라는 틀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신앙을 지켜 갈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는 교회에서 요구하는 신앙생활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극적인 변화나 회심의 경험 없이 동행적 신앙생활을 하며 성장한 이들에게 ‘구원의 확신’이라는 질문마저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교회가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C(29)씨는 “심적 상처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교회를 나가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돌아봐 주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준 조사를 보면 기독교인이면서도 교회를 나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38.0%가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했고, ‘건강이 좋지 않아서’(9.5%) ‘교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해서’(9.5%) ‘교인들이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어서’(7.8%) ‘목사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어서’(6.0%) 등이 뒤를 이었다.

 

◇교회가 상처를 보듬어야

 

많은 ‘영적 노숙자’의 존재는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교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교회 밖에서는 비기독교인들이 교회를 비판하고 조롱하고, 교회 안에서는 많은 성도, 특히 젊은이들이 교회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상처받고 다른 교회를 향해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는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되는 데 대한 반작용”이라며 “섣불리 교화하거나 제도권으로 흡수하려고 하기보다 그들의 영적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기성 교회가 수용함으로써 교회를 갱신하고자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주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세미나에 참석한 김형국 나들목교회 목사는 “교회 공동체 내에서 젊은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을 교회의 내일로 여겨 줄기차게 대안적 실험을 해야 한다”며 “이미 익숙해진 종교적 형식과 문화적 틀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강요하면 그들은 교회 공동체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교회 밖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교회 안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려면 교회가 새로워지는 길밖에 없다”며 “특히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인격적 감화를 줄 수 있는 영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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