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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지를 내게 주소서.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2.03.26|조회수38 목록 댓글 0

저 산지를 내게 주소서.

1.
탈북민들의 자립을 위해 오래 전에 공장을 세웠었습니다.
당시 탈북민들을 고용하던 공장들이 있었는데 그 때 탈북민들의 평균 월급은 60 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공장 사장에게 어떤 60만 원을 월급으로 주느냐고 항의하듯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탈북민들이 일을 잘 할 줄 모릅니다’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2.
사회주의하에서 사는 사람은 제도적으로 열심히 일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열심히 하나 마다 똑같은 대우를 받으니까요. 그것이 사회주의의 최대의 문제점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산업이 거의 무너져 공장에 출근해 봐야 부지런히 할 일감도 없었기 때문에 탈북민들은 그런 습성이 있어서 남한 공장에서도 열심히 일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겁니다.

3.
탈북민들에게 한 달에 어느 정도 월급을 받고 싶은가를 설문조사 해 봤었습니다. 평균 100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일 잘 할 줄 모르는 탈북민들에게 100만 원 월급 줄 공장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저들에게 100만 원 월급 줄 수 있는 공장을 우리가 세우게 해 주세요’

4.
박스 공장을 세우고 한 달에 124만 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탈북민들을 모았습니다. 124만 원이면 저들이 당시 받던 월급의 두 배나 되는 돈인데도, 저들이 희망한다고 대답해 준 100만 원보다도 제법 더 많이 주는 월급인데도 사람들은 잘 오질 않았습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탈북민들이 직장이 없으면 정부에서 매달 6-70만 원 정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그 보조금을 받고 정식으로 취직하지 않고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간간히 하면 한 달에 12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는데 뭐하러 공장에 취직하여 힘들게 일하고 묶이겠느냐는 것이 저들이 갖고 있는 당시의 생각이었습니다.

5.
그런데 제가 저들을 이 말 한디로 공장에 오게 하였습니다.

‘그건 얻어 먹는 거고 이건 벌어 먹느거야.’
‘그리고 그건 거기가 끝이고, 이건 여기가 시작인거야’
‘선택은 너희가 해’

북한 사람들은 자존심이 되게 강한 사람들입니다. 저들의 자존심을 건들인거지요.

‘벌어 먹을래? 얻어 먹을래?’

6.
공장 일은 정말 애들 말로 빡셌습니다.
신문기자가 우리 직원들에게 인터뷰한 것이 신문에 나왔었습니다.
그 기사 타이틀이 재미 있었습니다.

‘남한 공장은 전기도 안 나가요’

공장일이 힘들다는 걸 탈북민들이 저렿게 표현한 겁니다.

북한의 전기 사정은 정말 형편 없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정전이 됩니다.
어쩌다 끊기는 정도가 아니라 어쩌다 들어온다고 농담을 할 정도입니다.
그러니 공장에 나가봐야 하루 종일 어영부영 시간 때우다가 집에 오는게 일상인데
남한 공장에 와보니 전기가 한 번도 안 나가니 그 빡센 일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았던 거겠지요.

그렇게해서 저들은 우리 공장에서 남한에서 살아가는 생존력을 키워갔었습니다.

7.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
성경의 말씀입니다.
일하기 싫어서 일 안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하고 싶어도 일 할 자리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이 관심을 가졌던 노숙자, 쪽방촌 사람들, 탈북민 그리고 아프리카 말라위 그물리라 마을 사람들....

8.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성공한 사업보다 실패한 사업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고, 만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은 실패해서 없어지는 돈은 어차피 저들에게 주어야 할 사회적인 돈들이다.
그 돈을 줄 때 일 자리를 만들어주고 수고한 댓가를 지불해서 저들을 돕는 것이 훨씬 더 발전적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9.
물론 긴급구제와 같은 그냥 나눠주어야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와 같은 사역들이 기본적으로 사회에 정착이 되어야만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최일도 목사가 하고 있는 밥퍼 사역이 그 대표적인 일입니다.
최일도 목사의 다일공동체와 우리 에스겔이 콜라보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잠간 말씀드렸지만 네팔 다일공동체에 1억 원을 지원하여 빵공장과 빵기술학교를 건립하여 빵퍼 사역을 담당하는 동시에 기술학교에서 배출된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빵가레를 프랜차이즈 식으로 만들어주어 자립하게 해 보는 사업입니다.

10
모든 게 생각처럼 쉽지 만은 않습니다.
이제껏도 그랬지만 성공확률보다 실패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도전해야 그 성공의 확률도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사업의 성공만이 성공은 아니지 않습니까?

11.
은퇴하고 암도 걸려서 인생 이젠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제껏 했던 모든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을 다 동원해서 도전할 새로운 일꺼리를 또 주시니
이게 뭔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또 다시 심장이 뛰고 흥분이 됩니다.
제게도 갈렙의 피가 있나 봅니다.
하나님께 저도 갈렙처럼
‘저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기도해야 할까 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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