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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애 교수님 장례식의 조사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2.06.21|조회수42 목록 댓글 0

주선애 교수님 장례식의 조사

내일 사랑하는 주선애 교수님 장례식의 조사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조사가 써지지 않았습니다. 축사를 썼습니다. 내일 조사를 낭독할 시간에 읽을 축사입니다. 저는 beatiful landing을 꿈꾸며 사는데 세상에 우리 선생님은 fantastic landing을 하셨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그런 죽음 앞에서 조사를 낭독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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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선생님 저 동호입니다.
선생님 장례식에 조사를 부탁받았습니다.
아무리 책상에 앉아 애를 써 봐도 조사가 써지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엉뚱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은데 제가 선생님의 장례식장에서 하고 싶은 건 조사가 아니라 축사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는데 참 불경스럽게도 전 슬프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기쁩니다. 말도 못하게 기쁩니다.

선생님은 아직도 저를 ‘동호’ ‘동호’ 부르시지만, 그게 말도 못하게 정겹게 느껴지지만, 선생님 저도 70이 넘었답니다. 그런데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른의 죽음 앞에서 슬픔이 아닌 기쁨을 느껴 본 것은 아마 70 평생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극한의 슬픔을 초극한의 기쁨과 감사가 밀어낸 것 같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죽음이 기쁩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리고 얼마나 자랑스럽고 부러운지 모릅니다. 선생님처럼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선생님 저도 늘 죽음을 꿈꾸며 삽니다. 제가 꿈꾸고 욕심내는 죽음은 beatiful landing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죽음은 그것을 뛰어넘은 fantastic landing입니다.

동호가 하는 선교회 사무실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지난 금요일 저희 사무실에 오시기로 약속하셨지요?
그러다가 넘어지셔서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오시질 못해 우리들이 그날 오후 선생님 병문안을 갔었지요?
많이 걱정하며 갔었는데 선생님 너무 멀쩡하셔서 얼마나 감사했는데요.

잡아주시는 손에 힘이 느껴져 제가 속으로 ‘우리 할머니 돌아가시려면 아직도 멀었네’ 했었답니다. 그런데 이틀도 지나지 않아 선생님이 하나님 나라로 가셨다는 부음을 들었습니다. 그 부음을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아- 하나님이 우리 사랑하는 선생님을 에녹처럼 데려가셨구나’였습니다. 그래서 기뻤습니다. 그래서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슬픔이 자리도 못 잡고 밀려났던 겁니다.

힘들어하지도 않으시고
괴로워하지도 않으시고
아파하지도 않으시고
그렇게 편하게 주무시듯 하나님께로 가셔서 선생님을 보내는 저희들에게는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의 죽음은 하나님의 훈장입니다. 훈장 중에도 최고의 훈장이십니다.
98년 평생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하나님께 충성을 다하신 선생님에 대한 하나님의 칭찬이고 축복이요 상급이십니다.

누구보다도 하나님의 마음을 잘 읽으셨던 선생님
하나님이 아파하시면 함께 아파하시고
하나님이 안타까워하시면 함께 안타까워하시고
하나님이 슬퍼하시면 함께 슬퍼하셨지요.
그 아파하시고, 안타까워하시고, 슬퍼하시는 모습이 진정이고 간절하셔서 지켜보는 우리 제자들도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게 하셨지요.
그래서 하나님의 기쁨도 늘 함께 하셨고 저희도 덩달아 그 기쁨을 맛볼 수 있었지요.

때문에 선생님은 90이 넘으셔서도 끊임없이 꿈꾸시고 일을 저지르시고 밀어붙이시고 결국 이루어내셨지요. 죽는 날까지 하나님이 신뢰하셔서 하나님의 일을 맡기시는 삶은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요? 선생님은 하나님의 신뢰만 받으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신뢰도 받으셨지요? 특히 우리 제자들의 깊은 신뢰와 존경을 받으셨지요?

선생님 행복하셨지요?
원 없이 사셨지요?
다윗처럼 선생님의 잔도 차고 넘치셨지요?
부족함이 없으셨지요?
삶도 그리 복되시더니 어쩜 죽음도 그렇게 복되십니까?
아름답습니다.
삶도 아름답고 죽음도 아름답습니다.
선생님의 삶도 부럽고 선생님의 죽음도 부럽습니다.

그런 근사한, 황홀한 죽음으로 우리를 떠나시니 슬퍼야 할 자리에 기쁨이 넘칩니다.
그러니 어떻게 제가 선생님의 죽음 앞에서 조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 축하합니다.
선생님의 그 복되고 아름답고 황홀한 죽음을 축하합니다.
열렬한 박수로 사랑하는 선생님을 하나님 나라로 보내드립니다.
선생님이 우리의 선생님이셔서 참 많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장례식장에서의 조사]
조사가 아니라 진짜 축사였는데...^^
정말로 축하 받으실 삶이었고
축하 받으실 죽음이었다.
축하 받으실 죽음은 축하 받으실 삶에 대한 하나님의 훈장이셨다.
(주선애 교수님 장례식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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