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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게 맛을 알어?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2.10.28|조회수34 목록 댓글 0

니들이 게 맛을 알어?

1.
높은 뜻 숭의교회 시절
탈북 청년들을 위해 교회 건물 1층에 커피숍을 만들었다.
Bliss & Bless
나를 만나러 오는 분들은 거의 다 1층 커피숍에서 만났다.
아이들 매상 올려주려고.
매일 커피를 마시게 되었지만 솔직히 그때까지도 난 커피 맛을 잘 몰랐다.
아이들이
산미
바디감
어쩌구 저쩌구해도 뭔 말인지 잘 몰랐다.

2.
암 환우들을 위한 사랑방을 만들었다.
좋은 소파 들여 놓고
아늑하고 예쁘게 인테리어도 하고
몸과 마음이 힘든 친구들에게
직접 내린 커피 한 잔 대접하고 싶어서
아내와 함께 바리스타 교육도 받았다.

3.
연습하느라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드립한다.
3년 가까이 되었다.
매일 정성껏 커피를 드립하고 맛을 보다보니
우리 아이들이 전에 이야기했던 소릴(산미, 바디감) 알게 되었다.
자아도취겠지만
웬만한 기계추출 커피보단 내 커피가 난 더 맛있다.
아내도 동의해 주었다.
식전에
식사하면서
식사 후에
조금 씩 음미하며 마신다.
행복하다.
드디어 나도 커피 맛을 알게 되었다.
그게 난 자랑(?)스럽다.

4.
난 평양냉면을 좋아한다.
우리 아버진 냉면 광이었다.
평북 분이시니까 당연한 이었을 것이다.
난 평양냉면 맛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닝닝
밍밍
남들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면
분위기상 좋아하는 척 했지만
솔직히
한 참 오랫동안 난 냉면 맛을 몰랐다.
그런데 이젠 안다.
내가 일부러 시간도 내고 차까지 타고 가서 먹으려고 하는 음식은 평양냉면 뿐이다.

5.
블리스 앤 블래스에서 일했던 우리 탈북아이들이 신문기자들하고 인터뷰하면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커피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아이들의 대답이 완전 코메디였다.
‘밥값보다 쓴 물’
몰랐는데 알게 되고 보니
그 맛이 사람을 죽인다^^

6.
평양냉면보다
쓴 커피보다 맛을 알기 어려웠던 것이 또 하나있다.
성경.
누군 송이 꿀보다 더 달다고 하는데
송이 꿀은 무슨?
수면제더구먼.
목사
성경바리스타가 되어
매일 말씀을 내리다보니
먼저 맛을 보다보니
이걸 어떻게 커피 맛하고 냉면 맛하고 비교할 수 있을까?

7.
커피 맛만 알아도
냉면 맛만 알아도
행복하다.
삶의 품질이 달라진다.
하물며 성경이랴?

8.
평생을 교회 다니면서도
예수 믿는다하면서도
예수 믿는 진짜 맛을 모르고
커피 맛이 아닌 설탕 맛에
육수 맛이 아닌 양념 맛에 길들여진 사람처럼
교회만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이 좀 많이 안타깝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 (시 34: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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