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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숨 속엔 내 친구의 목숨도 있다.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2.11.19|조회수37 목록 댓글 0

내 목숨 속엔 내 친구의 목숨도 있다.

1.
함석헌 선생의 ‘그대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에
‘탔던 배 꺼지는 순간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구절이 있다.

2.
내가 항암으로 바닥을 기고 있을 때
내 친구 한 놈이
하나님께 자기 목숨 떼어 나에게 주시라고 기도하였다.
목숨을 떼어 누구에게 준다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상에 부모보다 먼저 세상 떠나는 자녀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난 내 친구가 자기 목숨을 떼어 내게 준 것이 내 친구의 진심인 것을 안다.

3.
77년 10월
함석헌 선생의 그 시를 어느 목사님의 설교 중에 듣고
가슴이 뜨거워져 그 시를 베껴다가 카나다에 있던 그 친구에게 보내주었다.
시 맨 끝에
네가 있는 나는 행복이니라
내가 있는 너도 행복이니라
너와 내가 있는 이 세상도 행복이니라고 썼다.

결혼 한지 석 달 된 내 아내가 그때 그 편지를 보며
‘이 양반들 연애하네?’하며 웃었었다.

4.
내 친구 놈은 자기가 자기 목숨을 내게 떼어 주었기 때문에
내가 자기보다 오래 살꺼라고 확신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암이 세갠데...)
설령 내가 내 친구보다 먼저 죽는다고 하여도
내가 산 삶 속에는 내 사랑하는 친구의 목숨이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알 것이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내 목숨 속엔 내 친구의 목숨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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