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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 기분일 것 같다.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2.11.28|조회수41 목록 댓글 0

꼭 그 기분일 것 같다.

1.
높은뜻 숭의교회 시절
교회 청년들이 서울역 앞 쪽방을 섬겼었다.
처음엔 쪽방도배로 시작했었다.
5명이 한 조가 되어 5000원씩 회비를 걷어
0.6평, 0.7평짜리 쪽방을 도배해 주는 봉사였다.
토요일이 되면 남산 쪽방이 도배지와 풀통을 든 높은 뜻 교회 청년들로 들썩거렸었다.

2.
쪽방에는 부모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있었다.
소위 조손(祖孫)가정의 아이들이었다.
롯데월드 한 번 못 가보고
눈 썰매장 한 번 가 볼 수 없는 아이들로 어려서부터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우리 청년들이 그 아이들 한(?) 풀어주려고 롯데월드도 데리고 다니고, 겨울철 눈썰매장도 데리고 다녔었다. 학교를 다녀도 글도 잘 읽지 못하는 아이들을 청년들이 붙어서 과외하듯 가르치기도 하였었다.

할머니 손에서 자라던 세0이라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얼마 전 그 아이가 미국 뉴욕에 유학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죽고 싶으리만큼 기쁘고 신났었다.

3.
인도에서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과 아이 엄마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며 선교하는 선교사가 있었다. 너무 마음에 감동이 되어 떠나는 날 선교사에게 내 맘 바뀌기 전에 부탁할 것 있으면 하라고 이야기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버스를 한 대 사달라고 하였다.

아차 싶었다.^^
된통 걸렸구나 싶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갈 때 버스를 타야 하는데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이라고 태워주지를 않아서 매일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들어도 사줘야겠다 생각했다. 중고를 사줘도 된다고 했지만 이왕 힘든거 제일 좋은 옵션으로 사주어야겠다 마음 먹었다.

나는 중고차 타고 되지만
상처가 깊은 아이들 최고로 좋은 옵션의 차를 사주고 싶었다.
마치 옥합을 깬 여인과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이 새 차를 타고 활짝 웃으며 찍어 보낸 사진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4.
한국 교회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들을 파송한 교회란다.
파송은 열심히 하지만
선교사들에게 헌신과 희생과 충성은 요구하지만
저들의 아픔과 외로움과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살기 때문에 격어야 하는 많은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렇게 둔할 수가 없다.

지치고 이런 저런 상처를 받은 선교사들을 쉬게 해 주고 싶었다.
열 평 남짓되는 원룸 단칸방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북한 탈북청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선교하는 선교사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사모님은 암 말기로 투병 중이었는데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선교사님에게서 영어를 배우던 탈북 청년이 나에게 ‘우리 선교사님 휴가 좀 보내주세요’라고 sos를 보냈다. 선교사님의 열 평 원룸도 가보았다. 마음이 아팠다. 특히 말기 암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웃고 있는 사모님을 보니 내가 무슨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큰 빚을 진 사람 같은 마음이 들었다.

5.
제주도 10박 11일 휴가를 보내드렸다.
가이드를 붙여서
호텔 스위트룸을 잡아서
아이들도 원 없이 웃고 즐기라고
비용 아끼지 않고 지원해 드렸다.
700만 원 정도 비용이 들었다.
얼마나 좋아하고 기뻐하고 즐거워들 하시는지 그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후로 제법 많은 선교사님들 가정 휴가비를 모금하여 지원해 드렸었다.

6.
나는 올 여름 큰 부자인 우리 아내 친구의 별장에서 아들 부부와 아주 근사한 휴가를 보냈었다. 나는 선교회 대표다. 그런 근사한 별장에서 근사한 휴가를 보내면 우리 선교사들도 이런 곳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한다.

내일 우리 선교회 운영위원 목사와 사무장 목사가 속초에 선교사들이 휴가하며 쉴 수 있는 집을 알아보러 떠난다. 사려고 했는데 우리 선교회의 회계 업무를 코칭해주고 있는 회계사님으로부터 5년이 안 된 선교회가 재산을 취득하면 취득세가 엄청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셔서 우선 전세나 월세로 얻을까 생각 중이다. 그러다가 5년이 지나면 사야지.

7.
지금부터 인테리어를 생각하고 있다.
소파
침대
침구
식기
모든 것을 최고로 장만할 생각이다.
우리 집 식탁과 소파는 30년도 더 넘었다.
아이들은 자꾸 바꾸라고 하지만 별 욕심이 없다.
그렇지만
선교사님들을 위한 숙소의 가구나 식기나 침구는 최고로 장만할 작정이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눈물이 핑돌만큼
아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대접받고 있구나
위로받고 있구나를 느끼실 수 있게...

8.
어제부터 여수에 있는 중증장애인 교회에 장애인을 위한 특수장치가 되어 있는 12인 승 미니버스를 사드리려고 모금을 하고 있는 중이다. 목표는 7000만 원이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이왕 사드리는 거 제일 좋은 놈으로 사드리고 싶다. 옵션도 제일 좋은 놈으로...

어제 ktx타고 오면서 페이스 북에 글을 올렸는데 그 글을 보시고 그 교회를 사역하고 계시는 목사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오후예배를 마치고 차량운행을 마친 후 빌린차량을 돌려주고 나오는데 아내가 큰일이 났다며 송혁목사님(이번에 제가 집회를 했던 교회 담임목사)이 보낸 페이스북 내용을 봤냐고 물어 봅니다. 예배 전에 무음으로 했기에 못 봤다고 하니 빨리빨리 확인하라고 합니다.내용은 목사님께서 올린 페이스북 글이었습니다.이 글을 읽고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꾹꾹 참았습니다. 부끄럽고 송구하고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말씀하시는 대로 잘 살겠습니다.>

‘이미 잘살고 있잖아요? 하나님이 주시는 상이에요’라고 답을 해 드렸다.

9.
벌써 성질 급한 친구들이 2000만 원이나 보내주셨다.
오늘 상황 봐서(볼 것도 없다. 벌써 2000만 원인데 뭐) 목사님에게 계약하시라고 연락을 드려야겠다. 요즘 차 계약하면 출고까지 일 년도 기다려야 한다는데 우리 차는 좀 빨리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명차 중의 명차가 될게 분명하다.

결혼식 날 잡아놓고
남몰래 하루 하루 손가락 꼽아가며 기다렸던 생각이 난다.
이제 며칠 남았다.
이젠 며칠 남았다.
꼭 그 기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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