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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편견을 조심하자.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3.01.13|조회수38 목록 댓글 0

사람 잡는 편견을 조심하자.

1.
동안교회 시절 꽁댕이 머리(포니테일)를 한 사내 자식(죄송^^)이 교회를 왔다. 마음이 불편했다. 교회 물 흐리러 온 미꾸라지로 생각되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렇게 하구서라도 교회에 나온게 어딘가 싶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머리 깍고 나간 놈보다야 묶고 들어 온 놈이 낫지 뭐’

2.
몇 달이 지나자 내 눈이 익숙해 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머리 묶고 교회다니는 놈은 미꾸라지 새끼라고 생각한건 내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생각이 달라지자 머리 묶고 다니는 놈이 이뻐 보였다.

아내에게
‘머리 똥그란 자식이 묶고 다니니까 이쁘더라’
우리 마나님
‘당신도 머리 똥그란데 한 번 묶어 보시지?’

그 이후로 동안교회에는 머리 묶고 다니는 놈(?)들이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3.
주일 예배 설교를 하는데 2층에 청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 새빨간 염색을 한 사내 자식이었다.
눈에 거슬려서 설교가 왔다 갔다 할 지경이었다.
신경이 거슬려 설교를 하면서도 눈이 그 청년에게 자주 갔었다.
그런데 그 청년이 설교를 아주 열심히 듣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은혜는 혼자 받는 것처럼 열심히 설교를 듣는 것이 아닌가?

머리가 빨가면 산만해야 하는데?
설교에 은혜를 받으려면 머리가 까매야 하는데?
내 근거도 없는 편견이었다.

4.
내가 잘못 됬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속으로 결심했다.

빵강 대가리(죄송)도 오너라
파랑 대가리도 오너라
다시는 아이들 머리 색깔 가지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마.

5.
동안 교회 청년 예배에는 천 오육백명 정도 청년들이 오곤 했었다.
그 중 한 절반은 염색하고 다니지 않았을까? (조금 과장하면)
장로님들이 많이 힘들어하셨다.
당회 때 장로님 한 분이 아이들 야단 좀 치라고 나에게 말씀하셨다.
아이들 머리가 저게 뭐냐고?
내가 대답했다.

‘왜 장로님 까만 머리 희게 하는 건 되고, 아이들 까만 머리 희게 하는 건 안 된답니까?’

6.
장로님 중에는 기타치면 마귀라는 분이 계셨다.
아이들 예배에 드럼 사주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기타치고 드럼치면서 찬양하는건 예배가 아니라고 생각하신 것이다. 불경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이다.

편견이셨다.
전혀 성경적이지도 않은 편견이었다.

7.
82년 영락교회 부목사가 되었다.
선배 목사님이 꼭 까만 양복만 입으라고 하셨다.
그래야만 경건해 보이고 목사답게 거룩해 보인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었을꺼다.
나는 그것도 편견이라고 생각했다.
정당하지 않은 편견 때문에 내 자유가 구속 당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숨이 막혔다.

어느 날 작심하고
청바지 입고
청자켓까지 입고 교회 출근을 하였다.
일부러 교회 마당을 서성거리며 시위(?)도 했었다.
선배 목사님이 성품이 워낙 좋으신 분이라 허허 웃기만 하시곤 야단 치지는 않으셨다.

8.
미국 이민 교회에서 들었던 실제 이야기다.
옛날엔 교회에서 예배 끝날 때 거의 꼭 찬송가 1장 만복의 근원 하나님을 불렀다.
어느 목사님이 예배 끝에 1장을 부르지 않았다.
계속 부르지 않았다.
권사님 한 분이 자기 담임 목사를 이단으로 생각해서 목사 추방 운동을 벌리셨다.
진짜 이민 교회에 있었던 일이다.
내가 직접 들었던 이야기이다.

9.
아직도 교회 안에는
사람 잡는 편견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특히 교회 안엔 얼마나 더 많은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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