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사진 vs 교복 사진
1.
저는 피피엘이라는 복지법인과 에스겔 선교회의 대표입니다. 대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모금입니다. 그래야만 선교도 할 수 있고 아프리카나 캄보디아 당카오의 가난한 아이들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주머니를 여는 것은 여간만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 같은 재단과 선교회의 대표들은 대개 그래도 어떻게하면 모금을 좀 더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요령 같은 것이 있습니다.
2.
선교 후원은 현지에 예배당을 짓는다고 할 때가 제일 잘 모금이 되는 것 같고, 피피엘과 같은 엔지오 단체는 아프리카나 캄보디아 당카오에서 가난 때문에 고생하고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을 부각시키거나 전쟁과 지진 홍수와 같은 재난을 도우려고 할 때 모금이 많아집니다. 제 경우도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을 도울 때나 튀르키에 지진구호 같은 모금을 할 때가 모금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고난당하는 사람들을 눈으로 볼 때 마음이 많이 움직이기 때문이고 그것은 하나님을 닮은 착한 인간의 긍정적인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3.
그런데 저는 좀 엉뚱한데 후원받은 돈을 잘 쓰는 편입니다. 선교지에 예배당 짓는데보다 선교사들의 사택을 짓는데 돈을 보내고 적지 않은 돈을 지원해 선교사들이 좀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돈을 보냅니다. 예배당 건축을 위한 모금에 비해 선교사들의 안전한 주택 건축을 위한 모금은 참 어렵습니다.
에스겔 선교회는 속초에 선교사들을 위한 휴양공간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 여름 아내의 부자 친구 별장에서 잘 지내고 온 후 이런 휴가를 선교사님들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싶어서 계획했던 것인데 이번 여름부터는 가능하게 될 것 같습니다. 속초 바다와 산이 잘 보이는 위치에 제법 좋은 아파트를 우선 전세로 계약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당카오 쓰레기 마을을 도우려고 결심했습니다. 많은 재정이 들어갈 겁니다. 단순한 구제와 구호를 넘어 저들이 자립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빈곤의 사슬을 끊어 버릴 수 있도록 직업학교도 세우고 창업도 할 수 있도록 도울 작정입니다. 이런 일들은 돈이 엄청 많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저들의 비참한 생활을 클로즈엎 시켜서 여러분들의 동정심을 유발해야만 합니다. 학교 아이들을 돕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저는 저들의 비참한 모습을 여러분들에게 노출시키기가 싫습니다. 저는 반대로 캄보디아에서 가장 극빈생활을 하고 있는 당카오 마을의 아이들에게 하얀 교복을 입히고, 운동화와 가방을 사 준 후 버스 세 대를 대절하여 아이들에게 난생처음의 소풍을 선물하고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소리 지르는 모습을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렸습니다.
그러면 돈이 들어오질 않습니다. 아이들의 우는 모습을 찍어야 돈이 들어오는데 부잣집 아이들처럼 물놀이하고 소리지르고 웃는 아이들 사진을 찍어 올리면 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선교지에서 고생하는 선교사님들의 모습을 소개하면 후원금이 들어오지만 선교사님들의 안전과 복지에 돈을 쓰려고 하면, 속초에 선교사님들을 위한 별장(?)을 마련하겠다하면 이해를 잘 못하시는 분들이 많고,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더 많고 혹 이해는 하셔도 후원은 잘 하려 하시지 않습니다.
4.
저는 당카오 아이들에게 밥그릇 대신 하얀 교복 입히고 사진 찍어 후원금을 모금하고 싶습니다. 저는 선교사님들의 주택과 심지어 별장(?) 사진을 찍어 후원금을 모금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좀 엉뚱하고 지나치게 앞선 생각에 동의해 주시고 동의해 주실 뿐만 아니라 후원을 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아이들 교복도 입힐 수 있었고, 소풍도 보낼 수 있었고 선교사님 별장(?)도 마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번 주 안에 우선 전세로 계약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선교사님의 고생하시는 모습에만 후원하시지 마시고 아이들과 선교사님들이 편히 쉬고 환히 웃는 모습에도 후원해 주실 수 있기를 기대하고 부탁드립니다.
기업은행 513 041605 04 011 에스겔 선교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