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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께 더 가까이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3.10.04|조회수34 목록 댓글 0

주께 더 가까이

1.
매일 날기새를 녹화하다보니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는 게 눈에 보인다.
점점 진짜 할아버지 얼굴이 되어간다.
뺨에도 주름이 생겼다.

2.
최근에 좀처럼 잘 느끼지 못했던 피곤함도 조금씩 느낀다.
그래서 자주 자주 쉬어야 한다.
기운이 딸리는 걸 몸이 느낀다.

3.
골프도 이제는 영감 티(실버 티)에서 친다.
거리도 최소한 두 클럽 이상 줄었다.
처음에는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옛날 생각하며 무리하게 샷을 하다 보니
스코어가 하늘 높은 줄을 모른다.
깨끗이 인정하고 클럽도 두 클럽 더 올려 잡고
티샷도 실버 티에서 한다.

4.
그런데 난
그게 서글프지 않다.
전혀 섭섭하지도 속상하지도 않다.

녹화하는 화면에 언뜻언뜻 보이는 할배 주름이 난 예쁘다.
기운이 좀 딸리는 것도 아무 상관없다.
그래서 난 나를 더 귀히 여기고 아끼게 된다.
가족들도 그렇다.
전엔 내가 보호자여서 늘 살폈는데
이젠 아이들이 내 보호자가 되어 나를 살핀다.
기분 괜찮다.

5.
겉 사람은 낡아 가는데
속 사람은 늘 새롭다.
더 새롭다.
왜 그럴까?
주께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하루를 살면
하루 더 가까워지고
또 하루를 살면 또 하루 더 가까워지고...

6.
늙고 약해짐이
주께 더 가까이 가는 길임을 생각하면
나쁠 것 하나 없다.
그것도 그냥 감사하고 행복한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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