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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4.03.11|조회수33 목록 댓글 0

산 넘어 산

1.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맞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캄보디아 당카오 쓰레기 마을의 절대빈민들을 돕고 싶어 덤벼(?)들었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벼들면 그 문제 속에 숨어 있는 수도 없이 많은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딸려 나옵니다. 겉으로 보이는 문제는 정말 빙산의 일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2.
쓰레기 마을의 청년들에게 보다 나은 직업을 갖게 하고 싶어서
아이디헤어 아카데미를 세우고 아이들을 선발하여 교육하고 훈련시키려 하였습니다.
선발하고 보니 청년들 중에 영어를 읽을 수 있는 청년은 거의 하나도 없고 자기 나라 글을 읽을 수 있는 청년도 절반도 안 되었습니다. 때문에 미용기술과 함께 아이들에게 영어와 캄보디아 글을 가르치는 일도 같이 해야만 했습니다.

잘 훈련을 받던 청년이 갑자기 나오질 않습니다. 게으르고 무책임해서가 아닙니다. 사채업자에게 잡혀서(?) 쓰레기 산에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하루종일 쓰레기 주어 돈을 받으면 그것을 몽땅 사채업자가 기다렸다가 가지고 갑니다.

아이가 갑자기 사고를 당하거나 아파서 병원엘 가려면 돈이 없으니 사채업자에게 100불 정도의 돈을 빌립니다. 이자가 연 500%에 달합니다. 이자에 이자가 붙고, 이자에 이자가 붙고.... 저들은 평생 사채업자의 빚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불과 100불 200불 빌린 돈 때문에 말입니다.

어떻게 하든지 저들의 빚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만 하는데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무조건 돈으로 다 탕감해 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면 심각한 도덕적해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아주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며 또 사채업자들과 얽혀 있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미션 임파서블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손을 떼면 당카오에서 하려고 하는 모든 일이 다 수포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정말 진퇴양난입니다.

3.
당카오 마을에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한 가정에 네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여자 아이들은 13살부터 엄마가 되고 보통 15살이 되면 대개 아이를 낳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아이 엄마는 노동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아이 때문에 돈을 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자꾸 생깁니다.

그래서 올해 탁아소를 만들었습니다. 급히 방을 꾸미고 교사와 직원을 고용하고 아이들을 돌보아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집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식과 간식을 먹으며 돌봄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엄마들이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조금이나마 수입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4.
마을 주민들의 절반 가까이가 호적이 없습니다. 호적 없는 부모가 아이들을 낳으니 당연히 아이들도 호적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은행계좌도 만들 수 없습니다. 정식 학교에 입학을 시킬 수도 없습니다.

호적을 만들려면 태어난 고향엘 가야 한답니다. 고향 마을의 이장과 마을 주민 몇이 증인을 서주어야 호적을 만들 수 있는데 고향을 떠나온지 벌써 오래 된 사람들도 많아서 쉽지 않답니다. 품과 시간이 많이 들어야만 호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돈과 시간과 품이 들어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또 떠안게 된 셈입니다.

5.
앞으로 3년에서 맥시멈 5년안에 쓰레기 산은 더 이상 쓰레기를 받을 수 없게 되어 끝나게 됩니다. 그러면 쓰레기 산에 의존하여 살던 사람들이 더 이상 돈을 벌 길이 없어지게 되고 맙니다. 그동안 선교사님 부부가 평생을 헌신하여 일군 학교와 교회 그리고 마을 공동체가 흩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쓰레기 산이 폐쇄된 이후 저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꺼리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학교도 계속 유지되고 교회도 계속 지속될 수 있습니다. 마을을 계속 유지하면서 계속 학교교육을 통하여 인재를 양성해 내야만 10년 20년 30년 후의 희망을 열어 갈 수 있습니다.

산 넘어 산입니다.
그래서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고 한건가 봅니다.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한도 끝도 없는 바위같은 가난을 향해
계란을 던질겁니다.

6.
우리의 우리의 힘과 지혜로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라도 할 수 없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지금도 일으키시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우리의 힘과 능력 그리고 지혜는 비록 오병이어에 지나지 않으나 그것을 하나님께 드리면
지금 당카오에 산적한 밑도 끝도 없이 계속 꼬리를 물고 나오는 문제들을 다 해결하고 저들도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수 있는 세상을 살게 될 수 있을꺼라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호랑이 등에 탄 것 같아서 내릴 수도 없지만
내릴 수 있다고해도 내리지 않을 겁니다.

당카오 마을에 더 좋은 세상이 올 수 있게 위하여 여러분들도 기도해 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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