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최종병기 활과 화살 나라를 지킨 한 쌍 이어 가는 두 손
국가무형유산 궁시장
궁시장이란 활과 화살을 만드는 기능과 그 기능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활을 만드는 사람을 궁장(弓匠), 화살을 만드는 사람을 시장(矢匠)이라 한다. 본래 우리 민족의 활 만드는 기술은 오래전부터 세계 어느 민족보다 탁월한 기교를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고구려 활의 형태는 벽화 속에서 볼 수 있는데 현재 사용하는 국궁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한국의 전통 활은 이때부터 변함없이 이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고려시대에도 활쏘기를 중요시했으며, 조선 전기에는 과거시험의 무과 과목에 궁술이 있었다. 현재는 국궁인 각궁(角弓)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화살이 멀리 나가는 강궁(强弓)에 속한다. 궁시장은 1971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권영학(궁장), 김성락(궁장), 김윤경(궁장), 박호준(시장), 유세현(시장)이 활동 중이다.
[시장(矢匠) 유세현]
화살은 정교하다, 아니 다양하다
화살은 가장 정교한 무기이자 가장 다양한 도구였다. 적을 겨눌 때도 있었고, 외선(外船)의 출몰을 알리는 신호로 떠올릴 때도 있었으며, 관아 문전에 꽂아 백성의 호소를 대신 전하기도 했다. 유세현 시장(矢匠)은 우리 화살 열여섯 종(種)을 복원해 낸 4대째 장인이다. 박물관 한편 진열장에 늘어선 화살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고 있다. 흔히 효시(嚆矢)로 불리는 명적전(鳴鏑箭)은 우는살이라고도 부르며 화살촉을 피리 구조로 만들어서 날면서 피리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안개 낀 바다에 적이 모습을 드러내면 가장 빠르게 위험을 알리던 일종의 비상벨이었다.
화살촉이 없는 무촉전은 갑·을·병 세 편이 물감을 묻혀 서로를 겨누었던 옛 모의 전투 ‘삼갑사’에 쓰였고, 화살촉만의 무게가 6량에 달하는 육량전은 무관 시험과 조선통신사의 위세 과시용으로 동행했다. 그리고 통아(筒兒)에 끼워 쏘는 작은 화살 편전(片箭, 민간에서는 ‘애기살’로 부르기도 했다고 전한다). 이 화살은 빠르고 멀리 날아가 적의 갑옷을 꿰뚫을 정도였으며, 조선군의 비밀병기와도 같았다고 전한다. 이런 화살들 외에도 김홍도의 그림 한 장면, 조선통신사가 남긴 한 줄의 기록, 그 희미한 단서에서 사라진 화살의 형태를 찾아 다시 빚어내는 일이 유세현 시장이 평생을 들여 해온 작업이다.
한 자리에 흐르는 4대의 시간
대나무 한 자루를 화살로 빚어내기까지의 공정은 단순치 않다. 같은 길로 날아갈 대나무를 골라내는 대고르기, 숯불 사이로 통과시켜 탄성을 끌어올리는 대잡이, 안에 갇힌 수증기를 침으로 빼내는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무게와 마디, 몸피(직경)를 맞춰 짝을 짓고, 쇠심줄을 감고, 꿩 깃을 분리해 붙이고, 복숭아나무 껍질로 마감하는 손끝의 정밀함이 한 호흡에 이어진다. 그러나 가장 큰 걱정은 손이 아니라 재료에 있다. 화살대로 쓰이는 신우대는 온난화에 따라 양양·고성에서나 겨우 자라고, 꿩 깃을 공급하던 영세 농가는 하나둘 사라져 간다. 1986년부터 부친 유영기 선생(타계)의 곁에서 화살을 다듬어 온 40년의 시간이 다음 세대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지, 이는 유세현 시장이 짊어진 또 다른 과제다.
[궁장(弓匠) 김윤경]
다섯 재료, 하나의 호흡
각궁(角弓)은 작지만 멀리 보낸다. 영국 장궁(長弓)의 절반 남짓한 이 짧은 활은 평소에는 동그랗게 말려 있다가 시위를 걸 때 비로소 반대 방향으로 펴지고 그 진가를 보인다. 김윤경 궁장(弓匠)은 다섯 가지 천연 재료를 한 해라는 긴 호흡 속에 묶어 한 장의 활을 완성한다. 각궁은 단일 재료로 만들어지지 않다. 활채의 중심에는 탄력 좋은 대나무(왕대나 맹종죽)가 자리하고, 손잡이에는 단단한 굴참나무, 시위가 걸리는 양 끝에는 유연하면서도 견고한 꾸지뽕나무가 놓인다.
활을 당기면 안쪽 면은 압축을, 바깥쪽 면은 인장을 받는데, 이 힘에 각기 가장 잘 견디는 물소 뿔과 쇠심줄을 안팎에 입힌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를 한몸으로 묶는 접착제는 민어 부레를 끓여 만든 어교(魚膠)다. “활은 균형의 예술이다.” 김윤경 궁장은 활의 본질을 그렇게 정리한다. 위와 아래의 균형, 손잡이와 오금의 균형, 활과 쏘는 사람 사이의 균형, 어느 하나가 어긋나도 활은 제 노릇을 하지 못한다. 우리 각궁이 각궁 문화권 가운데서도 유난히 정교한 활로 꼽히는 까닭은 이질적인 재료를 손의 감각만으로 한 호흡에 묶어 내는 그 균형감에 있다.
활을 풀어, 사람의 활로 깨우다
각궁은 한 해의 사이클을 거쳐 완성된다. 여름에는 나무와 뿔을 미리 휘어 다듬는 일에 전념하고, 추석이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비로소 접착 작업이 시작된다. 어교의 약점이 곧 활의 약점이기 때문이다. 습기와 더위에 풀어지는 부레풀의 성질을 거스르면 활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장의 활에 풀을 스무 번 가까이 입히고 말리기를 반복하면, 겨울이 깊어 가는 동안 활은 비로소 활의 형태를 갖춘다. 그러나 그것이 완성은 아니다.
봄이 오면 마지막 단계 ‘해궁(解弓)’이 시작된다. 동그랗게 말려 있던 활을 반대 방향으로 꺾어 시위를 걸고, 위아래 균형을 다시 잡아 사람이 쏠 수 있는 활로 깨우는 작업이다. 그렇게 미립을 잡는 과정을 통해 활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임을 새삼 환기한다. 평생을 활 곁에 머물렀던 부친 김박영 선생(타계)의 작업장에서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한 그의 길은 오늘날 우리가 이어 가야 할 무형의 결을 잘 보여준다.
▶ 참고로 활과 총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총은 유호사거리 500m 활은 100~200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명궁은 주몽, 이성계,김윤후(승려), 황진 등이 있고, 외국에서는 로빈후드와 빌헬름텔이 있다.
글 최대규 | 사진 김성재, 고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