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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칼럼

1.왜 지금 남명인가?

작성자옥건수|작성시간17.12.04|조회수54 목록 댓글 0


  1. 왜 지금 남명인가?

    현대 엘리트에게 보내는 메시지




  2. 내가 서 있는 땅
    (脚踏地)을 중시하라

    남명(南冥) 조식(曺植,1501~1572)이 강학(講學)했던 산청의 산천재(山天齋)는 작다. 지금은 기와로 덮었지만 초가삼간이다. 쪽문을 열면 지 리산 천왕봉의 고고하고 의연한 자태와 마주하는 곳이다.

    그는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쌍벽을 이루는 성리학자지만 공부의 방향은 달랐다. 남명은 '자 신의 일상'과 '조선의 현실'에서 출발하는 '하학 (下學)'을 강조한다. '상달(上達:원리나 이념의 깨달음)'은 '하학' 속에 있는 것이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명은 백성들의 곤궁한 삶을 이야기할 때마다 '울었다'. 고루(高樓) 거실(巨室)에서 300명 에 가까운 노비를 거느리며 '암호 같은 논변'으 로 명성을 날리던 당시의 선비들과 달리 백성을 위해 '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진단한 조선의 현실은 암울했다.

    "전하(당시 明宗)의 나랏일은 이미 그릇되어 나라의 근본은 이미 망했으며, 하늘의 뜻은 이미 떠나버렸고 민심도 이반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백 년 동안 벌레가 그 속을 갉아 먹어 진액이 말라버린 큰 나무가 있는데, 회오리바람과 사나운 비가 어느 때 닥쳐올지 전혀 알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지가 이미 오래입니다. 대궐안의 신하는 용이 연못을 차지하고 버티듯 후원세력을 심고, 대궐 밖의 신하는 백성 벗겨먹기를 이리가 들판에서 날 뛰 듯합니다. 그들은 가죽이 다 해어지면 털도 붙어있을 곳이 없다는 것을 모릅니다."<을묘사직소>

    당시는 누이인 문정왕후(文定王后:명종의 어머니)를 등에 업은 윤원형(尹元衡)이 권신(權臣)이 되어 근 20년 에 걸친 폭정을 자행하던 시기였다. 조카인 명종의 왕권 에 위협이 될까 봐 계림군(桂林君)과 어린 봉성군(鳳城 君)을 죽이고, 곧은 선비인 송인수(宋麟壽), 이림(李霖), 곽순(郭珣)등을 살해했으며, 노수신(盧守愼), 권벌(權 橃), 정황(丁熿)등을 귀양 보냈다.

    누적되는 적폐에도 수많은 신하들은 윤원형과 간신들 의 행태를 비판하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했다. 남명의 상소는 뇌성처럼 사람들의 양심을 울리고, 많은 신료들을 부끄럽게 했다.


    도(道)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오늘날은 인터넷망을 통한 '정보의 홍수'시대다. 좋은 말씀과 교훈이 모자라서 잘못되는 시대는 아니다. <논어> 등 '사서삼경'과 <성경>, <불경>등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은 풍부하고, 무언가를 가르치는 지식은 넘쳐난다.

    머리로는 다 이해하는 '상달'한 엘리트들은 지천으로 널려있다. '말 못해 죽은 귀신은 없다'할 정도로 온갖 말들은 혼란을 부추긴다.

    그런데 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부정부패와 더 가까울까? 남명은 일찍부터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내가 서있는 이곳'에서 '지금 이 순간' 부닥치는 문제에서부터 공부와 단련을 시작하라(下學)고 가르친다. 부모에게 자주 전화하고, 교통신호를 위반하지 않으며, 장애인에게 엘리베이터 순서를 양보하는 것 등 작은 일을 실천하는 그 가운데에 '도(道)'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확대해 나가면, 가정을 꾸려나가는 도, 친구를 사귀는 도, 군사를 움직이는 도, 나라를 경영하는 도도 그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도는 나의 삶과 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남명의 가르침을 따랐던 망우당 (忘憂堂) 곽재우(郭再祐), 내암(來庵) 정인홍(鄭仁弘), 송암(松庵) 김면(金沔), 대소헌(大笑軒) 조종도(趙宗道) 등 50여명의 제자들이 자신의 재산과 목숨을 던져 구국 (救國)의 도를 실천했다.

    남명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그 '무엇인가'를 절실 하게 깨우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민들의 아픔에 진정으로 '울 수 있는' 엘리트와 국가와 사회의 위기에는 목숨을 걸고 '앞장설 수 있는'대장부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남명은 말과 글이 실상을 호도하는 세상에서 '침묵의 실천'으로 나라와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알아주지 않는 수많은 '도인(道人)'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는 말하고 있다. '도(道)는 먼 곳에 있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글쓴이 박병련 남명학연구원장은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 <남명 조식-칼을 찬 유학자>(청계출판사, 공저) <유교리더십과 한국정치> (백산서당,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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