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화와 다문화스토리>(3)
버린 공주의 한(恨), 무신(巫神)으로 거듭나다
“그대의 상이 남루하여 보이나 앞으로는 국왕의 기상이요, 뒤로는 여인의 몸이니 나와 천생배필이라. 혼인하여 아들 일곱을 낳아 주오.”
이 대사는 친정부모(삼나라 국왕부부)를 살리고자 서천서역에 있는 봉래방장 무장승에게 가서 허드렛일을 돕던 바리공주에게 무장승이 청혼한 말입니다. 이에 친정부모의 회춘약(回春藥)을 구해야한다는 일념으로 바리공부는 무장승과 결혼하여 일곱 아들을 낳지요.
조선의 삼나라 처녀와 몇 개의 지옥을 넘어 구천 리를 가야하는 곳에 있는 서천서역의 봉래방장이라는 곳의 총각이 혼인을 맺었습니다. 혼인하여 아들 일곱을 낳고 친정부모를 살릴 약을 구해서 돌아오려 하자 무장승도 바리공주를 따라 조선으로 왔습니다. 혼인은 신랑 쪽에서 했으나 살림은 신부 쪽에서 하는 옛 풍속의 반영이라 할까요? 조금 복잡합니다. 바리공주의 입장에서 보면 친정부모를 살리겠다는 입장에서 혼인을 한 정략결혼이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야기에는 전혀 나쁜 마음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신랑과 아이들을 모두 챙기는 어미의 모성애가 지극합니다. 바리공주는 무당이 되면서 남편 무장승과 아이들, 그리고 자신을 거두어 키워 준 비리공덕 할아비와 할미에게도 모두 먹고 살길을 마련해 줍니다.
어쩌면 바리공주의 삶이 그렇게 애처로울까요. 바리공주란 이름도 ‘버린 공주’에서 비롯했으니까요. 바리공주는 조선의 삼나라 국왕의 일곱 째 공주로 태어난 죄로 버림을 받아 거지 부부인 비리공덕 할아비와 할미 손에 키워집니다. 게다가 곱게 큰 여섯 명의 언니들은 모두 못하겠다는 일을 열 달 동안 자신을 가져 태어나게 해 줬다는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그 먼 길을 가니까요. 험하고 머나먼 길을 언제 죽을지도 모르면서 부모님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갖은 고생을 하면서 약을 구하기 위해 무장승에게 갑니다. 무장승에게 가서는 길 값으로 나무 삼 년하고, 삼(蔘)값으로 불 삼 년 때주고, 물 값으로 물 삼 년 길어주고, 혼인하여 아들 일곱까지 낳습니다. 참으로 피눈물 나도록 모진 인생이지요.
바리공주의 고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무장승에게 가서 구한 약으로 친정부모는 죽음에서 회생을 하니까요.
“바리공주는 조정 백관과 시녀상궁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전 마마의 입에 서천서역에서 가져 온 약수를 넣고 또 개안수를 양전 마마의 품에 넣고 또 뼈 살이 꽃, 살 살이 꽃, 피 살이 꽃을 눈에 넣으니, 양전 마마가 후 ~ 하고 숨을 내 쉬며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앉는다.”
딸이라 하여 버린 자식의 공이었습니다.
이처럼 <바리공주>신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슬픈 신화(神話)입니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를 일컫습니다. 그런데 신이라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지요. 그리스로마신화처럼 신들도 싸우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래도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분명하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지요. 모두들 자신의 영역 안에서 주인공으로 살면서 자신들의 소우주를 분명하게 가지고 있으니까요. <단군>, <해모수>, <동명왕> 등등의 건국신화는 비록 어려움이 있으나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세계를 만들어 나갑니다. 건국신화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곧, 신화는 건국신화처럼 장애를 극복하고 나라를 세우든가, 당신화(堂神話)처럼 억울하고 힘든 삶을 극복하고 신이 되어 좌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바리공주>만은 국왕도 아니고, 당신화의 주인공처럼 산신당, 서낭당, 용왕당의 신도 아닌 보살이면서 무당(巫堂)이 되어 억울한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분명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 신화의 주인공입니다. 남을 배려하는 바리공주의 큰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바리공주는 인도국(印度國) 보살이 되어 절에 가면 만반 공양을 받고, 들로 내려오면 큰머리 단장에 은아몽두리 입고 언월도와 삼지창, 방울과 부채를 손에 든 무당이 되어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도록 마련하였다.”
이것이 바로 <바리공주>신화의 묘미입니다. 신화가 가지고 있는 일상을 깬 것이니까요. 억울하게 산 사람이 억울한 사람의 심정을 안다는 속담과 같습니다. 무당이 된 내력과 그 역할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경을 뛰어 넘어 범 지구촌(地球村), 아니 범 우주촌(宇宙村; 이승, 구천, 저승)을 이루는 인식을 볼 수 있는 신화라 할 수 있습니다. <바리공주>신화의 배경적 시공이 상당히 넓으며, 문화적 속성도 열린 의식으로 나타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