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5.공감5시
제목: 우두산 이야기3
1.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우두산 이야기를 소개해 주신다고요. 벌써 세 번째인데요. 정말 우두산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우두산에서 축제를 열었고, 풍수적으로 최고의 땅이고, 또 춘천의 정체성인 솟아남을 나타내는 성지로, 오뚝이처럼 솟아나는 곳이 춘천이고 이는 재생과 풍요를 뜻하는 것으로 최고의 이상향임을 얘기했습니다. 또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오늘은 완결편이 될 것입니다. 우두산에 있는 여우고개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여우고개는 우두산을 가로지르는 고개인데, 지금은 우두동에서 샘밭으로 통하는 주요도로가 되었습니다. 고개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그냥 넓은 4차선 도로일 뿐입니다. 이 도로가 예전에는 산으로 사람이 넘어 다니는 고갯마루였습니다. 바로 이곳이 여우고개가 된 사연이 이야기로 전하고 있습니다. 모두 3가지인데요. 하나는 춘천 박 씨의 시조가 된 박항이라는 고려시대 평장사를 지낸 인물과 관련이 있고, 둘과 셋은 비슷한 이야기인데, 일종의 판소리에서 하는 더늠과 같이, 공동작이라는 구비문학의 특질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직접 여우가 등장합니다.
2. 여우가 등장한다니, 납량특집과 같은 무시무시한 생각이 듭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먼저 가장 후대에 나온 춘천향토자료집에는 우두산의 여우고개 유래를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율문4리는 자연지명이 사랑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고려시대 찬성사를 지낸 박항의 고향이며 말년에 낙향하여 살다가 명을 다한 곳이기도 하다. 사랑마을은 박항 대감이 사랑에 나와 오가는 손님을 맞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이 마을은 현재 여우고개와 맞닿아 있다.
옛날 여우고개는 ‘여후고개’와 ‘엿보는 고개’였다고 한다. 길손들이 우두산 고개를 넘으면서 박항 대감이 안녕한가, 곧, 여의한가를 살피고 가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때 ‘여후고개’는 식자층들이 부르던 고개이름이고, 일반인들은 박항 대감이 사랑채에 나와 있으면 조심하면서 고갯길을 통과했다. 엿보는 고개 또는 엿고개는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중에 여우고개로 된 것은 와전된 것이다.(춘천향토자료집)
결국 ‘여후고개’ 또는 ‘엿고개’가 변해서 여우고개로 되었다는 설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누군가 이야기를 꾸민 듯한 느낌이 깊게 배어 나옴을 볼 수 있습니다.
3. 박항 대감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게 나타납니다. 상하관계가 부자연스런 모습이네요. 그럼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떻게 되나요?
두 번째로 말씀드릴 이야기는 1940년에 출간된 강원도지 <우두산>조에 실려 있는 이야기입니다. 현존 여우고개에 얽힌 최초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목은 탄주교설(呑珠咬舌)이라 해서 삼킬 탄자, 구술 주자, 깨물 교자, 혀 설자를 써서 번역하면, ‘구술을 삼키고 혀를 깨물다’라는 뜻의 제목으로 전합니다. 우두산이 풍수적으로 좋고 명산임을 나타내는 또 다른 이야기라 보면 됩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인조조에 강릉사람 최충걸(崔忠傑)이 있었는데 음보(蔭補)로 해남현감(海南縣監)을 지냈다. 그는 일찍이 우정(憂亭) 김경직(金敬直)의 문하에서 공부를 했다. 경직이 충걸의 미간에 요사스러운 기운이 낀 것을 보고 묻기를, “너는 근래 요물과 희롱하는 구나. 숨기지 말고 이야기 하라.”하였다. 그는 “과연 미인과 친하게 지내며 희롱하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했다. 경직이 말하기를, “필시 입에 구슬을 가지고 희롱할 것이다. 이제 네가 돌아가는 길에 그 입의 구슬을 삼켜버리고 그 여자의 혀를 깨문 뒤 즉시 하늘을 쳐다보도록 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가 반드시 위태로워진다.”하였다. 과연 그 훈계대로 구슬을 삼키고 혀를 깨물었지만 하늘을 쳐다보지는 못했다. 이에 땅을 잘 살피게 되었다. 이에 미인은 흰 여우로 변하더니 울면서 달아났다. 이때부터 땅의 이치(地理)에 정통하게 되었다.(국역 강원도지)
이렇게 해서 우두산의 여우고개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전설입니다.
4. 그러니 최충걸이라는 사람이 유명한 지관이 된 사연을 담은 것이네요. 그럼 셋 중 마지막 이야기는 어떻게 되나요?
이 야기는 1981년에 출간된 한국구비문학대계 춘천․춘성군 조에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여우고개>라 하였는데, 위의 최충걸 이야기가 각색이 되어 전승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야기는 서사구조를 잘 갖추고 박진감 있게 전개됨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KBS와 MBC 두 방송국에서 ‘전설의 고향’으로 다루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럼 이야기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우두동의 학동이 사랑마을에 있는 서당에 다녔다. 서당의 훈장 어른은 비록 시골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학식이 높고 도마저 상당히 높은 사람이었다. 우두동의 학동은 평소에는 상당히 총명하고 체격도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총기도 사라지고 몸은 점점 야위어 갔다. 이를 지켜보던 훈장어른은 아무래도 학동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훈장은 그 학생과 이야기 할 것이 있다면서 서당의 글 읽기가 끝난 후 남으라고 하였다. 모든 학생들이 집으로 간 후에 훈장 어른은 학동에게 무슨 일이 없냐고 물었다. 학동은 머뭇거리다가 훈장어른에게 모두 털어 놓았다. 아침저녁으로 고개를 넘을 때마다 어여쁜 처녀가 나타나서 입맞춤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훈장 어른이 어떻게 입맞춤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학동의 말이. 입을 맞출 때 구슬을 자기 입에 넣었다가 도로 처녀의 입에 넣고를 반복한다고 하였다. 몇 번을 그렇게 하고는 또 보자고 하며, 사라진다고 했다. 훈장은 이것이 분명 범상치 않은 여우의 짓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여우가 어떤 존재이고, 구슬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훈장 어른은 학동에게, 이번에 갈 때 또 처녀가 입맞춤을 요구하면 얼른 그 구슬을 삼키라고 하였다. 그러고 빨리 하늘을 쳐다보고 땅을 내려다보라고 하였다. 학동은 훈장 어른의 신신당부에 꼭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서당을 떠나 또 고개를 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녀는 역시 교태를 부리며 학동에게로 다가왔다. 이제는 아예 그러겠거니 하고 바로 입맞춤을 했다. 학동은 훈장 어른의 당부가 생각나서 구슬이 자기 입으로 들어왔을 때 얼른 삼켰다. 워낙 구슬이 크기 때문에 바로 삼키기에 애를 먹었다. 구슬을 삼키려고 하는 것을 눈치 챈 처녀는 학동을 간질이면서 구슬을 뱉으라고 하였다. 그 때문에 학동은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고 땅만 내려다보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그다지도 아리땁던 처녀는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가 되어서 사라졌다. 이후 학동은 유명한 지관이 되었다고 한다.
만약 그때 하늘도 쳐다봤다면 천문지리를 통달했을 것인데 안타깝게도 하늘을 쳐다보지 못해서 천문은 살피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고개를 여우고개라고 하게 되었다.(한국구비문학대계)
5. 여우와의 대결양상은 부각되지 않네요. 납량특집을 기대했는데, 너무나 순순히 여우가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이야기의 초점은 구슬을 삼켜서 풍수의 능력을 가지게 된 사연으로 그쳤네요?
결국 우두산이 풍수적으로 좋은 산이라는 이야기에 도움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구슬은 능력을 소유하는 매체로 보면 되지요. 마치 여의주가 용이 승천을 하고 재주를 부리는 매체이듯이 여우의 구슬도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을 하고 재주를 부리는 매체입니다. 그런 매체를 얻기를 바라는 민중들의 소박한 마음이 이 이야기를 전승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구슬은 각자 가지고 있는 자신의 잠재능력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라 볼 수 있지요. 바로 그런 능력을 이끌어내 주는 산이 다름 아닌 우두산이라 보면 됩니다.
6. 3회에 걸친 우두산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신바람 나고, 솟아나고, 풍요롭고, 능력을 발휘하는 산이 우두산, 바로 그것이 춘천인의 정체성이라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