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즉양’ 을 읽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학교로 향하고,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일매일을 노동 속에서 보낸다. 나에게 성적과 돈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친구와의 연락이나 시험 점수 1점에 일희일비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중 접하게 된 장자의 ‘즉양’ 은 내 시야가 얼마나 좁은 곳에 갇혀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즉양’ 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촉만지쟁’에 관한 우화다. 달팽이의 왼쪽 뿔에 있는 촉이라는 나라와 오른쪽 뿔에 있는 만이라는 나라가 서로 영토를 빼앗기 위해 전쟁을 벌여 수만 명의 시체가 쌓였다는 이야기다.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헛웃음이 나왔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달팽이는 기어가는 것조차 느리고 작은 미물일 뿐인데, 그 뿔 위에서 국가를 세우고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우주라는 거대한 관점에서 본다면,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촉과 만의 모습과 다를게 없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성적과 돈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두려움들이 사실은 달팽이 뿔 위의 다툼처럼 아주 사소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가치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위나라 혜왕이 제나라와의 맹약을 깬 것에 분노하여 자객을 보내려 했을 때, 현자 대진인은 이 달팽이 우화를 통해 왕의 분노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나 또한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나를 둘러싼 더 크고 넓은 세계를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반성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장자의 말이 모든 것이 부질없으니 대충 살라는 허무주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즉양’ 은 우리가 억지로 무언가를 통제하려 하거나, 작은 이익에 집착하여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세상 만물은 저절로 그러한 자연의 이치인 도에 따라 흘러가며, 그것은 인위적인 말이나 지식으로 규정할 수 없는 무한한 것이다.
장자는 언어와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근원적인 질서에 몸을 맡길 것을 말한다.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펴야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듯이, 내 안의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양’ 을 읽고 내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앞으로 사소한 일로 화가 날 때, 마음속으로 조용히 달팽이 한 마리를 떠올려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