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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이야기

길 위의 인문학

작성자이학주|작성시간25.09.22|조회수57 목록 댓글 0

길 위의 인문학

 

이학주(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 원장)

 

  우리는 지금도 길 위를 걷고 있습니다. 태어나 산 날을 돌아보면, 우리는 모두 나그네입니다. 마치 박목월의 시 <나그네> 마냥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입니다. 어떤 이는 삶의 목표가 또렷하고, 어떤 이는 목표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기도 합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구름이 흘러가듯 우리는 지금도 걷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모두 삶의 길을 진정 정하지 못하고 방황했습니다. 마치 김상진이 불렀던 <이정표 없는 거리>에서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세 갈래 길 삼거리에 비가 내린다.”처럼요. 이정표 없는 삶이라, 어디로 가야 고향이고 타향인지 알지 못한 채요. “와도 그만 가도 그만 반겨줄 사람 없고 세 갈래 길 삼거리에 해가 저문다.”처럼 우리는 헤매고 있는지 모릅니다.

때론 내 길을 찾은 듯했지만, 마치 김삿갓처럼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질러 한평생 삿갓을 쓰고 길 위를 걷는지도 모릅니다. 김삿갓은 수천 편의 노래를 짓고 불렀지만, 오로지 허공중에 노랫소리만 울려 퍼뜨린 나그네였을 따름입니다. 그래도 김삿갓의 삶을 흠모한 사람이 많아서 그 삶의 흔적이 예술로 다시 태어나고, 고을 이름이 되고, 관광지가 되기도 했으니, 헛된 삶은 아니지요.

  우리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내가 가는 길이 정말 올바른지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정할 수 없는 삶의 기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방황하고, 방황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고 삽니다. 그래도 마지막 갈 때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고 했던 천상병의 <귀천>처럼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듯 임종을 보러 온 아들딸에게 “아빠는, 엄마는, 세상 참 잘 살고 간다.”라고, 유언을 남기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붙박이로 살려는 이가 많습니다. 정한 인생은 없어도 태어나서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어른 모시며 삼시 세끼 밥 먹으면서요. 물론 여행도 하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지요. 명예도 찾아 헤매고 부귀도 누리고 싶어 하면서요.

  어떻게 사는 삶이 정말 올바를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린 2025년에 또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음악에 담긴 삶이었습니다. <장소 따라 떠나는 음악 여행>이라 불렀지요. 윤희순의 의병가, 춘천 의병 아리랑, 소양강 처녀, 춘천 농악, 춘천댁 사공, 뗏목 아리랑, 샘밭 장타령, 도이장가, 과수원길이 우리가 따라간 음악 여행이었지요. 이 노래들에는 춘천 사람들이 살아온 몇 개의 인문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들 삶을 보면서 우리는 때론 같이 아파하고, 슬퍼하고, 흥에 겨워하고, 손뼉치기도 했습니다. 날 덥고 비 내려 궂은 날씨에도 즐거웠던 이유입니다. 이 모든 일은 여러 어르신과 예쁜 아이들이 함께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현장 점검 등 준비 소홀로 인해 불편이 있었음도 사실입니다. 중도 고산처럼 갑자기 등산로를 막아 놓아 멋진 풍경을 볼 수 없거나 날짜를 바꿀 수 없어 <샘밭 장타령> 터 여행에 차질이 있기도 했지요. 이런 문제점은 계획표를 짤 때, 미리 점검하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너무 급히 기일에 맞춰 계획표를 작성하다 보니 미처 챙기지 못했습니다. 내년에 다시 하게 된다면 더 꼼꼼히 준비하겠습니다.

  2025년은 <장소 따라 떠나는 길 위의 인문학>이 있어서 참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음악에 담긴 춘천의 인문학을 접하며, ‘즐겁게 살아야 한다’라는 명제를 찾았으니까요. 길 위의 인문학을 함께 한 모든 분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 이루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5.9.20.)

장소 따라 떠나는 음악여행(길 위의 인문학 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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