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18. 레지오 훈화-레지오의 아리랑
찬미예수님!
한가위가 다가오네요. 먼 나라, 캐나다에서 보내는 우리 고유의 명절, 한가위.....왠지 우리 고유의 노래, 아리랑이 생각이 나네요.
한국사람이라면 아리랑이라는 민요를 안 불러본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아리랑은 우리 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민요이기 때문입니다. 이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모든 한(恨)의 정서가 가장 짙게 깔려있는 노래입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원래 이 노래는 사랑하는 님에게 버림받은 여인이 부른 노래입니다. 너무너무 사랑하는 님, 세상 전체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님이 나를 버리고 떠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얼마나 가슴이 무너질 일입니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가지마오. 가지마오. 나를 두고 가지를 마오. 당신이 날 버리고 가면 난 어찌 살라구요”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은 그렇게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잘 가라고, 갈 테면 잘 가라고 아리랑을 불러주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나를 버리고 가면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진정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님이 진짜 발병이 나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본심은 떠나는 님이 발병이 나서라도 다시 자기에게 돌아오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님을 놓치지 않으려는 강렬한 사랑을 다만 반어법적이고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아리랑의 정서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젊은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 까지 우리의 가슴에 깊숙이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옛날 우리의 부모님들은 얼마나 자녀들에게 아리랑적인 사랑을 표현했습니까! 이러한 정서와 사랑은 오늘날 사도직 활동을 하는 지도자들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레지오 단장들에게 가장 가슴 아픈 것 중의 하나는 단원이 레지오를 떠날 때입니다. 멀리 이사를 가서 성당을 옮겨도 서운한데, 인간관계의 마찰이나 어떤 갈등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야속하게 떠날 때 단장의 가슴은 미어지고 찢어질 듯이 아픕니다. 더구나 몇 명 안 되는 단원을 가진 레지오 단장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때 단장도 사람이기 때문에 떠나는 단원에게 섭섭한 말이나 원망 섞인 소리를 할 수도 있고, 그것이 단원에게는 상처나 험담으로 오해되어 섭섭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이렇게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우리 단장의 아리랑적인 사랑이라는 사실을.... 단장이 떠나는 단원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얼마나 품고 싶고 잡고 싶고 다시 돌아오길 원했으면 그랬겠는가라고 말입니다. 특별히 단원 수가 적은 레지오의 단장이 부르는 아리랑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우리 단장님이 다시는 아리랑을 부르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레지오 단원 여러분!
우리 레지오가 활성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성모님의 마음과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마냥 풍성한 레지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기쁨의 아리랑을 우리 단장님, 우리 단원들이 불렸으면 참 좋겠습니다.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