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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작문

6월 3주차 작문 과제_윤지영

작성자윤지영|작성시간26.06.18|조회수17 목록 댓글 0

제목 : 오독의 야경

내가 자주 타는 2호선 밖의 야경은 반짝거리고 아름답다. 2호선 지하철 안에서 나는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동시에 창 너머 멀리 반짝이는 야경을 바라보며 한 사람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특별한 사이는 아니었다. 내 울타리 밖에 존재하는, 그저 이름과 얼굴만 아는 서먹한 타인에 불과했다. 분명 그랬을텐데, 내 세계로 훅 운명처럼 들어온 것은 어느 날 밤 꾼 꿈 때문이었다. 꿈 속에서 함께 마마무 행사를 준비하던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묘하게 잔상으로 남았고, 그때부터 내 시선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그 사람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어색함을 참고 먼저 건네기 시작한 인사와 스몰토크,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일상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는 둘이서 따로 밥을 먹는 날들도 늘어갔다.

그날은 내게 유독 무너질만큼 힘들고 지친 날이었다. 내 가라앉은 분위기를 눈치채고 “이런 날일수록 맛있는 거 먹어야 해. 내가 사줄게. 가자!”며 나를 이끌고 횟집으로 갔다. 그렇게 마주 앉아 웃고 떠들며 대화를 하고 술을 많이 마신 후, 같이 집에 가는 길이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향해 툭, 하지만 다소 무겁게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그 순간 온 세상의 소음이 사라지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그 뒤로 “……이성의 감정이나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라고 옹알거리듯이 말했다.

그러나, 나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그 뒤에 붙은 말을 보지 못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은 듣고서도 못 들은 척 하고 싶었던 거였던 것 같다. 헤어질 때 “집 도착하면 전화해.” 라고 했지만, 정작 내가 전화를 용기내서 걸면,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잔인했던 것은, 그 다음 날 조심스레 어제 한 말을 기억하냐고 물었을 때, 필름이 끊겨 기억나지 않는다며 아무렇지 않게 웃던 얼굴이었다. 그 뒤로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다가가면, 선을 넘지 말라는 듯한 은근한 거리감, 어느 날부터 같이 가지도 않고, 여느 타인처럼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 힘든 날, 나를 식당에 데려가 준 다정함도, 가로등 아래서 홀렸던 고백 아닌 고백도, 들뜨게 만들었던 전화하라는 말도, 내게만 허락된 게 아니라 그저 취기와 적당한 호의가 섞인 무책임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나는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혼자 서사를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운명이라고 믿어온 세계가 모두 나의 오독과 환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저 밑까지 추락하는 것 같았다.

완벽한 실패로 끝난 이 짝사랑은, 이상하게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완성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더 깊은 여운으로 내 마음 속에 남은 것일지도 모른다. 계절이 바뀌고 바쁜 일상 속에 정신없이 보내다가도, 가끔 불쑥불쑥 생각이 난다.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끝난 문장처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미련으로 남아 가끔 내 세계의 틈새로 흘러들어온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밖으로 나오자, 수많은 사람과 밝은 전광판이 나를 맞이한다.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의 빌딩 창문을 바라보며, 어쩌면 사람들은 밝게 빛나는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창을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세상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고독한 생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저 불빛 속 사람들도 타인의 진짜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반쪽만 보며 소통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무수한 갈등들과 느끼는 벽도 결국 상대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내가 느끼는 마음과 같을 것이라는 오만한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의 야경은 아름답지만 지독하게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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