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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작문

6월 3주차 작문 과제_박연주

작성자연주|작성시간26.06.19|조회수26 목록 댓글 0

박연주 / 거울을 사랑하는 둘레 씨 이야기 / 2,373

 스스로에게 관심이 많은 둘레 씨는 언제나 바지 주머니 속에 손거울을 넣고 다닌다. 그 거울은 그가 스물둘에 샀으니 벌써 30년이나 된 고기물이다. 하지만, 고급 벨벳 케이스에 들어있는 그 거울은 그의 극진한 보살핌 아래, 먼지 쌓일 틈이 없었다. 그는 누군가와 만날 때면 그 거울을 살짝 꺼내 허벅지 옆에 두고 자기 얼굴을 살피곤 한다. 자기 얼굴을 한번 힐끗 봤다가 앞 사람 얼굴을 이어서 힐끗 보길 반복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보시는 거예요?”

독특하면서 살짝 불쾌한 그의 행동에 이따금 사람들은 질문한다.

“당신의 얼굴 속에 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보는 행위는 아주 중요한 일이죠. 소크라테스도 말하지 않았나요? 너 자신을 알라고요.”

그는 언제나 소크라테스의 격언을 인용하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한다.

둘레 씨는 ‘내 안에 너 있다’라는 사랑 고백을 뒤집어 ‘너 안에 나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고백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누구를 만나든 자기 자신밖에 만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오늘은 그가 7년 만에 고향 친구 백합 씨를 만나는 날이다. 백합 씨와의 만남은 그를 아주 설레게 했는데, 그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일수록 자신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백합 씨는 그에게 최고의 거울이 될 것이다. 그들은 7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둘레 씨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둘레 씨가 카페에 약간 일찍 도착하였고, 서둘러 그가 가장 좋아하는 안쪽 빨간 소파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곳은 바로 앞에 매우 큰 전신 거울이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에게 최적의 자리였다. 그는 항상 주문하던 차를 시키고 백합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5분 쯤 뒤 백합 씨가 도착했다. 백합 씨는 한 쪽 팔에 두꺼운 소설책을 끼고 있었고, 목에는 빨간 스카프를 매고 있었다. 둘레 씨는 7년만에 만난 백합 씨의 모습에서 또 어떠한 자신의 윤곽을 확인할지 매우 벅차고 설레었다. 그리고, 30분이 흘렀다.

“자네가 방금 보여준 소설은 오스카 와일드의 문체와 비슷하군. 내가 그런 어투를 좋아한다는 걸 오늘 알게 되었네.”

둘레 씨는 7년 전에도 같은 말을 했다.



“또, 자네가 두른 스카프는 일본풍의 디자인이군. 나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걸 방금 확신했네.”

둘레 씨는 7년 전에도 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자네는 주근깨가 다소 많은 편인데 나는 피부가 아주 깨끗한 것이 장점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네.”

둘레 씨는 7년 전에도 같은 말을 했다.

그는 본인이 시니컬한 어투의 문학책을 좋아하며, 아주 이성적이고, 4명 이상이 모이면 보통 리더가 되는 편이며, 일본풍의 디자인에 끌리고, 피부가 좋은 편이며, 키가 작지만 높은 신발은 싫어한다는 사실 등을 30여년간 계속해서 짙게, 더 짙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만족스럽지만 어딘가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듣던 백합 씨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였다.

“자네는 항상 아주 매끄럽게 스스로의 생각 속에서 순환하는 것 같네. 자기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거지. 자네가 만든 잔잔한 수면 위에 비친 모습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그 속에 익사하고 만 거야.”

백합 씨는 친구가 아주 안타까웠다. 더이상 그의 거울이 되고 싶지 않았던 백합 씨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

둘레 씨는 공허한 느낌에 아주 강하게 휩싸였다.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고 앉은 그의 호흡은 하나의 파동도 일으키고 있었다. 그 순간, 보이지 않는 공기의 밀도가 급격히 뒤틀렸다.

“쩌억”

그때, 소파 앞에 있던 대형 거울이 갈라졌다. 둘레 씨는 아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소파에서 일어나 뒷걸음질 쳤다.

“콰장창!”

마침내 한계에 다다른 은색 피부가 폭발하듯 비명을 질렀다. 그때 그의 머리를 하나의 문장이 강하게 내려친다.

‘타자를 마주해야 한다.’

그는 다급하게 문 밖으로 달려 나간다. 문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계속 해서 달린다. 문을 박차고 나간 그의 뜀박질은 처절할 정도로 절박하다. 그가 갈구하는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이 아닌 '타인’이었다. 타인의 무심한 어깨치임이라도 좋다. 그는 폐부가 찢어질 듯한 숨을 몰아쉬며 텅 빈 거리를 질주했다.

그때, 복도 끝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완전히 다른 실루엣 하나가 포착되었다.

"드디어...!”

그는 속도를 조금 더 높여 그 낯선 이를 향해 돌진했다. 거울 조각이 박혀 피가 나는 어깨도, 발등을 찌르는 유리 가루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저 낯선 타인의 옷자락을 붙잡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한 뼘,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그는 온 힘을 다해 그 '타자'의 어깨를 낚아챘다.손끝에 닿은 것은 따스한 체온이 아닌,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유리의 물성이었다.
누구보다 익숙한 눈이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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