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12년 경기 신규 지구과학교사인 남양주 가운고등학교 우홍균입니다.
이런 글, 이 게시판에 올려도 되는 거겠죠? ^^;;;
과천과학관에서 실시된 동계 워크샵에서 전시된 골판지로 제작된 간이 planetarium(위 사진)을 보고,
요거요거 참 신기하고 재밌어 보이는데, 왠지 우리 아이들보고 만들어보라 시키면 재밌어라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학때 동아리 아이들과 뭐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거나 한 번 만들어야지 생각하고 학교에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우리 아이들 왈, '방학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한 번 만들어봐요!'
사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구요
모의고사 등급으로 아이들을 판단해선 안되겠지만 아무튼 수학, 과학 3,4등급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적절한 계산을 통해 삼각형을 이용한 돔을 설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 보였고,
나름의 복잡하고 정교한 난이도의 기술로 무언가를 조립하는 활동에 대한 경험도 없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과학관에 전시된 크기 수준으로 만드는 것 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하루 종일 계산하고 종이를 오려붙이기를 반복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가 싶더니 모형을 만들어 왔습니다.
'선생님, 이거 만들 수 있을거 같아요!'
토요일 새벽같이 방산시장에서 사비를 털어 골판지를 사다가 아이들에게 던져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계산하여 설계와 도안을 하고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교하고 깔끔하게 정삼각형, 이등변삼각형, 기둥을 제작하고
제작과정중에 난관에 봉착하거나 새로운 도전과제가 생기면 회의와 토론을 해가면서
일차적으로 돔을 만들고
(돔 완성 기념 촬영 한 장)
구조물의 기둥으로 만들 골판지를 생각 안하고 삼각형 제작을 위해 모든 골판지를 너무 작게 자른 실수도 했지만,
최대한의 내구성을 확보하면서 이어붙이고 서로 지탱할 수 있게 연결하여
최종적으로 간이 planetarium이 완성되었습니다!
제작인원은 가운고 과학탐구동아리 GPS(Gaun Power Science) 부원 7명(남5, 여2)이었구요,
제작기간(시간)은 설계기간까지 포함하면 3일에 걸쳐서 약 15시간이 소모되었습니다.
제작에 필요한 기본 재료와 도구로는,
SKSB/B골판지(1580mm * 1100mm) 20장 - 한 장당 1,500원
더블크립(25mm와 40mm) 300여 개
칼, 자(길 수록 좋습니다), 가위, 풀, 흰 종이, 청테잎 등이 사용되었습니다.
도안을 그리고 칼로 자르는 제작 작업이 무척 길고 지루하다보니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했지만
조립이 이루어지면서 점차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큰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안타까운점은 학기말이라 학교 예산도 없고, 제 사비를 털기엔 부담이 되어서
그럴듯한 천체투영기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ㅠㅠ
인터넷에서 파는 8천원짜리 조립식 장식용 투영기를 구입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스스로 만든 결과물 안에서 불꺼놓고 은은한 별장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더라구요
제가 아이들을 도와준 것이라곤, 힘내서 만들라고 밥 몇끼 사준 것,
제작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들을 마련해준 것과
아이들이 그려준 도안대로 가위질 칼질 하는 것 조금만 힘을 보태줬습니다.
사진 찍어준다고 때때로 무너지고 일부분 뜯어짐에도 불구하고 조립하는 것은 하나도 안도와줬습니다.^^;;;
설계, 도안, 제작, 조립은 모두 아이들 주도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제가 느낀점은,
1. 아이들의 발전가능성, 성장잠재력은 우리가 판단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아니 무궁무진하다!
- 큰 기대 없었는데, 이 모든 것들 스스로 해내는 것을 보고 놀라움이 가장 컸습니다.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혹은 오래걸리더라도 이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간혹 답답하고 손을 대고 싶었음에도 어디 한 번 해봐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관조했는데 설계, 제작은 물론 적절한 역할분담까지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2. STEAM 교육과 협동학습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지구과학 영역의 활동 기준으로 이 간이 planetarium 만들기는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이 모두 포함된 그야말로 STEAM이었습니다. 제작 기간 내내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해본 결과 한 두명이 주도를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영역에서 제각각 강점을 보였고 그것이 서로에게 큰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면서 적절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교학상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STEAM 이론에 대해서 개인적으론 너무 이상적이고 이론적이기만 하고 우리 학교 현실 반영에는 다소 회의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이 활동을 하고 나서 과정들을 곰곰히 복기해보니 얼마든 활용가능성이 있고 그 효과가 매우 긍정적이라 점을 확인한 기회였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개발 적용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아무 약속 없는 불쌍한 선생님을 구제해준 우리 아이들에게 큰 감사 인사를 올리며...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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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용수-풍생고 작성시간 12.12.26 제가 기술치라 그런지 학생들도 못할거야라는 선입견이 항상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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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전영준(영신여고) 작성시간 12.12.26 도안 및 관련 자료를 상용화하셔도 ㅋㅋㅋ 제작과정과 학생들과의 호흡 너무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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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현종(평택여고) 작성시간 12.12.27 노가다라지요~^^대학교발표회때하드보드지로만들었었습니다~그땐광각빔도없을때라낮에펼쳐놓고송곳으로구멍뚫어서봤었어요~선생님의열정에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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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용배(군포고) 작성시간 13.02.09 ㅋㅋ멋있어여..우리도 했는데. 우리는 이음새가 제대로 안붙어서 만든게 다 떨어져 나갔어여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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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은미(초지고) 작성시간 18.10.30 동아리 축제때 잘 활용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