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는 지구과학 II를 수행 60%로 운영한다.
그 중 10점 짜리 프로젝트가 "지구과학, 이런 직업이?"라는 조사학습 프로젝트이다.
아이들이 4인 1조로 모여서 지구과학 관련 직업을 조사하고 발표하는 건데,
아이들이 지구과학관련분야에도 여러 다양한 직업과 진로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또한, 작년에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 1000명 원탁토론을 한 결과가 있는데, 그 때 아이들이 했던 이야기에서
"가장 걱정되고 고민되는 것은 나의 적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고, 학교가 우리의 진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한다."
는 이야기를 깊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에 이런 직업에 대해 조사하는 과제를 냈을 때,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는 것을 보았기에,
이번엔 이 수행평가공고를 하기 전에 약 한 달간, 지구과학 분야의 사람책을 구성했다.
기상청, 항우연, 지질자원연구원, 해양연구원, 과학박물관 학예사, 과학동아 기자, 천문연구원 등...
다양한 인맥을 활용하기도 하고, 그들의 도움을 얻기도 하고,
단지 "나는 교사"라는 빽으로 당당하게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요구하기도 하면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부탁하면,
"잘 도와준다." 역시 아이들을 위한 마음은 모든 어른들의 공통적인 '진심'이다.
교사, 한 사람의 '생각'이 많은 분들을 움직이고, 이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시는 배경인맥이 되어주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 프로젝트의 발표 수업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에게 "너희가 받은 도움은 그냥, 인터뷰나 메일에 대한 답변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이다."
"너희도 누군가에게 너희의 '마음'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자"고 이야기하련다.
그리고, 내가 선한 마음으로 뜻한 바가 있으면,
세상은 나 혼자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도 하게 만들어 준다. 는 것도 이야기 하련다.
아래의 글은 '지구과학 사람책'을 모을 때 드린 메일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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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지구과학교사 박성은입니다. 우선 여러분들의 연락처는 인터넷 상에 공개된 것이거나, 지인들을 통해 소개 받은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오랜 기간 고등학교 지구과학교사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아쉬움 중의 하나가 아이들에게 지구과학이 참 별 볼일 없는 학문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구과학이 사회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모르는 채,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는 채,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에 따라 앞으로의 진로가 불투명한 분야라고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지구과학분야에서 자신의 적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아예 갖지 않고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쉬웠구요...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지구과학분야의 직업에 대해서 조사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예전에 그냥 인터넷 상에서 접할 수 있는 자료를 이용할 경우 자료도 충분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와 닿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능한 한 실제 그 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님들께서 도와주실 내용은 아이들이 직업에 대해 조사를 하는 동안 메일 등을 통해 질문지를 드릴 때, 그 질문(아마도 직업이나 진로에 대한 질문, 실제 경험 등이 되겠죠.)에 응답해 주시면 됩니다^^ (학생들이 조사학습을 하는 기간은 5월 1일부터 10일 사이입니다)
저의 이런 의도에 동의하시는 분께서는 다음 양식을 작성하여 회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또 모르죠^^ 님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한 도움을 얻은 학생이 생기고, 그 중에는 또 이 분야에서 종사할 후배가 생길지~ “인생은 만남”이라고 하니까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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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직전, 아이들을 4인 1조로 구성했고, 조사분야를 결정하고 프로젝트 계획서를 작성한 후,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의 단기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중간고사 후, 아이들은 스스로 전문가를 찾아서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나에게 전문가를 매칭시켜 달라고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님은 아이들이 직접 견학을 오면 더 좋겠다고 하셔서 아이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간 경우도 있었고, 우석헌의 김영진 실장님 역시 아이들이 직접 남양주로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월요일, 아이들의 수행 결과물을 받아서 지구과학실에 모아 두었다. 이제 다음 주 첫 시간에는 <전시장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다른 조의 발표를 듣고, 평가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또한...이 프로젝트 발표가 끝나고 나면, 아이들의 포스터를 신관 복도에 전시해 두고, 1학년의 진로교과를 담당하시는 쌤께 포스터를 인계해 드릴 생각이다. 진로수업시간에 1학년 아이들이 그 포스터를 통해 공부할 수 있도록^^ (상상만 해도 즐겁다. 2학년 지구과학 시간에 선배들이 학습한 결과물이 1학년 후배들에게 재료로 쓰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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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시간에 전시장 형태의 발표수업을 진행했다.
팀별로 발표자는 남고, 나머지 아이들은 발표를 들어러 돌아다닌다. 1팀의 발표와 평가에 소요되는 시간은 9분. 열심히 발표하고 질문하는 아이들의 열기가 뜨겁다. 오늘 4팀의 발표밖에 듣지 못한 것을 아쉬워해서...이 아이들의 진로시간에도 연결시켜 주기로 했다...그냥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길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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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연현정(운산고) 작성시간 15.05.17 고등학교의 꽃인 진로. 교육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수업에 담으셨어요! 글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코로나샘 수업은 small school입니다. 과목의 철학(학교의 철학), 다양한 교수학습방법(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교실 속에서 작은 학교를 만들고 계시니까요. 저 또한 진로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진학만을 우선시 하는 고등학교의 모습에서 회의를 느끼기도 하구요. 교과시간에 관련 진로를 고민하시고 이를 연결해보며 이를 다시 학교에 환원하여 다음의 자료로 공유하시는 방법도 참 좋은 것 같아요. 학과설명회, 직업인특강등은 대부분 1회성으로 지나고 학교 진로수업시간은 교사의 시수조절용인 현실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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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연현정(운산고) 작성시간 15.05.17 진로시간을 따로 두어 시수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각 과목의 시수를 늘리고 그 안에서 진로시간을 할당하는 것이 방법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관련 멘토를 찾고 직접 인터뷰를 시도하며 좌절하고 방법을 찾는 과정이 진짜 배움이 아닌가 합니다. 어떤 자리의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사느냐. 모두가 의사 변호사 교사가 되는 것이 아닐진데... 자신의 권리를 찾고 주장하는 방법, 다른 이에게 속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방법, 타인과 조율하며 의사결정하는 방법... 이것을 가르쳐야 하는데.. 정작 저도 못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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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성은-코로나(수지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5.17 그.래.서...내가 울 학교에서 맡고 싶은 일 중의 하나도 '교육과정'입니다~ 교사는 학생을 통해. 수업을 통해. 교육과정을 통해 성장한다는데...우리 학교는 교육과정의 고민이 부족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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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신성미(광덕고) 작성시간 15.05.18 와.. 성은 쌤..정말 감동적인 수업이네요.. "너희도 누군가에게 너희의 '마음'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자".. 이말도 너무 너무 좋아요.ㅠㅠ 저도 학생들 한테 꼭 해주고 싶네요. 선생님 같은 분이 교육과정을 정하셔서 교사들에게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알려주시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도 쌤의 수업일기을 보며 저 자신을 또 되돌아보고 갑니다.. 항상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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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성미(경인고) 작성시간 15.11.18 지질연에서 뵈었던 서울 경인고 김성미입니다.너무나 멋진 수업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선생님이 부럽고, 자랑스럽습니다~역시 멋집니다!!! 자세한 설명과 사진으로 저도 언젠가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