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유서 남기고 자살한 시간강사, "수십 편 논문도 대필… 채용비리 수사해달라"
"구체적인 내용 없어"… 경찰 "현재론 수사못해"
교수 임용에서 탈락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대학 시간강사가 교수 채용 비리와 논문 대필 등 대학사회의 그늘을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앞으로 남겼다.
지난 25일 밤 11시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안방에서 광주의 한 사립대 시간강사 서모(45)씨가 연탄불을 피워놓은 채 숨져 있는 것을 아내(45)가 발견했다.
경찰은 최근 이 대학의 교수 채용 과정에서 자신이 제외될 것으로 알려지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가족의 진술로 미뤄 서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서씨가 남긴 A4 용지 5장 분량의 유서. 뒤늦게 공개된 유서에서 서씨는 '교수 채용 과정에서 거액의 돈이 오가는 등 사회가 썩어 있으며, 내가 교수와 그의 제자들을 위해 수십 편의 논문을 대필했다'는 내용과 함께 '대학의 고질적 비리를 꼭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유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님께'라고 쓴 부분에서 서씨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사회는 썩었습니다. 교수 한 마리(한 자리)가 1억5000, 3억이라는군요. 저는 두 번 제의받았습니다. 대략 12년 전 전남의 한 사립대학에서 6000만원, 두 달 전 경기도의 한 사립대학에서 1억원이군요. 썩었습니다. 수사 의뢰합니다. 시간강사를 그대로 두시면 안 됩니다.'
지난 10년간 광주·전남지역 3개 사립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해온 서씨는 또 '저는 스트레스성 자살이다. (중략) 세상이 밉다. 한국의 대학사회가 증오스럽다'고 적었다.
서씨는 교수들의 논문 작성과 발표 과정에도 비리가 많다고 폭로했다. 그는 같은 학과 교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며 '교수님과 함께 쓴 논문이 대략 25편, 함께 발굴한 논문이 20편이다. 교수님 제자를 위해 박사논문 1편, 석사논문 4편, 학술진흥재단 발표논문 4편을 썼다'며 '같이 쓴 논문 대략 54편 모두 제가 쓴 논문으로 교수는 이름만 들어갔고, 세상에 알려 법정 투쟁을 부탁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서씨는 서울의 한 사립대학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광주 모 대학에서 영어영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0년부터 이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해왔다.
하지만 그에게 교수의 꿈은 너무 높고 멀었다. 강사료로는 가장(家長) 역할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네 식구의 가장인 서씨는 매주 10시간 강의를 하며 한 달에 140만원가량을 받았다. 아내도 매일 10시간 이상 고된 일을 했으나 생활고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서씨는 유서에서 아내에게 '사는 것이 고난의 연속이었기에, 언젠가 교수가 되는 그날에 당신에게 모든 것을 용서받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해 미안하다.(중략) 못난 남편이다. 사랑한다'고 썼다.
같은 대학의 동료 시간강사들은 교내에 분향소를 설치해 고인을 추모하는 한편 학교 등 당국에도 진상 조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은 서씨가 유서에서 대학사회의 비리를 밝혀달라고 했으나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어 당장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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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폭풍소 작성시간 10.05.28 미친,, 결국 있는것들의 힘으로 덮고 가는거야 ㅠ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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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고봉산개나리 작성시간 10.05.28 이게 정말 단서가 없어서 수사를 시작 안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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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세글자 작성시간 10.05.28 교수들 이름을 밝힌게 아닌이상 이거 묻힐수밖에 없다.. 천안함이나 선거에 묻혀서... 어떡해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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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치킨에맥주…(*′ 0`)ノ김남길♥ 작성시간 10.05.28 진짜 썩어빠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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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건뭐야 작성시간 10.05.28 하루이틀 아닌 일인건 알지만..........왜 이명박한테 남겼어요...................그 쥐새끼는 모른체할텐데 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