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미작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왔습니당!!
여시에서도 하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서 안보려고도 했었는데,
평소에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보고 비판할 부분 비판하고 싶어서 일부러 봤어.
우선 영화를 한마디로 평하자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구멍도 많은 영화'
라고 말하고 싶어.
영화가 단순히 영화로 끝난다면 구멍이 좀 많아도 재미+감동으로 커버할 수 있겠지만,
영화가 사회적으로 사람들한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이 영화의 '구멍'들이 정말 안타깝고 걱정됨ㅠㅠ
특히 이 구멍들이 바로 우리가 겪은지 얼마 안된 역사에 대한 내용이라 더 심각하다고 생각해.
재미+감동=흥행 을 위해서 구멍을 알면서도 넘어간 감독한테 화가 나는 영화였어.
솔직히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어서 흥행에는 성공할 것 같았어..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나, 아니면 그 시대를 좋게만 기억하고 싶은 어른들은 이 영화 참 좋아할것 같아..
천만은 아니어도 그 비스무리까지 갈것같은 느낌?!ㅠㅠ
그럼 내가 생각한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볼게!
(단점이 훨씬 길다는거 주의...)
장점
1. 여태까지 한국영화가 다루지 않은 근현대사를 다룸.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참 크다고 생각해.
'명량'이 흥행하면서 임진왜란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알게됐고,
'변호인'을 통해서 부림사건에 대해서 많이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영화를 통한 학습효과가 크다고 생각함.
'국제시장'에서는 여지껏 한국영화가 잘 다루지 않았던
6.25의 흥남철수, 파독광부,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등
최근의 현대사를 다루어주어서 일단 현대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역사를 알려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생각.
감독의 의도대로 다사다난한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들을 생각하게 하는 것도 물론 좋은점!
영화의 만듦새와 상관없이 그분들에 대한 오마주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함.
(뒤에 쓸거지만 그분들을 존중하고 앞으로 세대간에 화합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젊은이들 무조건 이해해라'식의 스토리전개는 아쉬움)
2. 감정 폭발. 웃다가 울다가 울다가 울다가... 관객을 가만히 두질 않음.
실제 역사도 정말 슬픈 일 많았듯이
흥남철수에서 가족을 잃어버리는 장면들, 이산가족 상봉 장면 등등
영화에서 관객 눈물 콧물 다 짜내는 장면들이 계속 등장함 ㅠㅠ
영화 보면서도 계속 비판적으로 생각했던 나도 눈물은 멈추질 않음 ㅠㅠㅠㅠ
감정을 이렇게 건드린다는 것 자체가 영화에 대한 몰입도은 훌륭하다고 증명할 수 있을 듯.
3. 배우들의 연기.
믿고보는 배우들인만큼 연기는 흠잡을데 없음.
단점
1. 영화가 정치적이지 않다? 굉장히 국가주의적임
6.25전쟁의 흥남철수, 파독광부, 베트남 파병, 이산가족찾기.
이렇게 네 가지의 큰 사건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를 구성함.
감독은 정치적인 사건(4.19나 5.18 같은 민주화 운동들을 말하는 듯)은 일부러 배제했다고 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큰 두 축인 경제발전과 민주화 중에서 경제발전을 말하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국제시장'은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라고 했음.
당연히 감독으로서의 선택 존중할 수 있음.
근현대사에서 무조건 민주화를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님.
그런데 사건을 보는 시각이 굉장히 국가주의적이야.
바로 이 부분에서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엄청나게 커짐.
장면1
독일 탄광에서 일하다가 가스 폭발 사고가 나 탄광에 갇힌 덕수.
독일인 관리자는 다른 사람들도 위험해질까봐 덕수를 구하러 못가게 함.
독일어 잘하는 간호사 영자가 독일 관리자에게 구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
여기서 영자의 대사가 처음엔 되게 절절한데..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불쌍하고 가난한 한국사람들이라구요."
사랑하는 사람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불쌍하고 가난한 '한국사람'이니까 살려달라는 말이 정말 나올까?
아무리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이어도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하지 않느냐고 말하는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사람의 목숨'과 '사랑'이라는 인류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국적을 꺼내오는 게 참 어색했음.
마치 영화속 영자가 독일인 관리자가 아니라 '한국사람'인 관객들을 의식하고 말하고 있다는 느낌...
장면2
전쟁터 베트남에서 덕수가 가난한 아이를 도와줌.
그런데 말도 잘 안 통하는 그 아이가 도움을 받자마자 덕수에게 하는말... "한국인이에요?"
덕수가 개인적으로 착한사람이라 베트남 아이를 도와줬을 수 있음.
실제 역사에서 한국군인들이 한 나쁜짓도 있지만, 그중 착한사람들도 분명 있었을거야.
그런데 덕수가 도와주니까 아이가 바로 한국인이냐고 묻는 장면은
베트남에 있던 한국인이 대부분 착한사람이라고 해석하게 만듦.
'우리는 착한사람이었다'는 단체 기억왜곡이자 역사왜곡.
2. 감독이 고른 사건은 모두 실제 있던 일.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흥남에서 철수할 때 미군이 피란민들을 도와준 일이나
독일에서 일한 광부들이 사고도 많이 당하고 참 힘들게 일했던 것,
그리고 이산가족상봉에서 정말 절절한 사연 많았다는 것은
정말 역사에 있었던 일이고, 큰 사건이라서 역사적으로도 중요함.
미군이 우리 도와준건, 반대되는 사실(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라든지..)도 있지만 도와준 일도 확실히 있는 것이 사실임.
밝은 면도 확실히 있고, 어두운 면도 확실히 있음.
그런데 베트남에서 우리 군인이 베트남 주민들을 도와준 일이 정말 있었나?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작은 도움은 줬을수도 있겠지.
그런데 다른 사건들은 다 확실한 기록에 근거하면서, 베트남 전쟁 에피소드만 왜 상상에 의존해서 지어냈을까?
베트남 전쟁은 미국에서도 실패한 전쟁이라는 평가를 받음.
애초에 전쟁을 시작한 이유인 '통킹만 사건(통킹만에서 미군 함정이 북베트남한테 공격받았다는 사건)'도
나중에 알고보니 미국 자작극이었음;;
이런 전쟁에 참전했으니 우리나라도 역사적으로 떳떳할 게 없음.
'라이따이한'이라고 한국군인들이 현지에서 애 낳고 나몰라라 한 사건도 많고.
베트남 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좋은일 한 역사적인 사실이 없으니 유일하게 이 에피소드만 픽션으로 넣은게 아닐까..
이 장면에서 베트남 주민들이 베트콩을 피해서 한국군한테 도와달라고 했는데,
실제였다면 주민들이 베트콩보다 한국군을 믿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봄.
차라리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들을 학살한 역사적 사건을 솔직하게 넣어두고,
주인공 덕수가 이래선 안된다고 우리도 전쟁을 겪은 것 잊었냐고 말리다가 실패하는(실제로 학살이 일어나니까) 장면을 넣었다면 훌륭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음.
3. 개연성 없는 주변인물
한국식 '포레스트검프'라고 감독 스스로도 말했기에 줄거리 자체에 개연성을 기대하는 영화는 아님.
흥남철수+파독광부+베트남파병+이산가족상봉을 모두 다 겪은 사람은 확률적으로 없을 듯.
하지만 주변인물들의 선택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영화가 설익었다는 느낌이 듦.
덕수의 평생친구 달구는 집이 부자라며 왜 광부일하러감? 베트남엔 왜갔지?
그저 덕수 옆에서 감초역할 해 주기 위해서 함께 현대사의 최전선에 있었나 봄...
(영화에서는 독일여자 만나러 광부일하러 간다는데, 정말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너무 가볍게 그렸음. 이부분은 오히려 목숨걸고 일한 분들에 대한 몰이해라고 생각함.)
덕수 동생은 서울대 나왔다면서 왜 집안에 필요한 돈은 덕수가 계속 혼자벌지?
덕수가 베트남도 다녀오게 하기 위해서 동생이 대학 나와서 놀고있나봄...
4. 할배가 된 덕수는 누구??
덕수는 가족을 잘 지키겠다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힘껏 살아온 인물.
그런데 '할배'가 된 지금 덕수의 모습은 이기심만 남은 꼬장꼬장한 할아버지의 모습.
가족을 위해서 평생을 바친 덕수라면,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가족들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할아버지 덕수는 자기 고집, 자기 소망을 위해서 가족들의 소망은 무시함.
남동생 학비대주려고 독일가 일하고,
돈 많이 들여 결혼하고 싶다는 철없는 여동생 소원 이뤄주려고, 고모의 소중한 가게 인수하려고 베트남에 가서 고생했던 덕수가
왜 자식들이랑은 대화도 제대로 안할까??
가게가 자기한테 소중한 이유들을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고 그냥 무조건 가게 팔면 안된다고 화만 내는 덕수 할아버지는
가족을 생각해서 계속 희생해온 젊은 덕수랑 다른사람 같았음.
'가족'이라는 개념이 어머니+동생들에서 끝나는 느낌임.
부인과 자식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전혀 보이지 않음.
+ 영화 첫장면에서는 할아버지 덕수가 정말 왜저러나 싶을정도로 괴팍한 할아버지로 묘사되는 부분이 있음.
그런데 옛날 일들을 다 보여주고 나서 마지막 부분에서는 젊은사람들이 할아버지 덕수한테 너무하는 장면들이 나옴..
그냥 앞부분에선 할아버지 덕수가 이상했고, 마지막 부분에선 젊은사람들이 잘못한건데
마치 '이렇게 괴팍한 할아버지들이 다 옛날에 너희들을 위해서 고생했으니까 잘 모셔라'라고 얘기하려고
앞뒤로 작위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낸 것 같음.
예를들어 영화 앞부분에서는 가게 팔라고 권유하러 온 사람들한테 무작정 소리지르고 그사람들을 막 때림.
알고보니 헤어진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에 가게를 팔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었음. 충분히 이해됨.
그런데 그런 이유가 있다면 최소한 자식들한테라도 그 마음을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이해를 하든 못하든 이야기를 먼저 해야 세대간의 소통이 시작이라도 될텐데
무작정 화내고 고집부리는 일부 윗세대들을 변호하는 느낌.
5. 포레스트 검프를 너무나 생각나게 하는 나비
덕수의 인생길을 따라 나비가 계속 등장함.
감독 스스로도 비판 많이 받을 걸 알았지만 꼭 넣고 싶었다고 말함.
나비가 덕수의 아버지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그치만 포레스트 검프랑도 정말 똑같고, 영혼이 나비로 찾아온다는 설정도 너무 많이 봐온 장면이라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만큼은 몰입도가 떨어짐.
하.. 이렇게 길어질줄 모르고 시작했는데 할말이 참 많은 영화였어
재밌게 영화본 여시들도 있겠지만 특히 역사 관련 문제점들은 관객들이 많이들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당
이 영화가 흥행해서 세대간 갈등만 깊어질까 걱정중ㅠㅠㅠ
오히려 문제점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많아졌음 좋겠다는 자그마한 바람을 갖고... 후기 마무리할게요 안뇽!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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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게임을 시작하G 작성시간 15.01.01 진짜 여시 정확하게 내 느낌을 표현한듯 일단 친구가 계속 따라 가는것도 윙 했구 왜 가족에게 커서 뭐가되고 싶었는지 가게를 팔고싶지않은 이야길 한번도 하지않았는지 의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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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동방신기 더쿠 작성시간 15.01.02 워 대박 구구절절공감 진짜 내가생각한거 그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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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부침개떡 작성시간 15.01.17 공감 생각한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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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하나도둘도아닌일국오빠댜니밍꾸만떼 작성시간 15.03.22 격공;;;;;;;;나역사는잘몰랏는데 여시때문에 조근조근이해잘햇어요!고마워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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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남은 삶의 첫날 작성시간 21.07.13 넘잘썼다 완전공감해! 장점 단점 다 공감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