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내가 만진 시간, 그거 당신이었지요?
내가 만진 시간, 당신
을 사랑하는 일
에 정성을 다하는 것
굳이 말해야 한다면 이것이 나의 신앙
/김선우_게이트리스 게이트<녹턴>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장강명_ 그믐,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사랑해.
난 네 앞에서 가장 순수했고, 자주 뜨거웠고, 너무 들떴고, 많이 무너졌어. 사막에 핀 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쏟아부어서라도 너를 피워내고 싶었고, 네가 날아갈까 앞에선 숨을 멈추는 것따위 일도 아니었다고
/백가희_당신이 빛이라면
너를 생각하면 우주 어딘가에서 별이 태어난다
폭우가 나에게만 내린다
지금 당장 천둥이라도 껴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너와 나 사이에 놓인 길의 모래를 전부 셀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름만 읆어도 세상의 모든 것들이 눈물겨워진다
그리움이 분주해진다
나에게 다녀가는 모든 것들이 전부
너의 언어 너의 온도 너의 웃음과 악수였다
지금 생각하니 그게 모두
사랑으로 말미암아 사랑으로 저무는 것들이었다.
/서덕준_자목련 색을 닮은 너에게
나는 다 말했잖아요.
그 많은 밤들 동안 노래를 불러주었잖아요.
말로 하기 쑥스러워 노래로 대신했을 뿐이잖아요.
당신의 귀에 대고 부르는 건 부끄러워 다른 방법을 택했을 뿐이잖아요.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면 새들이 노래했잖아요.
당신이 길을 걸을 때면 바람이 노래했잖아요.
늦은 밤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그 골목 길, 당신의 발길에 차이는 낙엽들이 아스팔트에 마른 몸 부대끼면서 애틋하게 애절하게 노래불렀잖아요.
당신은 마음이나 머릿속에 하나의 노래가 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당황했지만,
노래를 심은 사람이 내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세상은 아름답다고 그랬잖아요. 달이 환하다고 그랬잖아요.
바다가 깊다고 그랬잖아요. 꿈속에서 종종 당신을 만난다고 그랬잖아요. 꿈에서 깨어나면 아프다고 그랬잖아요.
눈물이 많아졌다고 그랬잖아요. 어지럽다고 그랬잖아요.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달의 환함과 바다의 깊이를 알게 하는 이, 당신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꿈을 꾸게 하고 울게 하는 이, 당신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황경신_누구겠어요?
잠을 자려고 불만 끄면 온갖 생각이 몰려든다
나는 무얼 생각하고 있는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너는
단 일초라도 내 생각에 취침을 늦춰본 적 있을까
/향돌_너는
너는 너의 어디서도 사랑을 찾지 못하는 사람마냥 울었지만,
나는 네가 모두 불타고 남은 잿더미로도
사랑을 그릴 수 있다
환희 불타고 내 앞에 지쳐 잠든 사람아
잠시 지쳐 자고 일어나
내가 네가 말하는 사랑을 들어줘
/하호건
나란히 누워 밤하늘에 별을 헤아렸다
너는 여섯 개의 별을 나는 열 개의 별을 헤아렸다
너는 보지 못한 네 개의 별을 아쉬워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같은 하늘이었다.
/엄지용_같은하늘
너무 쉽게 영원을 말하는 당신 역시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쯤은 애초에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싱거운 고백에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흘렸던 건, 세상 가장 유약하고 불안정한 감정에 기대를 거는 당신의 순수함이 예뻐서. 그 무모한 눈빛이 울컥할 만큼 맑아서. 사랑 앞에서 우리는 언제나 알면서도 속기로 한다 또 한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로 한다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그 두글자를 등에 업고 세상 모든 언덕을 넘었으면 좋겠다.
/하현_달의조각
출처 : 여성시대 구미동 구미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