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_진은영, 청혼
네가 가는 길마다 꽃잎으로 수놓을 수만 있다면
나는 온갖 화원의 꽃 도둑이 될 수도 있었고,
너를 너의 꿈결로 바래다줄 수만 있다면
다음 생까지도 난 너를 내 등에 업힐수 있었어
너의 살굿빛 피부에 잠을 자던 솜털을 사랑했고,
눈동자에 피어날 이름 모를 들꽃들을 사랑했고,
너와 함께 했던 그 시절을 사랑했고, 교실 창밖에서 불어오던 꽃가루를 사랑했고, 너의 웃음, 너의 눈매, 너의 콧날과 목선을 사랑했어.
_서덕준, 다음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배경까지 만나는 일이야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상처와 슬픔까지 만나는 일이지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현재만 만나는 일이 아니야
네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네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까지 만나는 일이지.
_안도현, 연어이야기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네 머리를 쓰다듬고 강에 뛰어들고 싶다
오래오래 허우적거리며 손의 감촉을 버리고 싶다
한 행성이 내게 멀어져 간 것은 재앙이다
네가 두고 간 것들을 나만 보게 되었다
너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_성동혁, 1226456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_나희덕, 푸른밤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하면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_김경미, 다정이 나를
제발 두려워하지 말고 두 팔로 나를 안아
이것이 재난이라고 해도, 너를 원해
_전경린,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쓰다 보면
누군가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있다와 없다는 공생한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_황경신, 생각이나서
사랑 속에 얼굴 담그고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시합을 했지
넌 그냥 져주고 다른 시합하러 갔고
난 너 나간 것도 모르고
아직도 그 속에 잠겨있지
_유시명, 잠수
당신이 보내 준 편지를
나는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으렵니다
당신은 쓰셨어요,
' 나는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라고,
하지만 그 편지는 너무 길었지요
열두 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정성스레 깨끗이 쓴 글씨.
진정 당신이 나에게 싫증이 났다면
이토록 세심하게 쓸 리가 없잖아요
_하인리히 하이네, 편지
출처 : 여성시대 구미동 구미베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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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체리시본 작성시간 19.01.05 다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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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계의물리학 작성시간 19.01.06 아 진짜.. 이글보면서 내 감정 자꾸 합리화 하고 싶어진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싶은데 너무 달콤한 시들이네 고마워 글올려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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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늘도잘부탁해 작성시간 19.01.06 너무 좋아 ㅠㅜ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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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Lang lee 작성시간 19.01.07 Tlq 시발개좋아ㅠ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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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지금 이미 모든것이 다 이루어졌다!! 작성시간 25.09.25 너무 좋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