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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문화생활]]널 종교로 삼고 싶어. 네 눈빛이 교리가 되고, 입맞춤이 세례가 될 순 없을까

작성자구미동 구미베어|작성시간19.02.07|조회수7,604 목록 댓글 26

널 종교로 삼고 싶어.
네 눈빛이 교리가 되고 입맞춤이 세례가 될 순 없을까

_이현호, 붙박이창













문법을 배웠지만
너를 알고부터 비문의 세계가 열렸다
지구의를 돌려 어디라도 갈 수 있었다.

_김지녀, 숫자를 배우고부터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좋아지면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저녁이 되면 어렵고,
밤이 되면 저리고,
그렇게 한 계절을
한 사람을 앓는 것이다.

_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가 사라지지 않도록
너의 대열에 나를 끼워주면 안 될까
한 개의 동전이 영원히 구르는 듯한 소리가
너와 나의 사이에서
들리고 있는 것 같은데

_신해욱, 대기자들












그대는 오래 전부터 내게 비밀이었다
내가 밤을 사랑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밤에는 나도 비밀이 되니까
우리는 모두 멀리서 흔들리는 불빛이 되니까

그리하여 밤의 몸과 밤의 살갗과 밤의 온기를
나는 사랑한다.

밤에 그대는 내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우리는 모두 밤이 될 것이다
밤 안에서 우리는 사랑할 것이다.

_김연수, 청춘의문장들












내 생의 슬픔의, 비의의 그리고 환희의 발생 지점
내가 세상에 보낸 길고도 진지한 입맞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

당신은 내 생의 오래된 책갈피
내가 겪은 일들의 전부

_최갑수,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너는 맨발로 걸어와
깊은 발자국을 남겼고

너는 빈손으로도
내 세상을 가득 채워주었고

너는 체취만으로
나를 물들였다

_나선미, 찰나의 무채색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는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_천양희, 너에게 쓴다












네가 사랑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너에게 실패한 것이다
사랑이 네 몸에 들어와서 이 험한 현실을
다 살아내지 못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사랑이 너의 고통을 빌려 몸부림 치고,
너의 슬픔을 빌려 울고,
너의 절망을 빌려 밤을 찢을 때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몸을 잃고 헤메는 사랑에게
가만히 마음을 빌려주는 것이다.

세상에는 아직 아침마다 열리는 창문이 많고
후후 입김을 불며 닦아야 할 거울이 있다
창문을 넘어온 바람이 거울 속에 맺힌 눈물을
데려가는 오후가 있다
슬픈 웃음이 있다.

그리고 책상앞에 앉아 흰 종이 위에
그의 이름을 한 자씩 썼다가,
다시 그 검은 글씨를 하나씩 지우면
하루가 지나간다.

_신용목,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당신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난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음성은 없던 바람에서도 빛깔을 느끼게 했다가,
가끔 눈물겹게도 했다가,
혹은 나의 기승전결을 모조리 뺏어버리기도 했다.

나는 은,는,이,가 처럼
당신 옆에 나를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
그리고 당신의 숨소리에 섞인
음성의 사금을 몇 줌 훔치다가
그 목소리에 내 주파수를 맞춰도 보다가 문득,

이 목소리로 내 이름 한번만
나긋하게 불러주면 나는 더 바랄 것 없겠다고,
내가 다 침몰해도 좋겠다고.

_세이렌, 서덕준
















출처 : 여성시대 구미동 구미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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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dieter rams | 작성시간 19.02.09 와 진짜 감성 충만 ㅠㅠㅠㅠ고마워
  • 작성자무지개가 피는 곳 | 작성시간 19.02.09 하 다 너무좋다ㅠㅠ
  •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진만 볼 수 있습니다.
  • 작성자조병규 | 작성시간 19.02.18 와 진짜 너무 좋아ㅠㅠㅠㅠ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
  • 작성자정수빈의 그녀 | 작성시간 19.03.10 연어하다 왔는데 너무너무 좋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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