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쓸까 했어요
무슨 말로 시작할까 생각했어요
생각을 하다 보니
해야 할 말도 없고
할 수 있는 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었어요.
난 잘 지내기도 하고 못 지내기도 해요, 라는 말도 웃기죠
아무 내용도 없잖아요.
잘지내요? 라는 질문도 이상하죠
못 지낸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잘 지내세요, 도 그래요
사실 난 당신이 좀 못 지내면 좋겠거든요
하지만 그런 소릴 할 수는 없죠.
난 잘못한 것도 없이 우스운 사람이 되어버렸고
이제 와서 그걸 바로잡을 수도 없는데
마음이 어떻든 뭐가 바뀌겠어요.
잔인하죠? 이게 우리의 미래였어요
_황경신, 무거운편지
영원을 걸고 참 많은 것을 맹세했던 그 시절,
우리는 헤어지고 싶지 않았고
우정은 언제나 빛날 줄 알았다.
우주전쟁도 조직원의 배신도 천재지변도 없었는데
우리는 왜 헤어진 걸까?
_고정순, 안녕하다
너를 처음 본 순간 예감했지
나는 이제부터 너로 인해 울게 되겠구나
_이미나, 아이 러브 유
나를 가엾이 여기지 마.
네 가슴속에서 오래 살았잖아
_신경숙, 외딴방
내 생각 곳곳에 네가 있어
그래서 말인데,
네 생각 곳곳에도
내가 아직 그대로라면 좋겠다
_이종찬, 그가 보고 싶다
사랑해
처음부터 그랬었고
지금도 난 그래
우린 아마
기억하지 않아도
늘 생각나는 사람들이 될 거야
그때마다 난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이렇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어
사랑해
처음부터 그랬었고 지금도 난 그래
_원태연, 안녕
숨이 막힌다
간신히 호흡하고 있지만
남들이 열 번 쉴 때 한 번 나오는 숨은
그래봤자 한숨이다.
너와 함께 있으면 너무 많이 행복해서
나는 내가 앞으로 행복할 거라 착각했다
세상의 모든 일 가운데 가장 슬픈 것은
개인에 관계없이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연인과 헤어진다면
세계는 그를 위해 멈춰줘야 한다.
_백영옥,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시 조찬 모임
햇살 좋은 봄날의 오후 푸른 물 가득 고인 하늘엔
꿈처럼 어리는 너의 얼굴
잊었다 여겼던 너의 이름
꽃눈 곱게 뜬 봄길 위에서 서성거리다 붙들리고 만 건
두 발이 아닌 마음의 고백
부러 꾸미지 않아도 자꾸만 지어지는 미소
절로 움직여지는 손가락
쓱 쓱 하늘을 휘저으며 붓질하듯 그려 넣는 추억들
어쩌면 그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그때의 우리를
기억해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살포기 나를 흔들고 떠나던 바람의 말처럼
그래 이젠 인정하자.
네가 무척 그리웠다고 네가 아주 많이 그립다고
김재미, 그래 그립다 하자
세상에서 가장 깊고 아름다울 문장을 생각했다
까만 밤을 강물에 가두어 먹물로 쓰려 했으나
너라는 크고 아름다운 문장을 읽을 만한 사람이
나 말고는 세상에 없을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결심하였다
_공광규, 너라는 문장
너는 꽤 다정한 사람이었다.
서러워도 화가 나도 툭하면
눈물이 먼저 올라와 숨어버리는 나를
가장 먼저 찾아내는 건 항상 너였다.
내가 숨어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화장실이든, 빈 강의실이든,
설령 그곳이 지구 끝자락이더라 해도,
너는 항상 나를 찾아냈다.
눈물로 얼굴을 적신 채로 어떻게 찾았냐고 물어볼 때마다
너는 웃으며 말했다.
아무도 구석에서 울지 말라고 지구는 둥글게 만들어졌다고
그래서 나를 찾을 수 있었다고.
_RADWIMPS, 유심론
어떤 통화는 청진 같다.
울었구나, 알았다.
_이옥토, 내가 사랑하는 겉들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처음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다고
잊어버리며 살거라
_신경숙, 깊은슬픔
무심코 시선이 닿았던 어느 구절에
마음을 빼앗겨 읽었던 책으로부터 사랑을 배웠었다
그것이 얼마나 마음 미어지는 일인지 알면서 나는
어쩌자고 너에게 이다지도 처절하게 마음을 쏟아내었나
끝을 알고 있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_현, 이름
마지막 시는 오랫동안 제목을 못 지어서
못 가져왔었는데, 오늘 가져온 글들이랑 너무 어울려서
그냥 이름이 없는 채로 가져왔어요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출처 : 여성시대 구미동 구미베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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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천국보다낯선 작성시간 19.06.26 구미동 구미베어 너무 좋다....ㅠㅠ 제목 보자마자 마음이 찡하고 울렸어 혹시 여시 글 다이어리에 옮겨적어도될까요? 글이 너무 좋아서 꼭 적어두고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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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구미동 구미베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9.06.26 천국보다낯선 넵!!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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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천국보다낯선 작성시간 19.06.26 구미동 구미베어 고마워요 여시! 글고 잊지않고 알려준것도 넘 고마워요~~~ 좋은밤 보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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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톤 작성시간 20.04.12 너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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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운동가야지 작성시간 23.09.17 구구절절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