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여시들에게 책 추천
파과/구병모
책 소개: 한국 소설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60대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여성 서사를 써내려가며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구병모의 소설 『파과』를 다시 만나본다. 40여 년간 날카롭고 냉혹하게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삼아온 60대 여성 킬러 ‘조각(爪角)’. 한때 ‘손톱’으로 불리던 그녀는 40여 년간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삼으며, 날카롭고 빈틈없는 깔끔한 마무리로 방역 작업을 처리해왔다. 하지만 몸도 기억도 예전 같지 않게 삐걱거리면서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는다.
노화와 쇠잔의 과정을 겪으며,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평생을 되뇌어온 조각의 마음속에 어느새 지키고 싶은 것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버려진 늙은 개를 데려다 키우는가 하면, 청부 살인 의뢰인의 눈에서 슬픔과 공허를 발견한다. 삶의 희로애락을 외면하고 살아온 조각의 눈에 타인의 고통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 조각의 마음에 온기가 스며드는데…….
그러나 류는.
어쨋거나 류만은.
류한테만은 착한 아이가 되고 싶었는데.
인연이라곤 주워진 것뿐이라 해도.
“목적. 글쎄. 내 목적이 뭘까요.”
“사람들은 자기가 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꼭 남더러 갈 곳을 끈질기게 묻더라. 당신 지금 자기가 뭐 하고 있는지 정말 알기나 해? 아는 건 단 하나, 목적지는 몰라도 하여튼 가고 있다는 사실뿐이지.”
당신은 얼마든지 그 사람을 바라보고 생각할 자유가 있어.”
투우는 조각의 어깨를 슬쩍 스쳐 지나가다 허리를 굽히곤 그녀 귓가에 대고 거의 속삭이듯 덧붙인다.
“근데 자격은 없지.”
나를 떼어 보내고 당신 혼자 죽을 작정이라면 차라리 끝까지 함께 가서 지옥에 나란히 떨어지기로. 어차피 우리 모두 조와 아기가 있는 곳에 가기는 글렀으니.
“그럼 나는 사장, 너는 부사장.”
“갑자기 직위가 수직 상승하면 체할 것 같은데요.”
“내가 먼저 죽으면 그다음에 너 사장.”
“그렇게 되면.”
당신을 따라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너도 나도, 지켜야 할 건 이제 만들지 말자.”
미안합니다. 그건 나 때문입니다. 내 눈이 당신을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 눈으로 심장을 흘리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실은 나 자신도 왜 그것이 표적이 될 만한 이유인지 켯속을 모르겠지만 놈은 그게 불만이랍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하나의 존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혼이라는 게 빠져나갔는데도 육신이 더 무거워진다는 것은.
“갈 때가 되면 떠오른다고.”
투우가 두어 번 턱을 까불다 피식 웃자 입안에 고여 있던 피가 흘러 나온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당신은 아직 갈 때가 안 됐다는 거네.”
희미해지던 양치식물의 냄새가 사라지고 그녀는 투우의 눈을 감긴 다음, 역시 무심코 중얼거린다.
“이제 알약, 삼킬 줄 아니.”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그래서 아직은 류, 당신에게 갈 시간이 오지 않은 모양이야.
여샤들 하이 이 책은 이주 전에 빌려도 다 읽지 못했다가 연체되서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어 오늘!!!! 너무 재밌고...
조각과 류의 관계성, 그리고 투우가 조각에게 가진 감정선들이 신비롭고 좋아서 이렇게 글을 써봐 사실 스토리상 스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은 뺐어
사실 60대 노인이라는 점에서 살인자의 기억법과 비슷한 연장선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저 책 남동생 빌려줬다가 군대에서 잃업림ㅋㅋㅋㅋㅋㅋ 개빡치네... ㅎ
그럼 여샤들 내일도 주말도 좋은 날들 보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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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bury a friend 작성시간 19.06.21 류랑 조각 장례식후에 둘이 잔거맞아..? 거기서 파사삭...투우는 너무 혐오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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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여시들에게 책 추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9.06.21 잤다고? 나는 전혀 그런 생각 안 했는데 조각이 그냥 짝사랑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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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bury a friend 작성시간 19.06.21 아무리봐도 잔거같애 같이 이불덮고 누워있는장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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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여시들에게 책 추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9.09.05 어딜봐서큰총 wow... 그런 표현인 줄 몰랐네 알려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