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문화생활]]언젠가 네가 나의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6번이나 보았다고 했을 때, 그때 나는 깨달았어
작성자불에 절인 위스키작성시간22.01.11조회수4,505 목록 댓글 18출처 : 여성시대 불에 절인 위스키
있지, 내가 엄청나게 늦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라면 믿겠어? 난 무섭도록 방어적이고 외로운 사람이거든. 서로가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일이 있다고는 믿어. 하지만 난 필히 그 과정 속에서 널 끊임없이 의심하려 들고 시험하려 들거야. 못됐지. ‘얘가 진짜 나를 사랑하나? 얘가 정말 진실된 사람인가?’ 그건 네가 돈이 많고 적고를 따지는 속물적인 일이 아니라 정말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따지는 일이야. 세상엔 돈 같은 게 없어도 스스로 반짝 반짝이는 사람이 있거든. 난 그런 진실된 사람을 원해. 그 과정 속에서 분명 나는 너를 힘들게 할거야. 마음대로 연락을 끊어버리기도 하고, 차가워지기도 할거야. 하지만 그 모든 긴 긴 의심을 견뎌낸 끝에 넌 날 차지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런 과정이 없다면 나는 널 사랑하지 않는거야.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욱 조심스럽지 않은 법이거든. 난 널 사랑하기에 더욱 멀리서 바라보고 조심스러워지는 거야.
그랬던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이었어. 언젠가 네가 나의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6번이나 보았다고 했을 때, 그때 나는 깨달았어. 네가 진짜 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네가 나를 좋아하는 모습이 이렇게도 진심이구나. 한 달 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공항에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을 보고도 그 감정을 느꼈어. 손이 다쳐서 깁스를 한 네가 내 캐리어를 들어주겠다고 40분 거리를 온 날. 학생이라 차도 없는 애가 지하철을 타고 30분 동안이나 그 공항에서 나를 기다렸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이상했어. 나를 기다리면서 무슨 기분이었을까. 얼마나 내가 보고싶었으면 철컹거리고 불편한 지하철을 타고 와 캐리어를 들어줄 생각을 했을까. 그때부터 나는 널 생각하면 눈물이 났어.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감정, 혹시 무슨 감정인지 알아? 언젠가 네가 어린 시절 썰매를 타고 놀고 있는 영상을 올린 적이 있어. 영상 속 너는 천진난만하고 웃는 모습이 지금과 비슷했지. 다만 지금보다 좀 더 서툰 영어로 즐겁다는 말을 마구 뱉었어. 어린 시절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남 몰래 영어 연습을 열심히 했던 그때의 네 모습이 떠오르면서 엉엉 울었어. 지금 너는 유창할 정도로 영어를 잘 하는 멋진 대학생이 되었는데 말이야. 이렇게 작은 아이가 커서 나에게 와주었구나, 애틋하고 슬픈 마음과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들면서 눈물이 났어.
네가 그랬지. 살면서 누군가를 이만큼 좋아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그래서 너 조차도 네 감정이 무섭고 그저 네가 할 수 있는 말은 네가 상상이상으로 나를 좋아한다는 것, 그거 하나 뿐이라고. 널 사랑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를 받고 네가 엉엉 우는 모습을 봤을 때 나는 도대체 내가 너를 얼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 퍼도 퍼도 줄어들지 않는 바다 처럼 내 사랑은 너무 커서 감히 줄어들 수 없다고 생각했어. 너라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 너무 사랑한다 생각했어.
그렇게 나는 너 덕분에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어.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각보다 너무나 복잡하구나. 가까워 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신중해하는 마음, 그리고 마침내 그것을 확인했을 때의 마음, 만나고 있는 중에도 서로가 너무나 애틋해서 매일 눈물 흘리는 마음. 그 모든 감정이 사랑이라 생각했어. 내가 너를 진짜로 사랑하고 있구나. 그때 나는 깨달았어. 나는 너를 정말 사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