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불에 절인 위스키
<깊은 불면과 체리 주스>
의사에게 체리 주스를 처방받았다
요새는 악몽을 많이 꿔요
의사는 말한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읽어 보셨어요?
그러니까 누구나 그런
악몽을 자주 꾼다는 얘기
실험에도 나온 유명한 이야기예요
그런가요
어쨌든 저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악몽은 싫은데요
체리 주스 먹으시면 나아요
얼떨결에 양손에 쥐어진 체리주스
요새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나요?
주스로 악몽을 퇴치 할 수 있어요?
네 그럼요
체리 주스를 자기 30분 전에 먹으면
좋은 꿈을 꾸실 수 있어요
어떤 꿈이요?
꿈에 체리가 나오나요?
체리가 구름 속을 둥둥 떠다니는 꿈인가요?
바닷가에 앉아 책을 읽는 꿈을 꿀 수도 있나요?
네 그럼요
일단은 체리 주스 먹어보세요
그리고 트랄린
그 약의 용량을 좀 늘려봅시다
그럼 악몽을 안 꿀 수 있나요?
그럼요
일단은 체리 주스 먹어보세요
자기 전 체리 주스를 먹었다
그리고 진짜로
악몽을 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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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병원을 찾았고 나는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다. 내가 첫손님이었고 의사선생님은 진료시간이 아님에도 나를 일찍 불러 진료를 하셨다.
"제가 좀 일찍 왔죠?”
“괜찮아요. 일찍 오면 여유롭게 진료할 수 있으니까요.
앉으세요."
나는 요새들어 악몽을 많이 꾼다는 얘기를 했다.
"저 진짜 그런거 싫어하거든요. 폭력적인거. 영상도 싫어하고 행동도, 말도 다 싫어해서 평소에는 좋은 것만 보려고 노력해요. 외면하고. 그러니까 현실에서 그런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원래는 안 그랬는데 그렇게 악몽을 꿔요.”
의사 선생님은 웃음을 보였고 갑작스레 신이나서 이런 저런 말씀을 시작하셨다. 프로이트의 꿈이야기 들어보셨어요? 꿈을 연구하는 학파론이 많은데요. 융학파가있고 프로이트 학파가 있어요.이 학파들이 어떤 실험을 했는데요(…) 그러니까 꿈이라는게 원래 그래요. 현실에서 있을 일을 대비하기 위해 꿈을 통해 미리 이런저런 연습을 하기도 해요. 그래서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도망가는 꿈을 많이 꾸고. 힘든 꿈을 많이 꿔요. 위험 상황을 대비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러는 거예요. 걱정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자주 일어나는 일이에요.
음. 그렇군. 이건 그닥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시험기간이라 이러는 걸까? 그래서 평소에 억누르고 있던 압박이 꿈에서 발현되는걸까? 어쩌면 평소에 일부러 보지 않으려 노력해서 오히려 무의식 중에 그런게 발현되는 것일수도 있다. 리베카 솔닛의 책에서. 특히나 여성들이 쫓고 살인 당하는 꿈을 많이 꾸는 이유는 실제로도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방어를 취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시뮬레이션을 돌림으로써 방어하려고. 요새들어 정말 내 스스로가 무서울 정도로 내 꿈이 무서웠고, 그것은 너무나 큰 고민이었기에 병원을 찾았는데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흔하게 겪고 있다니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선생님은 기존에 복용하던 약의 용량을 늘려보자는 말을 했다.그리고 잠을 잘 오게 해주는 체리주스를 받았다.
“잠자기 30분전에 먹으면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주스예요.”
좋은 꿈을 꾸게 해주는 체리주스? 이런게 정말 존재하나? 세상이 고작 체리로 악몽을 해결할 수 있을만큼 좋아졌단 말이야? 모르겠다. 진짜인지는 오늘 먹어봐야 하는 일. 이왕이면 체리가 둥둥 하늘에 떠다니는 꿈이었으면 좋겠다. 체리 주스, 체리 주스. 묘하게 상큼하고 귀엽다. 좋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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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꾸준히 정신과를 다니고 있는데 , 요새들어 악몽을 너무 많이 꾸는 거 있지.. ㅎ 그래서 병원가서 말했다가 겪은 일을 소재로 쓴 시야. 체리 주스 먹은 날은 이상하게 악몽을 안 꾸는데 이게 진짜 효능인지는 모르겠어 ㅋㅋ
암튼 악몽꾸는 여시들이 모두 좋은 꿈이 꾸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