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갈근탕
<9/5 욜링암>
몽골의 아침은 정말
정신이 번쩍 들게 청량하고 아름다웠음
죽었다 깨나도 아침형 인간은 못 되는 내가 몽골에 있는 동안은 내내 아침형 인간 그 자체였는데
자연의 시간에 맞춰 살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인 것 같음
전기가 귀하니 그냥 어두워지면 자고 게르 천장으로 빛이 새어들어오니 해가 뜨면 눈을 뜨게 되는ㅋㅋㅋㅋㅋ
그리고 눈을 반쯤 뜨고 나왔을 때 이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면 절로 눈이 번쩍 떠지는 것임ㅇㅇ
게르에서 나오기 전 너무 신기해서 찍어봄
무슨 이세계로 가는 문 같음;;
진짜 말도 안 되는 자연이 문만 열면 펼쳐짐
캠프를 정리하고 다시 다음 목적지인 욜링암으로 출발
낙타가 길막하는 몽골
낙타가 길막을 하는 진풍경에 텐션 미친듯이 올라감ㅋㅋㅋㅋㅋ
노래부르는 건 그냥 무시 부탁^^;;;
가는 길에 도시에 들리게 됐는데 피자를 먹을 수 있단 소리에 만장일치로 피잣집 ㄱㄱ
문명에서 고작 하루 떨어져있었다고 피자와 콜라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음ㅋㅋㅋㅋㅋㅋ
사진을 드럽게 못 찍긴 했는데 내가 먹어본 피자 치즈 중 진심 탑 5 안에 들었음
몽골이 괜히 유제품의 나라가 아님;;
도시에 들린 김에 우리는 빠르게 아아를 마시고 가기로 함
고작 하루 안 마셨을 뿐인데 우리 친구들은 모두 아아 염불을 외는 중이었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드디어 손에 쥔 아아
무슨 맥주 먹듯 축배를 듦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딜가든 색감이 참 예쁜 몽골의 도시
몽골의 파란 하늘이랑 너무 찰떡같이 어울림
배도 채우고 카페인도 수혈하고 다시 달려 도착한 욜링암
욜링암은 독수리와 야생동물들이 많이 사는 협곡인데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물이 진짜 아름답고 장엄함
그 압도적인 느낌은 정말 직접 겪어야 알 수 있음
진짜 어렸을 때 제주도에서 체험 잠깐 해본 거 빼곤 처음 탄 말
욜링암에서는 보통 승마체험을 하는데 협곡에 들어갈 때 말을 타고 들어가서 좁은 협곡은 말을 세워두고 걸어서 들어감
그리고 다시 말을 타고 돌아오는 코스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마장 직원들이 앞에서 줄로 연결해서 끌어주는데
나는 왜인지 처음부터 그냥 혼자 타게 둠;;
어리둥절하긴 한데 나는 이상하게 말이 처음부터 너무 친근하고 걍 탈만했음ㅋㅋㅋㅋㅋ
(이때부터였나요, 제가 말에 빠진 것이....)
그리고 나중에는 아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달려보기까지 했는데
그 푸른 대자연 속에서 말 타고 달리던 그 순간을 못 잊어서 한국와서 승마를 시작하게 됨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결국 말만 타러 테를지까지 다녀오게 되는데....ㅎㅎㅎㅎ
그건 고비사막 다음에 풀어보겠음ㅇㅇ
카메라에 진짜 안 담기지만 대충 열심히 찍어본 사진들
돌을 얹고 주위를 세 바퀴 돌며 소원을 비는 몽골의 서낭당 '어워'
욜링암 뿐 아니라 그냥 초원 곳곳에서 볼 수 있음
독수리 계곡이라는 별명답게 독수리들이 저 멀리 날아다니는 욜링암
그림 같은 욜링암을 뒤로 하고 다시 달려 도착한 두 번째 게르
짐 풀고 밥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열심히 바람 넣어 세팅해본 빈백 단체샷ㅋㅋㅋㅋㅋ
근데 저거 생각보다 바람 빨리 빠지고 불편해서 결국 그냥 다이소에서 사온 파란 돗자리 깔고 누움ㅎㅎㅎㅎ
한국에서부터 사갔는데 후회했던 템
근데 우리가 뭔가 잘못해서 그런 걸 수도
저녁은 닭볶음탕
고기는 싫어하지만 국물맛은 좋아하는 아재 입맛
신나게 감자와 밥 비벼먹고ㅋㅋㅋㅋㅋㅋ
2차
평소에 술을 거의 안 먹는데도 저기서는 하루에 맥주 반 캔 정도는 마셨던 듯
한국에서 가져간 마른 안주가 빛을 발함
이 날은 캠프파이어 날이었는데
사진은 없지만 여기서 또 3차 술판이 벌어짐
보드카만 2병은 깐 것 같은데....
난 술을 안 마셔서 모르겠지만 다들 매우매우 신이 나서 마셔댐ㅋㅋㅋㅋㅋㅋㅋ
캠프파이어에 빠질 수 없는 마시멜로 구이
그리고 여전히 너무너무 아름다운 몽골의 밤하늘
게르와 몽골의 밤하늘
그냥 그림이다 그림;;;;
몽골뽕이 맥스로 차올라 벅찬 가슴을 안고 밤자리에 들려고 했는데....
이 날 밤이 진짜 고난과 역경이었음
전날 게르가 그냥 춥기만 했다면 이 날은 불을 떼주셨는데 안에 넣어둔 뗄감이 다 타고 나서도 대체 어디에 불이 붙은 건지
불이 꺼지질 않고 끊임없이 검은 연기를 뿜어냄ㅋㅋㅋㅋㅋㅋ
별 본다고 밖에 있다가 그 검은 연기에 질식할 것 같아서 게르로 들어왔는데 게르 안은 거의 건식 사우나화 되어가고ㅋㅋㅋㅋㅋ
매캐한 공기가 우릴 싸악 감쌈ㅋ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해보고 싶었으나 이미 너무 깊은 새벽이라 다들 자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문 열고 잠ㅋㅋㅋㅋㅋㅋㅋ
문단속한다고 자물쇠 사고 어쩌고 한 게 머쓱할 정도로 문 열어놓고 무신경하게 잠만 잘 잠ㅎㅎ(여시들은 그래도 그러지 마, 뭔 사고가 날지 모르니께)
그 날 마신 유독가스 때문에 수명 1년은 줄었을 듯ㅋㅋㅋㅋ
불을 뗐다면 반드시 모두 잠들기 전에 최종 점검을 해보기를...ㅎㅎㅎㅎ
<9/6 홍고르 엘스>
대망의 홍고르 엘스 데이
홍고르 엘스는 우리가 흔히 고비사막이라고 부르는 그 모래 사막임
고비 사막은 사실 훨씬 광범위한 지역을 일컫는 말이고 딱 저 모래 사막만 지칭하고자 한다면 홍고르 엘스가 맞음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기압차로 빵빵해진 과자봉지 한 번 찍고 짐을 정리함
이렇게 과자 봉지가 터질 듯 빵빵해진 건 중국 샹그릴라 이후로 처음 봤음
몽골은 평균 해발고도가 1,580m인 고원지대인데 쉽게 비교하자면 한라산 최고봉 해발고도가 1,950m이니 대충 한라산 상부에 있는 셈
이제 매일매일 짐싸고 숙소 옮기는 것도 익숙해져서 다들 프로 봇짐러가 됨
비록 간밤에 지옥불을 경험하게 해주었지만 그것도 다 추억이라며 정신승리하고 기분좋게 떠남ㅋㅋㅋㅋㅋ
저 멀리 보이는 운해
바다가 있을 리가 없는데 꼭 바다 같아서 너무 신기했음
오지의 고속도로에 가면 꼭 찍어야 하는 고속도로샷
그치만 남들 다 하는 건 또 다 이유가 있다고
사진 지인짜 잘 나옴
몽골여행 필수사진22222
푸르공과 나^^
대충 찍어도 진짜 몽골감성 + 로드트립 감성 미쳤음;;
단체 사진 맛집이기도 한데
모두의 인권을 위해 사진은 올릴 수 없지만
마치 청춘된 것 같고 그런 느낌의 사진을 건질 수 있음ㅋㅋㅋㅋㅋㅋㅋ
가는 길에 마트도 한 번 들렸는데 마트가 무슨 영화세트 같은 것임;;;
색감 미쳤고 하늘이랑 아스팔트랑 그냥 뭐 일부러 디자인 하래도 이렇게 하기 힘든 완벽한 색감과 구도(본업 디자이너의 직업병;;)
허세 부리면서 사진 찍기도 좋음ㅎㅎㅎ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다시 출발하는데...
우리를 막아서는 엄청난 낙타떼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나 싶었음;;
어메이징 다이나믹 몽골
여태까지는 일단 관광지를 먼저 가고 일정이 끝나면 숙소로 이동했는데 이 날은 숙소를 먼저 감
홍고르엘스 등반이 너무 한낮엔 더워서 힘든데다가 그 위에서 선셋을 봐야해서였음
아니 그런데
숙소가 미쳤음
묵었던 모든 게르 중 단연 최고
다 필요 없고
"매점"이 있음;;;;;;;
매점을 본 우리는 눈이 돌아가 바로 맥주를 한 캔씩 손에 들고 나옴
딱 이 짝이었음ㅎㅎㅎㅎㅎ
사막에서 시원한 맥주라니 이건 진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치 그 자체
술 안 먹는 나조차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게 만드는 매직ㅋㅋㅋㅋㅋㅋㅋ
한국에서 가져온 마른 안주 곁들여 야무지게 먹고나서야 럭셔리 캠프를 둘러보기 시작함ㅋㅋㅋㅋㅋㅋ
너무 이쁨
길도 닦여 있음;
딱 봐도 깔끔한 게 그간의 게르들과는 다름
여행자들을 위한 게르캠프라 최대한 여행자들 입맛에 맞춘 느낌
심지어 공용 샤워장과 신식 화장실도 있음
(참고로 여태 묵은 게르들에는 샤워장 없음, 도시 지나갈 때 공용 목욕탕에서 한 번 샤워한 게 다였음^^;;)
그리고 식당 게르
항상 그냥 우리 게르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는데 여기는 공용 식당 게르가 따로 있음
겁나 잘 갖춰진 주방;;
심지어 감성까지 있음;;
물론 여행자들이 맘대로 써도 되는 주방은 아님
허락받고 사진만 찍음ㅋㅋㅋㅋㅋㅋ
점심 메뉴는 볶음밥
뼛속깊이 한국인인 우리는 볶음밥은 국물 없이 먹을 수 없다며 한국에서 가져간 고형국 중 육개장을 개봉함
그냥 물만 부으면 되는 건데 이런 거 가져가면 쏠솔하게 먹을 수 있음
그리고 이 캠프는 위치가 미쳤음
홍고르 엘스 뷰
진짜 봐도봐도 신기해서 계속 멍청하게 와..... 이러면서 턱 빠진 채 다님ㅋㅋㅋㅋㅋ
밥먹고 좀 쉬다가 드디어 홍고르엘스로 이동
너무 신기했던 게 모래사막 바로 밑은 저렇게 얕은 강이 형성되어 있고 세상 푸릇푸릇함
어떻게 저렇게 경계져서 한쪽은 모래 사막 한쪽은 늪과 초원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저 강의 물은 지하에서 공급되는 물이라고 함
아무튼 너무너무 비현실적이고 아름다운 홍고르 엘스
이건 진짜 내가 찍었지만 너무 그림임;
사막과 초원, 그리고 모래 위를 걷는 흑마라니
약간 초현실주의 그림같음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인데 영상 드럽게 못 찍음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현장감은 있으니까^^;;
이제 낙타타러 ㄱㄱ
요즘은 다 이렇게 오토바이나 차로 동물들을 몰더라
유목민 분들 오토바이 타고 동물 모는 거 진짜 힙함
유목민 분들은 이렇게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음
아주 자연 친화적이고 과학적임
기다리는 동안 아주머니가 주신 낙타치즈
엄청 신데 나는 그냥저냥 먹을만 했고 나머지는 못 먹었다ㅋㅋㅋㅋㅋ
한국인 입에는 너무 신맛임
드디어 낙타 탑승
이때 첨 알았는데 낙타 혹은 딱딱하지 않닼ㅋㅋㅋㅋㅋㅋ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혹 안의 지방을 많이 쓴 상태면 흐물거리면서 흔들림
개인적으로 낙타의 승차감은 내 취향이 아니긴 했는데 낙타 자체는 너무 귀여움
낙타를 타고 홍고르엘스 입구까지 가는데 여기부터 이제 등반 시작임
위에서 타고 내려올 썰매 하나씩 들고 호기로운 단체사진
이때는 아직 몰랐지....
그 정도로 힘들줄은.....ㅋ
10분의 1도 못가고 바로 만신창이로 누움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짴ㅋㅋㅋㅋㅋㅋㅋ
1보 전진에 3보 미끄러짐
모래라 발이 푹푹 빠지니까 진짜 이건 극기 훈련이 따로 없음
게다가 고원 지대라 호흡도 너무 가쁘고 허벅지 터질 거 같고 아주 난리난리ㅎㅎㅎㅎㅎ
중간중간 진짜 포기 생각 200번은 했는데 이 악물고 올라감
사막에 끌려온 노예들처럼 고개 숙이고 터벅터벅 올라가는 행렬ㅋㅋㅋㅋㅋ
마지막 힘을 다 쥐어짜내서 마지막 몇 걸음 올라가는 중ㅋㅋㅋㅋㅋ
정산에 도착하자마자 드러누웠는데 박수갈채가 쏟아짐ㅋㅋㅋㅋㅋ
등반이 워낙 힘드니까 사람들이 서로 몰라도 그냥 누가 정상에 올라오면 박수쳐줌ㅋㅋㅋㅋ
훈훈
겨우겨우 앉을 수는 있게 되었으나 진짜 철푸덕 앉아있는 게 한계ㅋㅋㅋㅋㅋ
그리고 조금 정신 차리니 눈에 들어온 풍경은 진짜
살면서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은 경이로운 광경이었음
이걸 위해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잘했다 나야
하며 열심히 눈에 담음
고비사막 등반 완주 인증샷
내려올 땐 들고 올라갔던 썰매를 타고 순식간에 내려왔는데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어서 그런지 그 누구도 사진이든 영상이든 찍은 사람이 없음ㅎ
그만큼 진짜 순삭으로 내려오긴 했음
올라갈 땐 억겁의 시간 같았는데ㅋㅋㅋㅋㅋㅋ
내려와서 모래투성이가 된 몸뚱아리를 씻으러 샤워장으로 ㄱㄱ
근데 모든 사람이 그 타이밍에 순차적으로 씻어서 그런지
물이 진짜 겁나 쫄쫄쫄 나와서 씻는데 오백년 걸림
우리팀에 바가지를 가져온 사람이 없었다면 천년 걸렸을 듯;;
접을 수 있는 바가지가 있던데 그거 들고 가면 물 쫄쫄 나올 때 아주 큰 도움이 됨
모래를 대충 다 씻어내고 맞이한 부대찌개
와 진짜 살면서 먹은 부대찌개 중에 제일 맛있었음
개고생을 하고 먹어서 그랬는지 그냥 맛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개꿀맛
그렇게 야무지게 부대찌개까지 먹고 제일 빡셌던 3일차(투어 기준)를 마무리 함.
여시들이 압축하지 말래서 설명충처럼 풀었더니 개 김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담 편에서 고비사막은 마무리 하도록 하겠음
고비사막 막편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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