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롤리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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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민사까지 끝내고 나서 후기 찌려고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 기억력도 흐려져서 제대로 된 정보전달을 못할것 같기도 하고..또 자게에 관련글 썼는데 비댓 되게 많이 달리더라고. 연어하는 여시들이 정말 많더라. 그래서 그냥 어차피 후기쓸꺼 빨리 써야할 필요성을 느꼈어. 내 경험과 지식이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이야
1. 사건 발생
가해자와 나는 직장동료관계야
같은 부서 사람들끼리 워크숍 비스무리하게 숙소 잡아서 1박2일 놀러갔어. 일정 다 끝내고 다른 사람들은 다 집으로 갔고, 어쩌다보니 가해자와 둘만 남아 있었어.
난 몸이 안좋아서 먼저 가라고 하고 숙소에서 쉬고있었고, 가해자가 갑자기 숙소에 뭐 찾을 거 있다며 들어오더니 혼자 개소리(너랑 하고싶다) 하다가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그대로 덮쳤어.
자고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바로 저항했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면서 소리지르고 막 발버둥치니깐 그때서야 정신차렸는지 놔주더라.
추행수위가 어땠나고 많이들 물어보던데, 그냥 저게 다야. 키스 같은건 없었고, 중요부위 터치도 없었어. 누워있는 나를 처음엔 일으켜 안으려 하다가, 그 과정에서 저항하자 올라타고 꼼짝 못하게 제압했어(2~3분 정도). 제압하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팔뚝을 잡고 눌렀다가 어깨를 눌렀다가 하는 추행이 있었어
2. 경찰단계
이후 가해자는 미안하다고 한 뒤 급하게 허겁지겁 차 타고 도망갔고, 난 30분정도 멍하게 있다가 정신차리고 112에 신고했어. 신고하니깐 경찰차가 왔고, 경찰이랑 같이 서로 이동해서 고소장 작성하고 피해자 진술조사까지 끝냈어.
경찰서에서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 진술조서는 문답형식이야. 형사가 물으면 피해자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형사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하면 돼
Q. 피의자와는 무슨 관계였나요?
A.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였어요.
*여기서 팁*
고소장은 간결하게 쓰자
경찰서 가면 제일 먼저 위의 고소장을 작성헤야 해
고소장 작성 후엔 피해자 조사까지 힌번에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일단 고소장만 제출하고 귀가한 뒤, 피해자 조사는 다른 날에 할 수도 있어(난 당일 한꺼번에 후루룩 했어)
경찰이 피해자조사까지 끝내고 나면 이젠 피의자를 조사하기 위해 피의자에게 소환장을 보내. 소환장을 받으면 그새끼들이 제일 먼저 하는 게 뭐냐면 정보공개청구해서 피해자가 쓴 고소장을 확보해. 고소장 보고 인터넷에 글도 쓰고 로톡에 변호사상담하러 다니지
어차피 피해자가 쓴 고소장은 가해자가 조사받기도 전에 가해자에게 공개돼. 그러니깐 고소장 안에 너무 정보를 많이 욱여넣지 않는게 좋아. 상대방이 읽고 방어를 할 수 있잖아.
무슨 일인지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조사받는 거랑, 피해자가 뭐라고 주장하는지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조사받는 거랑, 어떤 상황에서 상대가 더 방어를 잘 할 수 있을까? 당연히 후자겠지?
가해자가 조사 전에 열람할 수 있는 건 고소장 하나고, 피해자 진술조서나 제출한 증거자료는 열람을 할 수 없어.
조사실에서 수사관과 면담한 내용들은 진술조서에 기록이 되거든. 그래서 이때 최대한 자세하게 대답하는게 좋아. 증거자료도 같이 제출하면 돼. 참고로 난 증거로는 이렇게 제출했어
- 범행 이전 친구와 나눈 카톡(가해자 무서워 여기로 와줘 등)
- 범행 이후 친구에게 추행사실을 알린 전화내역(갤럭시 자동녹음 만세)
- 범행 이후 가해자의 사과카톡
(추행에 대한 언급 없음. 그냥 미안합니다가 끝)
은밀한 공간에서 둘이 있었을때 발생하는 성범죄 특징상 직접증거(cctv) 같은 건 없는게 대부분이야. 나도 추행장면이 담긴 cctv 이런건 당연히 없었어. 행위에 대한 언급도 없이, 그냥 밑도끝도 없는 미안합니다 카톡 하나만 달랑 갖고 있었고. 대신 범행 전 후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고, 그 기록들을 증거로 제출했어. 이런것도 전부 정황증거로 인정되니 제출하면돼.
실명을 사용하자
성범죄의 경우 조사받을때 가명 쓸 거냐고 묻는데, 웬만하면 그냥 실명으로 조사받는게 나아. 나처럼 가해자가 면식범이면 가명이 별로 의미가 없기도 하고, 또 이후에 있을 형사사법포털에서 가명으로 조사받았으면 조회가 안되거든. 불편해.
자, 조사까지 마치고 나왔어
그럼 먼저 정보공개청구해서 내 고소장과 진술조서 확보해놔. 이거 왜 확보해놔야 하는지는 나중에 설명할게
이제부터 기다림의 시간이야
원래 소송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하잖아? 그냥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해. 기다리다 못참겠으면 경찰에 전화해서 어떻게 됐냐, 어디까지 진행됐냐 한번 물어보고
대신 너무 자주 전화해서 물어보면 형사님들 짜증내니깐 조심! 그분들도 업무가 굉장히 많으셔..
보통 3개월 정도 걸리니깐 그냥 기다려
난 얼마나 걸렸냐고? 난 경찰조사에서만 10개월 걸렸어ㅋ
왜냐면 가해자가 회사 퇴사 후 연락처 바꾸고 연락 다 씹고 잠적했거든..
괜찮아. 오히려 더 좋아. 이런 경우엔
영장실질심사 해서 구속수사로 전환돼
그 왜, 뉴스에서 영장실질심사 얘기 많이 들어봤을거야. 가장 최근엔 유아인도 받았었지
보통은
- 피고인이 증거를 은멸하거나 도주우려가 있거나 (유아인)
- 피해자에 대한 합의종용, 2차가해가 심각할 경우(친족간성범죄 등)
- 피고인의 죄질이 너무 안좋아서 빨리 구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의제강간 등)
에 구속영장 받고 구속수사로 전환돼
우리나라는 불구속수사가 원칙.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그러니깐 쟤는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는데 내사건은 왜 구속수사 안되지 불안해하면 안돼. 불구속이 어쩌면 당연한 거니깐. 성범죄의 경우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경우는 전체의 7% 정도밖에 안돼. 대신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인용될 확률은 80% 정도야. 유아인은? 나머지 20% 안에 들어간 거..
자, 인고의 기다림 끝에 송치(불송치) 됐다는 연락을 받았어
*여기서 팁*
가해자가 무슨 주장을 하고 있냐 슬쩍 여쭤봐
가해자는 공판이 시작되면 피해자가 뭐라고 주장하는지, 뭐라고 하고있고 무슨 증거를 갖고 있는지 전부 열람 가능해.
하지만 피해자는 가해자가 뭐라고 주장하는지 몰라. 열람복사신청을 해도 가해자의 방어권을 이유로 대부분 불허돼. 그러니깐 우리는 이 단계에서 경찰한테 물어봐야해. 가해자가 뭐라고 주장하는 지. 죄를 인정하는지 아니면 부인하는지.
송치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형사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면서 가해자가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지 슬쩍 물어봐. 수사기밀이라 안 알려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
가해자가 인정했다/인정하지 않았다 정돈 얘기해주시더라고
3. 검찰 단계
경찰이 송치했으면, 이제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 담당검사도 배정되고, 형제000 이라는 새로운 사건번호도 받게 돼
이제 검사실에 전화할 필요없이, 저기 적혀있는 형사사법포털(킥스)이란 사이트에서 검사님이 내 사건을 어떻게 처분하셨는지 검색해 볼 수 있어
(가명으로 조사받았으면 조회 안돼)
*이 때 피해자가 해야 할 일*
엄벌탄원서를 쓰자
가해자가 엄벌받길 원하면 엄벌탄원서는 필수야. 진짜진짜 무조건!!!
Q.엄벌탄원서 언제 제출해야 해?
A. 아무때나 상관없어. 어떤 단계서 제출하든 피해자가 제출한 모든 자료는 전부 편철돼서 검찰한테 가고, 법원까지 올라가.
Q.엄벌탄원서는 얼마나 작성해야 해?
A. 가해자가 ㅈ되길 바라는 만큼. 많이 쓰면 쓸수록 좋아. 최소 경검법 단계별로 한부 이상씩은 제출해야 해.
Q. 엄벌탄원서엔 무슨 내용 써야 해?
A.
-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피해자의 삶이 어떠했는지
- 사건의 경위(참고했으면 하는 것 위주로 간략히)
- 사건으로 인해 입은 피해 (정신적,신체적 피해등)
- 2차 피해(가해자의 연락,합의 종용등)
- 경찰, 검찰, 법원에 반드시 전하고 싶은 말
- 가해자를 엄벌해야 하는 이유
정도 적으면 돼. 워드든 손글씨든 상관없어. 분량도 상관없긴하지만 A4로 보통 1~2장 정도로 적으라고 해.
Q. 가해자랑 합의의향 있긴 한데, 그래도 엄벌탄원서 써도 돼?
A. 전혀 상관없어. 오히려 피고인이 압박받아서 피해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하기 더 쉬워
Q. 어떻게 보내야 해?
A. 변호사 통해서 제출하거나 아니면 직접 제출해도 돼.
직접 제출하는 경우엔 신분증 사본 한 장 동봉하고 봉투에 해당 경찰서/검찰청/법원 주소 적으면 돼
예)
서울 ㅇㅇ경찰서 여청수사 1팀 귀중
ㅇㅇ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수사부 귀중
서울 ㅇㅇ지방법원 형사1단독부 귀중
그렇게 엄벌탄원서를 쓰고 킥스에 조회도 해보고 또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면 1301에서 검찰 처분 결과를 문자로 보내줘 기소인지 불기소인지
물론 기소하기 전에 경찰수사가 너무 부실하거나 하면 다시 보완수사하라고 경찰에 내려보내기도 하고
사건이 경미해서 서로 간 합의하고 종결할 필요성이 있을 때엔 형사조정이 열릴 수도 있어.
이 모든 게 끝나고
피고인의 주장이 신빙성있고 죄가 없다 판단되면 불기소를,
고소인의 주장이 신빙성있다 판단되면 검사는 기소를 하게 돼. 기소는 구약식과 구공판으로 나뉘어.
구약식은 가해자가 죄를 지은게 확실하나 그 죄가 경미해 벌금으로 끝내도 되겠다 싶을때 하는거고
구공판은 가해자가 죄를 지었고, 그 수위가 무거워 검사가 징역을 구형하고 싶을때 구공판에 회부하는 거야.
구공판에 회부됐다? 이제 7부능선 넘은거..
가해자는 이제 ㅈ된거지
너무 길어져서 여기서 한번 끊을게
공판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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