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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절에서 살고 있는 여시의 인생 이야기 #10_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작성자얄리얄리얄리얄|작성시간23.12.31|조회수8,737 목록 댓글 30

출처 : 여성시대 (얄리얄리얄리얄)

 



오랜만에 쓰는 글. 

 

마지막 쓴 글로 부터 벌써 9개월이나 지났네 

 

 

난 아직 절에 살고 있고, 벌써 3년이 다되어 간다 ㅎㅎ



 

얼마전 지금 정토회 대표 소임을 하고 계신 분의 

수행사례담을 들을 일이 있었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꾸준히 내 마음의 길을 닦으면(수행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사례담을 듣는 순간이 따뜻하고 소중했다. 

 

사례담 -> 

https://m.jungto.org/haengja/view/82538





나의 2023년은 어땠을까. 

 

올 한해 나의 성과는



나는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구나. 
내가 나를 참 싫어하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는 것.

++++++++++++++++++++++++++++++++++++++++++++++++++

 

아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고 한다.




나는 이 곳에서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

 

내가 외면하고 있던

나의 모습들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오늘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  😊

 


+++++++++++++++++++++++++++++++++++++++++++++++++++++++++++++

#1 우울증

 

멀리서 보는 나는 

 

밝고,

장난끼 많고,

똑부라져 보이는 사람이다.

(내가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ㅋㅋ)

 

 

현재 나는 신경정신과에서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이곳에서 내 안의 불안을 발견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나의 심리적 기저에 우울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2년 정도 치료를 받다가 약을 끊고 

상담만 받고 있었는데 

얼마전 다시 약을 먹기 시작했다. 

 

 

다시 약을 먹는다는 것이 싫었다. 

내가 우울증이 있다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얼마전 스님께서 무슨 병원에 가냐고 물었는데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눈치보며 쭈뼛거리는 내 모습이 싫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데

 

다른 사람이 내 상황이었으면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해 주었을텐데 

 

 

나는 나를 싫어하고 다그쳤구나 생각이 들었다.

 

말하고 싶지 않았구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신경이 쓰였구나,

그럴 수 있어 괜찮아. 

 

 

나에게 말해주었다.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에 약한 고리가 있고

(주로 부정적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그것을 도와줄 약이 있고

수행을 함께하면서 내 마음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언젠가 법륜스님께서 말씀하셨던

이야기가 종종 떠오른다.

 

“만약 내가 납치되어 마약을 주입 당해 마약중독자가 됐다. 

억울해하며 화만 내고 있을 것인가, 

고통스럽더라도 그것을 치료할 것인가."

 

 

우울증의 이유가

 

유전적 요인인지,

일반적이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서일지

알 수 없지만

 

난 우울증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치료해 가는 중이다. 




#2 깜빡증

 

 

난 깜빡증이 심하다. 

 

ADHD가 아닌가 심각히 고민했을 정도로 

정신없이 물건을 흘리고 다닌다. 

들은 이야기도 까맣게 잊어버린다. 

 

하루에 몇번이고 

없어진 물건을 찾아 다니며 시간을 허비할 때는

답답하고 짜증이 솟구친다. 

 

이런 내가 싫었다. 



얼마전 수련을 하는데 



어떤 분이 

 

집중하지 못하는 자기의 모습이 싫다며 질문을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 살아있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 모습도 내가 선택해 온 결과들일 수 있어요.

모든 것에는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이유가 있어요.

 

 

법사님 말을 듣는데

나의 깜빡증이 떠올랐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릴 때의 기억은

 

도로에서 크게 싸우고 있는

엄마 아빠를 보며 울고 있는 내 모습이다.

 

비키지 않으면 차로 치겠다며

소리치는 두 어른을 보며

나는 소리쳐 울며 서있다. 

 

그것이 나의 첫번째 기억이다. 

 

부모님은 내가 세살 때 이혼을 했는데

동네에서 유명하게 싸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나를 보호했을지 모른다. 

 

나의 깜빡증은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는데

그마저도 나는 싫어하고 있었구나. 



나에게 미안했다.



지금도 여기저기 물건을 빠뜨리고 다니고

약속들을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살 때면

짜증이 나지만.



그래도 그것이 나다 ㅎㅎㅎ 

 

 

괜찮다. 큰 문제 없다. 🌻




#3 사랑과 인정

 

내가 세살 때 이혼한 후 

아버지는 곧바로 재혼을 하셨다. 

 

친엄마집에 있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에게 다시 보내어졌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아기를 안고 있는 지금의 엄마를 보았다.

 

처음 만난 그 자리에서 나는 엄마, 라고 불렀다고 했다.



어린 아이가 처음 보는 어른을 

엄마라고 불렀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슬펐다.

 

그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났다.



그런데 이곳에서

108배를 하면서 그 장면이 떠올랐는데

평소와는 다른 감정들이 생겨났다. 



이십대의 어린 나이에 

갑자기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처음 만나는 어린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엄마는 내가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마웠다고 내게 말했다.

 

나의 눈물버튼이었던 그 장면의 색깔이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불쌍한 아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커오며

친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고, 

차별을 받은 적도 없다. 

 

정말  훌륭한 분을 엄마로 만났다. 



하지만

친엄마도 나를 버렸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것이란 생각이 마음 깊숙하게 있다. 

인정을 받아야 내가 사랑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너무나 뿌리깊게 내려진 

마음의 습관이라서

이번 생에는 해결이 안될 것 같다 생각이 든 적도 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를 경험해가고 있으니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4 엄마도 최선이었다

 

친엄마와 잠깐 함께했던 기억은

좋으면서도 불안하고 눈치보는 감정들이 섞여있다. 

 

그녀는 이혼 후

나를 다시 데리고 가라고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집에 온 순간

그녀는 나에게 금기어였고

집안 사람들은 그녀를 욕했다. 



그렇게 친엄마를 미워하며 살았다. 

 

친엄마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그 사람 이었다.

나의 호칭은. 

엄마라고 부르기도 싫었다. 

 

내 몸에 그 사람의 피가 흐르는 것도 싫다. 

라고 말할 정도로 싫어했다.

그 사람을 닮았을까봐 두려웠다.



그런데 깨달음의장을 통해 정토회를 알게되고

(깨달음의 장 정말 추천!!! 꼭 해봐!!)

https://www.jungto.org/training/awake/

 

수행을 하면서 엄마라는 단어도 쓰게 됐다. 



내가 백일출가를 하면서 

묘수법사님께 받은 기도문은

 

부모님 감사합니다. 

전 충분히 사랑받았습니다. 

받은 사랑 세상에 회향하겠습니다. 이다. 



얼마전

생리통에 시달리며

108배 정진을 하면서



나에게 아이를 가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일인데, 

 

나를 가졌고 

몇달이나 심한 입덧을 하면서 

낳아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받은 일이구나 싶었다.

 

그녀도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방법을 몰랐고,  

괴로움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구나.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며칠전, 친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십년만이었다.

 

그사람을 생각만 해도 분노가 일었었는데,

분노하지 않는 나를 보며

 

내 마음 속의 변화가 느껴졌다.

 

답을 해야할 이유도 없고,

분노할 이유도 없다.



나는 항상

언젠가 엄마가 내 앞에 나타날 것이라는게

 

두려웠다.



그것을 마주한 지금,

내가 마음 공부를 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



요즘 나는 평소 하던 기도문에 한줄을 추가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전 충분히 사랑받았습니다

+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소중한 존재라고 되뇌일 때 

내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 



습관처럼 나를 싫어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일어나지만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나는 충분히 사랑받았고 나는 소중한 존재다. 





법륜스님께서 말씀하시길

변화의 시작은 자각에서 부터 온다고 했다. 

그 말씀에 공감을 한다. 

 

이제 나를 알게 되었으니

서서히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변화는 시작되었다. 

 

고라니밭에 가지 수확하러

++++++++++++++++++++++++++++++++++++++++++++



2023년, 잘 살았다.

참 감사한게 많은 한 해였고

많은 것을 받았다.

 

백일출가, 공동체 식구들과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누군가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함께 마음 공부를 해가고 싶었다.



그런데 오히려 내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

감사하다.

 

++++++++++++++++++++++++++++++++




난 이 길을 찾아가게 되어서 

내 마음이 점점 편안해져 가는 것을 느낀다. 



힘든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그 순간 당신은 최선을 선택했을 거라고

 

지금 이순간 

어떤 상황에 있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경주 역사기행 중, 도반과 함께





해피뉴이어. 

다들 행복한 2024년. ^^

 

문경 정토수련원
여름, 선유동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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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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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장재현감독쉬지말고영화찍어 | 작성시간 24.01.01 와...... 글 너무 고마워. 내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내가 불행한 게 될 수도 있고, 행복한 것이었을 수도 있구나. 정말 고마워. 내 어린 시절을 다시금 바라보게 되었어
  • 작성자맥도날드 감자튀김 | 작성시간 24.01.04 고마워 새로운 관점으로 내 삶을 보게해준 글이야.. 항상 원망만 했는데(사실 지금도ㅋㅋ)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너무 커서 마음이 힘들었는데 여시 글 정독하면서 배워가고싶다
  • 작성자꽃잔 | 작성시간 24.01.07 마음공부 꾸준히 해왔는데 여시 글 너무 공감되고 좋다 여시의 존재를 응원해🧡
  • 작성자밀가루없음못살아 | 작성시간 24.04.18 너무 따뜻한 글이다,, 위로 받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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