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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

작성자례브라도라이트|작성시간24.05.05|조회수39,604 목록 댓글 189

출처 : 여성시대 (례브라도 라이트)

찐 출처
류시화-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



밋밋해서 내가 찍은 사진 걍 넣음 ㅎ





한 수도승이 제자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날이 어두워져 머물 곳을 찾던 그들은 경사진 들판 한가운데에서 오두막 한 채를 발견했다. 헛간 같은 집에 누더기 옷을 입은 부부와 세 아이가 살고 있었다. 집 주위에는 곡식도 나무도 자라지않았다. 여윈 암소 한 마리만 근처에 묶여 있었다.

수도승과 제자가 하룻밤 잠자리를 청하자, 그 집 가장이 친절하게 안으로 맞아들여 신선한 우유로 만든 간단한 음식과 치즈를 대접했다. 가난하지만 너그러운 그들의 마음씨에 두 사람은 감동받았다.
식사를 마친 수도승이 그 가족에게 도시와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척박한 곳에서 어떻게 생계를 꾸리는지 물었다.
주변에 그들이 일구는 변변한 논발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에 지친 얼굴을 한 아내가 처다보자 남편이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늙은 암소 한 마리가 있을뿐입니다. 우유를 짜서 마시거나 치즈를 만들어 먹고, 남으면 마을에 가져가 다른 식량과 바꿉니다. 그렇게 겨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튿날 아침 수도승과 제자는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산모퉁이에 이르자 수도승이 제자에게 말했다.

"다시 돌아가서 암소를 절벽 아래로 밀어뜨려라."

제자는 귀를 의심했다.

"저 가족은 암소에 의지해 겨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암소가 없으면 굶어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수도승은 재차 지시했다.

"얼른 가서 내 말대로 하라."

젊은 제자는 무거운 가슴을 안고 몰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그 가족의 미래가 걱정되었으나, 지혜로운 스승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기로 서약했기 때문에 암소를 절벽으로 데려가 밀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몇 년 후, 제자 혼자 그 길을 여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에 묵었던 그 오두막 부근을 지나게 되었다. 과거에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한 후회의 감정이 다시금 밀려오면서, 늦었지만 그 가족을 찾아가 용서를 빌기로 마음먹었다.

산모퉁이를 돌아 예전의 장소로 들어선 제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이 있던 자리에 아름다운 집이 세워져 있고, 정성 들여 가꾼 밭과 화단이 집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풍요와 행복이 넘쳤다.
제자가 문을 두드리자 소박하지만 품위 있는 차림의 남자가 나왔다.
제자가 물었다.

"전에 이곳에 살던 가족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들이 굶어죽게 되어 당신에게 이곳을 팔았나요?"

남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자기 가족은 그곳에서 줄곧 살아왔다고 말했다. 제자는 여러 해 전 스승과 함께 그곳의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서 하룻밤 묵은 이야기를 하며 다시 물었다.

"이곳에 살던 그 가족에게 그 후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남자는 제자를 하룻밤 묵고 가라며 집 안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다.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그는 자기 가족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했다.

"우리에게는 여원 암소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 암소에 의지해 겨우 굶지 않을 만큼 살아가고 있었죠. 그것말고는 다른 생계 수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암소가 집 뒤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했고, 새로운 기술들을 배워야만 했습니다. 버려진 밭에 약초를 심고 묘목들도 키웠습니다. 다른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 사건은 우리에게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휠씬 의미 있게 살게 되었습니다."

남자의 얘기를 듣고 제자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스승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구차하게 의존하는 것, 시도와 모험을 가로막는 것을 제거해야만 낡은 삶을 뒤엎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전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는 순간 삶은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뜨린다. 파도가 후려친다면,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이다. 어떤 상실과 잃음도 괜히 온게 아니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지금 절벽으로 밀어뜨려야 할 어떤 암소를 가지고 있는가? 그 암소의 이름은 무엇인가? 내 삶이 의존하고 있는 안락하고 익숙한 것, 그래서 더 나아가지 못하게 나를 붙잡는 것은? 질문은 그 자체로 삶의 기술이 될 수 있다. 스스로 그 암소와 작별해야 한다. 삶이 더 넓어지고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영적 교사 페마 초드론은 말한다
"안전하고 확실한 것에만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행성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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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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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랑한 달리기 | 작성시간 24.05.09 좋은 글이다 고마워🫶🏻
  • 작성자키위주스조아 | 작성시간 24.05.10 용기를 주는 글이구만 😭💪
  • 작성자고장난시계야 | 작성시간 24.05.10 고마워🐕😭
  • 작성자아마난 | 작성시간 24.05.12 오.. 류시화
  • 작성자EnTJ | 작성시간 24.05.13 구차하게 의존하는 것, 시도와 모험을 가로막는 것을 제거해야만 낡은 삶을 뒤엎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글 되게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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