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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영호를 좋아하게 된 뒤로 나는 조그만 일에도 울음을 참지 못한다.

작성자세 레나|작성시간25.06.10|조회수3,303 목록 댓글 14

출처 :
https://www.dmitory.com/comic/37924872.









어릴 때부터 4계절중에 여름이 제일 싫었다.
여전히 여름은 내게 견디기 힘든 계절이고 앞으로도 여름이 좋아질 것 같지 않다.






- 너는 내가 가족같냐?
- 아니...?
- 그럼 친구?
- ... 아니
- 그럼 애인?
- 아니!





영호는 화가 난 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말하고 싶었다.
'지금은 네가 좋다'고-
가슴이 벅차도록 좋아하지만...
너무 불안하고 혼란스러워서 그 사실이 즐겁지만은 않다고.




네가 '누나, 누나' 할 때 마다 마음이 텅 비는 것 같아





'누나'
이 호칭으로 유희진을 부를 때 난 항상 긴장하고 신경 쓴다.
절대 실수하지 말자고-
만약에 '너' 나 '희진'이라고 부르면,
목소리에 감정이 묻어나와 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때까지도 충분히 되돌릴 수 있었다.
없었던 일로 잠깐 스쳐지나가는 열병 같은거라고..
하지만 그저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겼던건..
이렇게 들뜨고 이렇게 찬란하고 이렇게 가슴아픈 순간은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어.





영호를 좋아하게 된 뒤로 나는 조그만 일에도 울음을 참지 못한다.







새엄마의 절규하는 금속성 울음소리는 내 몸 안의 온 신경줄을 갈가리 찢어놓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계속 반복되다가 서서히 작아졌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 익숙한 공간.
나는 너무나도 안전하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내게 아무리 슬퍼할 것을 종용하고 비난한다 해도 -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기억의 조각들은 아주 사소한 것을 계기로 불시에 찾아와 무더기로 쏟아져 버린다.
그리고는 무방비 상태에 있던 인간을 순식간에 무너뜨려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렇듯 괴로운 시간이 지나가면 곧 괜찮아질 것이다.
나는 아마도 또 벽을 만들어 갈 테니까.
저번 것보다 훨씬 두껍고 든든한 벽을.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실컷 슬퍼해도 괜찮다.

이런 순간들을 반복하다 보면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고 예민하던 그 시절들의 나는,
언젠가 말끔하게 다듬어진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랜시간 거친 파도에 마모된 바닷가의 유리들처럼.







불면증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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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티즐유자그린티 | 작성시간 25.06.11 불면증!!!!! 바그너 작품 다좋아ㅠㅠㅠ
  • 작성자레슬리. | 작성시간 25.06.11 헉.. 만화카페 가야겠다 너무좋다..
  • 작성자숙취없는삶살기 | 작성시간 25.06.13 다시 봐도 좋다
  • 작성자방구석CEO딩굴 | 작성시간 25.06.14 이거 결말이 새드였나...? ㅠ 좋다 나 아직 녹턴 연재분 챙겨봐...
  • 작성자고습도치의 습겪 | 작성시간 25.06.15 아 너무좋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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