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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자료후기]]시(詩) 좋아해요?-21, 나는 외롭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작성자너만좋다면|작성시간13.05.21|조회수2,696 목록 댓글 12

 

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여성시대, 너만좋다면

 

 

 

 

 

이불가게를 지날 때 묻는다

새 이불을 덮듯 너를 찾으면 안되냐

새 이불을 덮어 상쾌하듯

너를 덮으면 안되냐

건널목에 서 있을 때 나는 묻는다

파란 불, 내 마음에 켜진 새파란 불보다

길 건너의 오히려 낯익은 세계를 너는 반가워 하느냐

 

수면을 취하는 동안

나는 외롭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밝은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이 길을 걷는다

은행의 통장 정리기 앞에 서서

타르르르... ..., 명쾌히 찍혀나온 임금을 확인했을 때

명쾌하지 못한 내가 아니라

누구나 그렇다는 이 청춘이 싫어졌다

-누구나 그렇다는, 김소연

 

 

 

 

 

새 들은 네 시-

그들의 여명에

공간처럼 무수한

대낮처럼 무량한 음악을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목소리가

소모한 그 힘을 셀 수가 없었다

마치 시냇물이 하나하나 모여

연못을 늘리듯이

 

그들의 목격자는 없었다

오직 수수한 근면으로 차려입고

아침을 뒤쫓아

오는 사람이 가끔 있을 뿐

 

그건 갈채를 위한 것이 아님을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오직 신과 인간의

독자적인 엑스터시

 

여섯 시가 되면 홍수는 끝나고

옷을 입고 떠나는

소동은 없었으나

악대는 모두 가고 없다

 

태양은 동녘을 독점하고

대낮은 세상을 지배하고

찾아온 기적도

망각인 듯 이루어지다

-새들은, 에밀리 디킨슨

 

 

 

 

 

뼈로 만든 낚시바늘로

고기잡이하며 평화롭게 살았던

신석기 시대의 한 부부가

여수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한 섬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뼈만 남은 몸으로 발굴되었다

그들 부부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 사진을 찍자

푸른 하늘 아래

뼈만 남은 알몸을 드러내는 일이 너무 부끄러워

수평선 쪽으로 슬며시 모로 돌아눕기도하고

서로 꼭 껴안은 팔에 더욱더 힘을 주곤 하였으나

사람들은 아무도 그들이 부끄러워하는 줄 알지 못하고

자꾸 사진만 찍고 돌아가고

부부가 손에 차고 있던 조가비 장신구만 안타까워

바닷가로 달려가

파도에 몸을 적시고 돌아오곤 하였다

-포옹, 정호승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 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 테니.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기러기, 메리 올리버

 

 

 

 

 

나는 넘어질 때마다 꼭 물 위에 넘어진다

나는 일어설 때마다 꼭 물을 짚고 일어선다

더이상 검은 물 속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잔잔한 물결 때로는 거친 삼각파도를 짚고 일어선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만 꼭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좋다고 생각하면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제비꽃이 핀 강둑을 걸어간다

어떤 때는 물을 짚고 일어서다가

그만 물 속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예 물속으로 힘차게 걸어간다

수련이 손을 뻗으면 수련의 손을 잡고

물고기들이 앞장서면 푸른 물고기의 길을 따라간다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어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 세운다 할지라도

-넘어짐에 대하여, 정호승

 

 

 

 

 

 

우울한 날에는 당나귀처럼 설탕을 씹으세요

찬장을 뒤져서라도 설탕을 찾으세요

빠른 길은 동네 슈퍼에 가면 돼요

젖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은 주인에게도 설탕을 권하세요

보건청에서 나온 사람처럼 잔뜩 뒷짐을 지고

아! 하면 아! 하세요 그럼 희망을 넣어드리지요 하세요

시든 장미꽃에게도 설탕물을 주세요

썩은 이빨 사이에 설탕을 솜처럼 끼고 웃으세요

자 저를 따라 해보세요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간혹 불행이 불행을 치료할 수 없듯

설탕은 설탕의 중독을 치료할 수 없답니다- 하는 이들이 있는데

꿀벌이 침도 가지고 있다고만 생각하세요

그것으로 인하여 퉁퉁 부르튼 날엔

또 설탕을 먹으세요

설탕이 없는 날엔 당나귀에게 조금 빌려보세요

당나귀 나라의 말로 정중하게 한 발 물러서서

먹다 남은 설탕 있습니까 아랫입술을 세차게 가로로 저어보세요

장미꽃에 얼굴을 묻고 문을 두드리세요

슈퍼 주인에게 어제의 희망의 값을 지불해달라고 위협하세요

당신은 드 동네에서 가장 유쾌한 사람이 될꺼에요

누군가 당신에게 설탕을 빌려달라면

이렇게 말하세요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답니다

그러나 설탕은 사르르하게 이내 녹아버리지요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최치언

 

 

 

 

 

며칠 내 작품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매듭 지어지지 않아

정선군 비행기재 앞

지도에 놀고 있으나

땅에선 지워진 마을 서천 동무지 마전 백운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꿈 속에서도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그런 곳.

-천국, 황동규

 

 

 

 

 

아프리카에선 죽은 사람에게

달의 이름을 붙여준다

사람은 없고

달만 있다.

믿을 수 있는 건 모두

하늘에 있고

아이들은

날 때부터

그렇게 배운다.

사람 보다는

사물에 더 자주 귀를 기울여라

-달과 아이들, 고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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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풀꽃 ❀ | 작성시간 13.05.21 오늘은 조금 많네! 잘 감상하고있어용!
    근데 첫번째 시에 이불이 일불이라고 되어있는데 오타인지 원래 그런건지...?
  • 답댓글 작성자너만좋다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5.22 이거 올리고 점심 먹으러 갈 생각에 오타를 냈나봐ㅋㅋㅋ 알려줘서 고마워 수정했어!
  • 작성자씨리얼더쿠 | 작성시간 13.05.21 진짜 좋다ㅠㅠ 올려주는 글 잘보고있어!
  • 작성자눈오는지도 | 작성시간 13.05.26 잘 읽었어^^
  • 작성자진격의 소인 | 작성시간 13.05.30 애절하게 맘에 와닿는다... 진짜 눈물날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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