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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소설]우리 마을 버스에 이상한 규칙이 몇 가지 있어 (3)-초코바

작성자윗댓 눈치보는중|작성시간23.01.08|조회수7,046 목록 댓글 36

 

출처 : 여성시대 윗댓 눈치보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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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초코바

안녕. 우리 마을 버스에 이상한 규칙이 있단 사람이야. 일단 너무 고맙다는 얘길 하고싶어. 진심으로 감동받았거든.
솔직히 말하면 욕 먹을줄 알았어. 멍청하다고… 근데 나같아도 헷갈렸을 거라는둥 정말 본인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공감해주는 따스한 태도를 보고 눈물까지 나더라.
다들 너무 너무 고마워.

버스 안타면 그만이고 마을 벗어나면 그만인데 계속 머무는 이유가 있어. 앞서 말했듯이 우리집 형편이 좋지가 않아. 그리고 모든건 한 학기 안에 일어난 일이고 사실 반년만 버티면 바로 거주지를 옮길 생각이었어. 지금은 밖에 나가지 않고 있으니 걱정하지마. 내가 얘기하는 모든 것들은 다 지난 일이야.
죽지 않고 잘 살아 버텼으니 한시름 놓고 내 얘길 봐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5번 규칙에 이상한 방송이 들려와도 무시하라고 했지, 반대로 하라고는 적혀있지 않았냐는 물음이 많아서 설명해줄게. 사실 나도 정확한거는 잘 몰라. 하지만 뒷문으로 신속히 내리라는 방송이 나왔는데 그대로 따랐으면 어떻게 보면 ‘무시하라’는 규칙을 어긴거나 다름이 없어. 방송이 나온 직후 정류장은 건너 뛰고 다른 곳에서 내리든, 앞문으로 내리든 다르게 따라야 했지 않을까 싶어. 그 싸가지 없는 놈이 그렇게 행동한거엔 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이번엔 목숨이 위태로웠던 얘기를 하려고 했지. 근데 그전에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더 이상 이 마을에 머물 자신이 없어졌던 사건부터 얘기하고 싶어.

사실 지금 집 계약은 1년을 해놓은 상태거든. 그치만 이 일을 겪은 뒤부터 그냥 한 학기만 버티자 생각이 들게되었어.

나는 규칙서를 보고 혹시나 기사님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을 때를 대비해 초콜릿을 사러 동네 작은 슈퍼에 갔어. 이 마을에 유일한 슈퍼라 어디갈지 고민할 것도 없었지. 바구니 한가득 초콜릿을 담고 계산을 하러 갔어.

“얼만가요?”
“……”

슈퍼 주인이 계산은 안하고 많은 초콜릿을 쳐다보다가 “너가 먹을라고?” 묻더라.

“예? 아뇨. 그… 규칙에 적힌거 때문에 일부러 많이 사두려구요.”
“버스 규칙 때문에? 그거라면 우리 집에서 파는 건 소용 없는데?”

이게 무슨 말이람? 순간 멈칫하고 그러면요? 하는 눈빛으로 쳐다봤어.

“너 처음 왔을때 규칙적힌 종이 갖다준 할머니 한분 기억나지? 그 분이 파는 초코바만 효과있단다. 말 안해주든?”
“…몰랐어요.”
“잉? 이상하네. 그걸 말 안해줬다고?”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밖을 나왔어. 그리고 좀 화난 상태로 할머니 집에 찾아 갔어. 왜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걸까? 만약 알기 전에 내가 버스를 타서 봉변이라도 당했다면?
이번엔 예의고 뭐고 나도 화나서 할머니 집 문을 세게 두들겼어.

“할머니! 할머니! 초코바 사러 왔는데 문 좀 열어주세요!”
“……기다려라.”

할머니가 느긋하게 나왔어.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얼마나 가지러 왔냐고 물으시더라고. 하, 어이가 없었지.

“왜 여기서 사라고 첫 날부터 말씀 안해주셨어요? 제가 못 알아냈으면 어떡하려고요!”

내가 소리를 버럭 질렀어. 할머니는 빤히 쳐다보다가 아무 높낮이 없는 말투로 “까먹었네” 라고 얘기했어.
진짜 소름끼치지 않아…??
뭐라 할 말도 더 없어서 그냥 할머니랑 기싸움 하듯이 쳐다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안에서 그 싸가지 없는 할머니 손주놈이 나왔어.

“야. 따라나와봐.”

그놈이 보따리 한가득 초코바를 챙겨서 어깨에 들쳐매더니 내 손을 휙 잡고 나갔어. 할머니랑 싸울 것 같아 보여서 걱정 됐나...?
걔는 아무말 없이 우리집까지(그래봤자 옆집) 배달해주더니 이 말만 하고 바로 가버렸어.

“너 우리 할머니랑 되도록 단 둘이 있지마.”

왜 둘이 있지마라고 한거지? 쎄했지만 어차피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이제 별로 안가고 싶었거든. 초코바도 넉넉하게 일년치 가져왔고.
돈은 안 냈는데… 몰라. 나도 모르겠다- 상태로 지났어.

이 초코바를 쓴 날은 시험 기간이 되어서 였어. 아무 생각 없이 학교가서 공부하면서 먹어야지~ 하고 하나만 챙겨 나왔어. 어차피 항상 초코바는 하나만 챙기거든.

만약 기사가 인사를 안 받아주는 날에는 규칙상 초코바 하나가 희생되어야 하잖아? 그럼 나는 학교에서 못 먹게 되는 거니까 두개를 챙겼어야 했는데 뭐 그런 계산은 딱히 안해봤지.

왜냐면 여태까지 기사님이 인사를 안 받아 준적이 없었거든. 항상 이상한 일이라고 해봤자 333번 버스가 지나가던지, 요상한 방송이 들리던지 그것도 겨우 3-4번? 5번? 밖에 겪지 않았어. 이 정도면 솔직히 할 만 하지않아? 방송도 항상 다른 승객이랑 있을 때 들려와서 더 얌전히 잘 있을 수 있었다고.

기말 시험을 앞둔 기간이었어. 어느날과 같이 버스를 타면서 인사를 했지.

“안녕하세요, 기사님.”

돈을 내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아무 말을 안하시는거야. 안 받아준적이 처음이라 사실 조금 당황했어. 어? 하다가 본능적으로 급하게 초코바를 꺼내 돈통으로 미끄러트렸어.

‘아 하나밖에 없는데. 학교에서 못 먹겠네.’

긴장해야될 상황인데 여유로움 뺨치는 생각이었지. 아무튼 초코바를 넣고 된건가? 하고 나는 자리에 앉았어.

맞아. 초코바를 넣으면 기사님이 인사를 받아주는게 규칙상 맞는 거야. 하지만 나는 그때 시험기간이라 정신도 없었고 어느 정도 규칙에 적응했다고 혼자 자만하고 있었어.
그래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규칙 종이를 집에 나두고 다니니 가방을 아무리 뒤져봐도 안 보였어. 또 머리속이 새하얘지더라.

나는 위험에 닥치면 좀 회피하고 싶은 경향이 있거든. 된거겠지, 하고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는데 다른 승객 두 명이 탑승했어.

“안녕하세요, 기사님.”
“……”

말 없는 기사님을 보고는 초코바를 돈통에 넣고는 말했어.

“안전 운전 되세요.”
“어서오세요.”

아! 내가 저 멘트를 빼먹은거야. 혼자 안심하고 있다가 다시 심장이 쿵쿵 뛰었어. 어쩌지? 지금이라도 말해야 되나? 아니면 벌써 규칙을 어겨버린 건가? 그냥 내릴까… 아, 내리라고 한 곳에서 내려야 하지? 맞나? 지금 내 기억이 이게 맞는건가?

심장 뛰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머릿속 내 목소리도 빨라지고 있었어. 정신이 없더라고.

뒤늦게 외쳐도 되는지 잘 모르는 이 상황에서, 규칙을 어겨버리고 있는 그 상황에서도 나는 부끄러워 외치지 못하고 있었어.
손에 쥐고 있던 학교 시험용 암기 종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그깟 종이 쪼가리는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물건 같더라. 이게 규칙서로 변해서 나를 위험에서 구해주길 바라는 이상한 망상까지 하게 됐어.

심장이 튀어나갈 것 같고 지금이라도 말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었어.

“안녕히들 가십시오.”

기사님이 한 정류장에 세우고 인사를 건넸어. 기다렸다는 듯이 승객들이 우루루 내리더라. 나도 우물쭈물 섞여서 내리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막이 쳐진 것 처럼 앞으로 나가지지 않았어. 망할 버스에 갇힌거야!
너무 당황스러운 내가 사람들 시선이고 뭐고 다급하게 외쳤어.

“기사님! 안전 운전 되세요!”

완전 눈물이 그렁그렁 해서는 절박한 모습으로 소리지르는데 기사님이 스윽 거울로 쳐다봤어. 그리고는 한번 빙긋 웃으시더니,

“어서오세요. 그리고 안녕히 가세요.”

저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나올 수 있었어. 바닥이랑 거의 포옹하듯이 내려왔고 버스는 바로 문이 닫히면서 떠났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데 심장이 쿵쾅 거리고 방금 한 그 실수에 너무 주눅이 드는거야.

일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핸드폰에 방 어플을 켰어.

"음......"

방 값을 훑어보고 다시 껐어. 그렇다고 지금와서 기숙사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 모집 기간은 진작 끝났으니까.
그래서 그냥 이번 학기만 버티자 생각이 든거야. 도저히 1년은 못 있겠더라고. 어차피 기말이기도 해서 방학이 며칠 안 남았었거든.

“유독 기사님 인사 안 받아주는 날이 늘어난 것 같지 않아요?”

같이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주민들이 수다를 떨기 시작했어.

“그러게요, 방송 오류도 늘고. 그 떡집 사장님 알죠? 그분도 요즘 333번 버스 자주 보인다고 짜증을 그렇게 내더라고요.”
“원래 1년에 한 두번만 있던 일이 한달에 한 번 꼴로 생기니, 갑자기 뭔 일 날까 불안해 죽겠네요. 그래도 백발 노인은 잘 안보여서 다행이지.”
“꼭 마을에 오면 안 될 사람이 온 거 처럼…”

저 얘기를 하면서 갑자기 조용해지는거야. 고개를 돌려 봤더니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너무 당황스러워서 다시 고개를 돌리고 못 들은척 손에 든 종이를 내려다봤어.
거지같은 상황에 눈물이 나더라. 나도 이 x같은 동네 조만간 떠날거야. 뒷담이나 까고 재수없는 사람들… 속으로 궁시렁 대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그놈이 나타났어. 그 싸가지 없는 놈 있잖아.

“야. 공부하냐?”
“아, 깜짝이야!”
“이거.”

그놈이 초코바를 하나 슥 내밀었어.

“뭐, 뭐야…? 어디 있다가 나타난…”
“이거 먹고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이 동네 떠야지~ 이런 거지같은데 계속 살지 말고.”

저 말을 하면서 여기 동네에 사는 주민인, 방금까지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을 대놓고 보더라. 내가 할 수 없는 행동을 대신 하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나려던 눈물이 쏙 들어갔어.

“…그래도 우리 할머니 좋은 분이셔.”
“어?”

갑자기 뜬금없이 자기 할머니 얘기를 꺼내더라. 어디에 있다가 불쑥 나타나서 나와 있어주고, 또 할머니 옹호를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놈이었어. 그 애는 조용히 나만 들리는 목소리로 얘기했지.

“예전에… 처음 이 마을에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규칙을 알아내서 널리 전파하는 일 하셨거든. 사람 여럿 살리신게 우리 할매고. 음, 너가 안 좋게 생각할까봐.”

머쓱한지 고개를 돌리고 말하더라.

“좀 많이 예민하시지? 죽은 사람을 많이 목격해서 그래. 그리고 그 버스랑 관련해서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낸 트라우마가 있으시거든.”

‘설마 규칙이 처음 발생했을 때 희생된 사람이 할머니의 소중한 분이셨나?’

나는 혼자 짐작만 하고 입밖에 꺼내진 않았어.

“혹시… 너도 왜 이런 규칙들이 생겨난지 정확히 아는게 있어?”
“아니. 나도 잘 몰라. 여기 오래 산 것도 아니고. 하지만 할머니가 유독 이사온 사람 중 너한테 예민하게 굴고 신경 쓰시는 것 같더라.
바보같이 규칙 못 지키고 금방 죽을 것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오신건가…”
“야.”

마지막 멘트에 내가 그놈 팔을 툭 치면서 째려봤더니 걔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종이 하나를 꺼내 내 주머니에 쓱 넣었어.

“규칙서야.”
“나 이거 집에 있는데?”

슬쩍 꺼내려고 하니까 다시 못 꺼내게 막더라.

“넌 자주 나두고 다니니까 주머니에도 갖고 다녀. 초코바랑 같이. 어떻게 알았냐고는 묻지마라. 딱 봐도 아까 당황하면서 가방 뒤져 보더만.“
“너, 방금 그 버스에 타고 있었어?”
“아니면 내가 여기 왜 있냐? 그리고 안전 운전 되라는 그 멘트 마지막에 외친거 보니까 초코바만 넣고 말도 안 했더만. 그때는 이어폰 끼고 있었어서 말 안한지도 몰랐네.”

걔가 못 도와줘서 미안한건지 친절하게 굴면서 내 눈을 쳐다보고 얘기했어.

“같은 버스 타지 말자니까 마지막에 타네. 나 내일 딴 지역 간다. 몸 조심해라.”

버스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저 얘기만 하고 그냥 다른 곳으로 걸어 가버렸어. 왠지 좀 아쉬운 기분이 든건 그새 정이 들었나봐.

무사히 다음 버스를 잘 타고 학교에 갔는데 계속 걔가 해준 할머니 얘기가 떠오르더라. 미운 감정만 있었는데 왠지 좀 안타까운 느낌이 들더라고… 그래서 그렇게 예민하셨구나 싶었고 이해가 됐어.

그리고 아까 마을 주민들이 했던 얘기도 마찬가지 였어. 원래는 일 년에 한 두번만 일어나던 일이었단 말이지. 내가 이사오고 나서부터는 갑자기 되게 잦은 일이 되었고.
정말 나한테 문제가 있는걸까? 혹시나 싶어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물어봤어.

“엄마. 혹시 ㅇㅇ이라는 곳이랑 나랑 연관된거 있어?”
“…거기 너 다니는 학교 주변 마을이지?”
“어…”

절대 살고 있다고는 말 못하겠더라. 특히 그 다음 엄마 반응을 들어보니 더더욱 그랬어.

“거기 가본건 아니지? 애들 놀데가 어디있다고. 왠만하면 가지마라, 재수 없어지니까.”

저 얘기만 하고 확 끊어버리더라고. 뭐야? 뭐 알고 있는거 있나? 엄마들 사이에서 여기 재수없다고 소문난건가…?
별 생각이 다 들다가 갑자기 너무 피곤해지더라고. 어차피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그냥 최대한 버티다가 방 빼서 도망갈 생각만 하게 되었어. 복잡한건 싫거든…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목숨이 위태로웠던 사건은 바로 마지막 밤에 일어났어. 그날 시험을 치고 집에 오는 버스를 타던 중 이었지.

그래. 이제 내가 글을 올려 너희에게 도움을 요청한 진짜 이유를 들려주려고 해. 잠시 정리하면서 좀 쉬고 나중에 다시 올게. 들어주고 걱정해줘서 너무 고마워. 지금 너무 무섭거든. 밖에 있는 저 ../....₩





친구한테무슨일이 생기고 있는걸까? 조금 걱정되서 찾아가려하는데 어떻게 생각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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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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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파파 파란맛 | 작성시간 23.03.30 재밌다 초코바 좀 더 들고다니라노
  • 작성자더운거싫어 | 작성시간 23.06.12 할머니 초코바 왜 안알려주셨나요... 주인공이랑 마을은 무슨관계지? 그리고 나라면 초코바 최소 2개씩 갖고다닌다...
  • 작성자아벤트시칼 | 작성시간 23.07.07 재밌다
  • 작성자옥천hub | 작성시간 23.12.01 초코바 먹고 싶어졌어......마을이 뒤숭숭하구먼
  • 작성자남북한남 낮전등 | 작성시간 24.09.25 밖에 뭐!! 뭔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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