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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스크랩] [소설][스레딕/괴담] 나는 두 삶을 살았고, 살고있다.

작성자왓츄룩겟나|작성시간23.09.10|조회수5,099 목록 댓글 6



출처: 스레딕


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24:32 ID:7xvDR7vaqOs
이 이야기를 믿어도 좋고, 믿지 않아도 좋아.
단, 자작여부에 대한 반응에는 답하지 않겠어. 믿고 싶은 사람만 믿도록 해도 좃아.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다.
들을 사람은 들어줬으면 좋겠다.

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25:17 ID:7xvDR7vaqOs
>>1
좃아가 아닌 좋아. 오타 미안.

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26:32 ID:7xvDR7vaqOs
나는 과거 부산에서 태어났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1974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두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지.
하여튼 나는 부산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28:38 ID:7xvDR7vaqOs
그리고 3살이었나. 여튼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께 맡겨졌던 기억이나.
그리고 17살,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나는 혼자 남았다.
어렵게 살 수 밖엔 없었지만, 친척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학교를 다니는 것과 일을 동시에 하며 무사히 고등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었어.

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30:24 ID:7xvDR7vaqOs
대학에 대한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당시 친척 분이 사업을 하다 빚을 지셨는데, 그 와중에도 날 도와주신 그 분의 빚을 도와 갚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일을 했던 듯 싶다.
그러다가 어느 공사장에서 잠깐 일을 하게 되었지.

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33:56 ID:7xvDR7vaqOs
그런데 그 곳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때의 나이는 이십대 초반 즈음. 갓 스물이었나. 기억도 안나. 10대 후반이었는지도 모르겠네. 목조를 나르는 일을하다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졌어.
그리고 나는 정신을 차렸다.

1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36:40 ID:7xvDR7vaqOs
그런데 난 다 큰 성인 남성의 몸이 아니었다. 병원은 병원이었지만, 달랐어.
몇번 손을 움직이려도 해보고, 몸을 이리저리 틀으려 애써도 잘 안되더라. 잠시 후 주변을 보고 상황파악이 됬어.
내가 아기가 되어있었다.
물론, 후에 알게되었지만 내가 다시 태어났다던가, 아기로 변신한 것은 아니었지만.

1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38:33 ID:7xvDR7vaqOs
나는 굉장히 어리둥절했지만 어쨌든 계속 그렇게 살았어.
신이 장난을 치는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하고. 그리고 그렇게 7살까지인가.
이상하게 내 생각이나 정신은 성인이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이나 행동은 아이였어.
마치 체에 걸러져 나오는 것처럼.

13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41:33 ID:7xvDR7vaqOs
어쨌든 살아있는 것에라도 감사하며 살았지. 그리고 8살. 나는 초등학교 입학식이 끝나고 엄마를 잃어버렸어.
잠시 화장실을 갔다가 나왔는데, 사라진 거야.
난 내가 어린이인 것에 익숙해져있었고. 그렇게 한참을 학교주변을 헤매고 있는데,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역시 병원.
그러나 이번엔 아이였던 내가 아닌, 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한, 나의 몸인 채였다.

1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43:34 ID:7xvDR7vaqOs
여튼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그 공사장 사고 이후로 정신을 잃고 있었다는 거야. 사촌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그 동생이 사업을 성공하여 집안도 일어서 있더라.
그러니까 깨어났을 땐, 20대 후반?

1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45:44 ID:7xvDR7vaqOs
이정도까지 왔으니 자작이라고 여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계속할게.
그렇게 나는 일단 어린아이의 삶이 꿈인걸까 하는 생각을 했어. 그렇지만 그러기에는 무척 찜찜하더라.
그래서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 살았던 삶을 어른인 삶에서 찾아보기로 했었다.

1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47:39 ID:7xvDR7vaqOs
어린아이 시절 내가 태어난 곳은 충남. 기억이 정확하길 바라면서 무작정 충남으로 향했다.
꿈이라 치부하기엔 기억이 너무 생생했어. 어찌되었든 나는 세 달 만에 내가 어린아이 시절 살았던 동네를 찾아내었다.
어린시점으로 보았던 장소이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어.

1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50:03 ID:7xvDR7vaqOs
난 당시 집 주소를 몰랐다. 어린아이의 몸에 정신의 20대 초반의 성인이었긴 하지만, 어른의 삶 이후 어린아이 몸으로는 어린아이 상태로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나.
나는 자주 놀았던 놀이터를 찾아가 무작정 기다려보기로 했다.

1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51:19 ID:7xvDR7vaqOs
내가 내 입으로 이야기하는데도 꼭 거짓말만 같은 이야기네. 나는 그리고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하나 찾아내었다.
어린아이의 삶에서 친했던 친구.

2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53:27 ID:7xvDR7vaqOs
그 아이에게 난 말을 걸어보았어. 정말 오래된거라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먼저 인삿말을 나눴다.

23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55:08 ID:7xvDR7vaqOs
대충 기억을 살려서 써볼게.
나 "안녕 꼬마야."
아이 "안녕하세요."
나 "혹시 여기 사는 ㅇㅇ이라는 아이 아니?"

여기까지 했을 때, 아이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작은 동요? 같은 거.

2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56:33 ID:7xvDR7vaqOs
아이에게 나는 그 아이를 아는 사람이라 이야기하며 혹시 아냐고 물었지. 그러자 그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2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1:58:18 ID:7xvDR7vaqOs
그 순간 나는 그 삶이 실제했던 것이라는 사실에 흥분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캐묻자 그 아이가 대답했어.
대충 떠올려보면,
"ㅇㅇ이는 많이 아파요." 라는 말이었던 것 같아.

2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00:49 ID:7xvDR7vaqOs
어디가 아픈지 나는 그 아이에게 물었어. 그러자 그 아이가 대답했어.
"제가 학교 가는 날 ㅇㅇ이가 사라졌어요. 집에 놀러갔더니 많이 아프데요."

그 아이가 아는 건 별로 없는 듯 싶었어. 어린아이의 삶 시절의 난 그날 어딘가 좋지 않아 쓰러졌던 듯 하다, 하고 예상했을 뿐.

2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02:35 ID:7xvDR7vaqOs
어린아이 삶의 내가 살던 주소를 묻자, 아이는 대답해주지 않았던 듯 싶어. 처음보는 사람에겐 알려줄 수 없다고 했던 기억이 나.
결국 나는 포기하고 주변 벤치에 걸터앉아 또 다른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렸었지.

2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04:46 ID:7xvDR7vaqOs
운이 좋으면, '엄마' 를 만날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언뜻 슈퍼생각이 났어 그땐 편의점이 아닌 대부분이 슈퍼였지?
어린아이의 삶 때에 난 그 동네 슈퍼에서 과자를 사먹곤 했던 것이 떠올랐다.

3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06:47 ID:7xvDR7vaqOs
하지만 난 앞서 말했던 이유때문에 길을 몰랐어. 그래서 아까 그 아이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이 동네의 슈퍼 가는 길 좀 알려 달라고. 다행히 아이는 슈퍼가 어디있는지 알고있었어.

33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08:31 ID:7xvDR7vaqOs
나는 아이가 알려준 길로 곧장 슈퍼로 향했어. 주인아저씨의 얼굴. 그래, 그 슈퍼가 맞았다. 나는 일단 술 하나를 사들고 그 아저씨에게 은근슬쩍 말을 붙였다. 일단 이 동네에 대한 이야기부터.

3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10:42 ID:7xvDR7vaqOs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아저씨는 여러가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어. 나무가 어쨌니, 이 주변 땅을 누가 샀는지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주변의 사건사고까지.
사건사고. 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맞장구치며 은근슬쩍 사건사고로 이야기의 흐름을 옮기려고 애썼어.

3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13:40 ID:7xvDR7vaqOs
아저씨는 당연히 걸려들었고.
이 동네의 고양이들이 단체로 쥐약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던 기억이 나. 대화의 기억을 되살려 써볼게.

아저씨 "요즘 세상 참 흉흉해."
나 "그건 그렇죠. 무슨 일 주변에 있었나요?"
아저씨 "있고말고. 뺑소니 사고부터 살인사건까지."

난 내가 어린아이의 삶에서 병으로 쓰러졌을지 사고가 있었을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그것들에 대해 자세히 물었어.

3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15:54 ID:7xvDR7vaqOs
의외의 수확이었다. 뺑소니.
몇 달전 인근 학교에서 입학식이 있었다더라. 국민학교인지 초등학교인지는 기억이 애매하네. 아무래도 두 삶이 섞여서.
여튼 그 날, 한 아이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 입원했다고 했어.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혼수상태라고.
나는 그 아이가 바로 나라는 것을 알아챘어. 시기도, 상황도 모두 들어맞았으니까.

3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17:27 ID:7xvDR7vaqOs
나는 그 아이에 대해 더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
그게 진짜 삶인 것에 갑자기 두려움을 느꼈거든. 나는 그럼 누구인거지? 하는 생각에 그날 황급히 짐을 챙겨 부산으로 돌아갔다.

4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19:13 ID:7xvDR7vaqOs
그리고 결혼을 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어. 예쁜 아이에, 아내까지. 그 어린아이의 삶을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러나 내가 여기서 이 스레를 쓰고 있다는 건 그게 끝이 아니란 소리지. 내가 32살 정도 되었을 무렵, 나는 내 몸이 이상한 것을 느꼈다.

4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22:30 ID:7xvDR7vaqOs
잠시만, 내 나이가 갑자기 혼동이 와서 계산좀 하고 올게. 정리가 안된다. 시점이 헷갈려서.

4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27:27 ID:7xvDR7vaqOs
계산 끝. 미안, 자주 이래.
하여튼 난 그 시점부터 좀 몸이 안좋은 것을 느꼈다. 병원에 가니, 일을 너무 과하게 했다고 하더군.
하지만, 일을 쉬긴 힘들었어. 언제까지나 친척에게 손을 벌릴 순 없었으니까. 결국 난 몇 주 후 쓰러졌다.
그리고 다음 스토리. 난 내가 잊고 싶었던 기억 속에 돌아와 있었다.
어린아이의 삶으로, 내 정신이 돌아와 있었다.

4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29:38 ID:OnQ+gBV+UMs
어린아이의 몸이면...그대로 그나이인거야
아니면 네가 어른의몸으로 살던 시간이
똑같이 흐른 어린아이의 몸인거야??

4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31:01 ID:7xvDR7vaqOs
잠깐, 정확히 기억났다. 공사장 사고가 20살. 어린아이 삶으로 태어난 건 그럼 1993년인가? 입학이 만 나이로 계산 말고 8살이었으니. 그럼 어른의 삶으로 돌아왔을때는 28? 그리고 어른 32세에서 다시 깨어났으니 어린아이가 12세인가?
헷갈려서. 내 나이지만 헷갈린다. 틀렸으면 지적바라고, 마저 썰풀게.

4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31:45 ID:7xvDR7vaqOs
>>46 시간은 흘러. 말 그대로 혼수상태를 번갈아 가며 정신만 옮기는 듯 싶어.

5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33:15 ID:OnQ+gBV+UMs
그냥 내추측인데,
네가 혼수상태에 있을때 네 영혼이
아이의 몸에 들어가서, 영혼의 끈이
두개가 되버린거 아닐까.
한쪽 몸에서 영혼이 나가면 떠돌아다니지
않고 바로 다른 몸으로가는거잖아.

5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33:53 ID:7xvDR7vaqOs
어쨌든 나는 어린아이로 돌아왔어. 주변의 어른들. 부모님.
흐릿한 기억이었지만 내 부모님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 난 그 순간 울었어. 그리운 부모님을 만나서가 아닌, 무서워서 울었어.

5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34:46 ID:02G1xExsKVE
뇌파의 주파수가 정말 우연한계기로 맞아서 링크가 되었다거나.

5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35:35 ID:7xvDR7vaqOs
>>50 그럴수도 있겠네. 내가 이런 쪽으론 잘 몰라서.

어찌되었든 난 그날 이후 조금 더 병원에 머무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28살, 아이를 만나 내가 나의 행방을 묻고 슈퍼 아저씨에게 내가 나에 대해 듣던 그 동네에.

5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37:56 ID:7xvDR7vaqOs
흐릿하게 기억이 나더라. 어린아이의 몸에, 항상 일에 치이던 가장의 정신이 들어 있긴 했지만, 기억은 살아나더라고.
솔직히 말하자면, 무서웠다.
집으로 돌아온 그날 몰래 빠져나와 아파트 옥상으로 갔어. 그냥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에.
이 상태면 죽어도 어른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거든

6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39:36 ID:OnQ+gBV+UMs
미안한데,조금 혼란스러워.
지금어린아이의 나이가몇이고
어른의마이가 몇이야?

6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39:38 ID:7xvDR7vaqOs
그런데 진짜 이상하게도 갑자기 어린아이 삶의 부모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더라. 각각의 삶에 대해 자신이 적응 하는가 싶기도 하고. 하여튼 어른의 삶으로는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

63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41:13 ID:7xvDR7vaqOs
>>60
어른은 1974년생, 어린아이는 1993년 생.
만 나이로 계산한다면 40세, 21세. 맞나?

6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42:35 ID:7xvDR7vaqOs
그래서 그냥 이렇게 살기로 했어.
어린아이 삶의 속의 나는 몸이 약한, 여자아이. 성별이 서로 다르다니 좀 웃기긴 했지만.
난 어린아이 삶에서는 자주 쓰러질만큼 약한 아이였다.

6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44:08 ID:7xvDR7vaqOs
좀 웃긴 이야기지만, 가끔 쓰러졌을 때 어른의 삶 상태에서 언뜻언뜻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난 확실히 두 삶을 살고 있더라고.
어린아이인 나는 부모님을 졸라 부산으로 이사를 했다. 당시 난 어른인 나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

7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44:19 ID:02G1xExsKVE
지금은 어린아이의 몸으로 쓰는거야, 어른의 몸으로 쓰는거야?

73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46:06 ID:7xvDR7vaqOs
그렇게 1년이 흘렀어. 그럼 만 나이인지 아닌지 헷갈리는데, 아까 언급한 건 12살 이네. 그럼 13살. 나는 문득 어른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어. 그래서 일부러 차도에 뛰어들었던 기억이 나. 미친 행동이었지만, 당시의 판단은 그랬어.

7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48:11 ID:7xvDR7vaqOs
>>70 현재는 대학생의 몸. 가끔 쓰러질 때마다 40대로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난 눈을 떴어. 어른인 몸에서. 우는 아내의 모습이 기억난다. 이건 이것대로 웃기네. 조그만 여자아이가 순식간에 아내까지 있는 남성으로 변하는 것이.

7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49:43 ID:7xvDR7vaqOs
이상하게도 어른의 몸으로 돌아오자마자 아이상태의 삶을 벗어나고 싶어졌다. 당장 서울로 이사를 갔어.
그러나 6개월 후, 난 결국 혼자서 부산에 내려왔다. 내가 어떻게 있는지 너무 신경쓰였으니까.

7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50:46 ID:fSQcRMBX2g2
아 그럼 영혼이 대학생의 몸으로 가면 40대가 혼수상태가 되고 40대의 몸으로 가면 대학생이 혼수상태가 되는거야?

7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51:59 ID:7xvDR7vaqOs
아, 12살은 만 나이가 아니지 싶다. 1993년에 1살인 것으로 계산했으니. 가끔 나이 틀려도 이해해줘.

난 내가 어린삶에서 이사한 집 주변을 찾아갔다. 그렇지만 이미 이사간 듯 싶더군.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내 두번째 가족은 그곳에 없었어. 나는 그들을 찾기로 했다.

8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53:48 ID:7xvDR7vaqOs
>>78 영혼인지 정신인지 뭔지는 몰라도, 한쪽이 깨어있을 때 다른 한쪽은 잠드는 듯 싶어. 예외도 있었지만.

난 일단 28살 당시 했던 것처럼 그 동네를 수소문하기로 했어.

8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55:31 ID:7xvDR7vaqOs
일단, 어린아이인 내가 살던 옆집. 어떤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어린아이 시절에는 동갑의 남자아이 하나가 살았는데. 그 아가씨는 내게 그 가족이 이사간 것 밖에 모른다고 했다.
뭔가 숨기고 있는 듯 싶기는 했지만 일단은 물러났어.

8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57:46 ID:7xvDR7vaqOs
일단은 경비실에 가서 그 어린아이 시절의 집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역시, 대답을 피하더라. 무슨 일이 있었음은 분명했어.
이럴땐 아주머니들을 사이에서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남 얘기하길 좋아하는 분들 몇 있잖아.

8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2:59:34 ID:7xvDR7vaqOs
그래서 그냥 쓰레기장 주변에 앉아있었어. 웃긴 이야기지만 아주머니들이 쓰레기 버리러 오면서 담소 나누는 걸 본 적이 있거든.
그러나 좀 된 일이었는지 어린삶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나오질 않았어.

8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01:29 ID:7xvDR7vaqOs
그렇게 계속 앉아있다가, 한 여자가 오는 걸 봤어. 젊은 부인 같은 느낌?
그런데 그 사람이, 생각해보니 우리 아랫집 여자였어. 어린삶 시절, 우리 아랫집에서 매일 부부싸움을 하던 신혼부부.

8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02:56 ID:7xvDR7vaqOs
난 일어나 아무생각없이 그 여자의 팔을 붙잡았어. 얼마나 놀랬을까. 갑자기 왠 남자가 자신을 붙잡으니.
난 화내는 여자에게 죄송하단 사과를 하곤 말을 붙였어.

9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04:40 ID:7xvDR7vaqOs
그리곤 어린삶의 가족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그 여자가 갑자기 코웃음을 치더라. 그 도둑놈 은 왜 찾냐고.
난 당장 그에 대해 캐물었지. 그게 무슨소리냐고.

9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07:24 ID:7xvDR7vaqOs
알고보니 어린삶의 가족에서의 엄마가, 온 동네의 물건을 훔쳤다는 거야. 그래서 도망치듯 이사를 갔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게 거짓말인지 진실인지는 모른다더라.
그 여자는 증거는 없었지만 도둑놈은 도둑놈이니까 제발저려 도망간 거아니겠냐고 이야기하더라고. 그래서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어.

9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10:27 ID:7xvDR7vaqOs
일단 어린삶의 나는 죽지는 않았대. 그 순간 조금 안도했었다. 그리고 한 3개월즈음 후에 온 동네에 귀중품이 다 도둑들려 사라진거야.
그런데 도둑이 들었던 것을 목격한 아이가 있었다더군. 그 아이가 지목한 것은 어린 삶에서의 엄마. 증거는 없었지만 입에 오르내렸겠지.
결국 이사를 갔다고 했다. 그리고 목격자 아이네 가족도 눈치를 보면서 이사갔다고.
결국 나는 그 동네를 포기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어.

9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12:13 ID:7xvDR7vaqOs
난 내가 나를 잃어버린 것에 너무 충격을 받았지. 하지만 동시에 나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직장을 부산으로 옮기고 가족들만 서울에, 나는 부산에서 혼자 작은 집을 얻었어. 아무래도 신경쓰였으니까.

10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14:32 ID:7xvDR7vaqOs
어쨌든 그러기를 6개월 후. 딱 1년이 더 지났지. 어린아이는 14. 어른은 34. 맞겠지? 어찌되었든 난 직장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여유가 생기자 다시 나를 찾는 일에 전념하기로 했어. 일단 어린삶의 이름을 이용하기로 했다.

10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21:31 ID:7xvDR7vaqOs
그 이름과 나이를 갖고 정말 모든 곳을 수소문했어. 그리고 나는 드디어 부산의 한 병원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혼수상태의 나를.
직접 찾아가기까지는,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했어. 정말 많이 고민했다.

10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23:41 ID:7xvDR7vaqOs
둘이 만나게 되면, 정말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어찌되었든 난 나를 겨우 찾아갈 수 있었다.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난 나를 마주할 수 있었어. 그때 든 생각이지만, 내가 나의 부모를 처음 보듯이 대하는 것이 정말 이상했다.

11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26:01 ID:7xvDR7vaqOs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세게 감고 있다가, 억지로 눈을 떴다. 언젠간 마주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병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건, 정말 나였다.
마지막 1년 전과는 많이 달랐지만.
정말 나였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

113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28:50 ID:7xvDR7vaqOs
진짜 기분이 묘하더라. 작은 여자아이였어. 정말로. 저게 나인가 싶을 정도로 작고 여려보이더라. 33살이나 되는 아저씨인 어른의 몸과는 확실히 달랐어.
나는 결국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이게 현실이라는 사실에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거든.

11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31:52 ID:7xvDR7vaqOs
나에겐 너무 어려웠어. 아내와 아이가 있는, 이제야 자립하여 설 수 있는 삶과 병약하고 어린, 부모와 가정이 있는 삶. 난 무슨 삶을 살아야할지 도저히 모르겠더라.
나는 병원을 나와 어느 학교에 들어가 운동장 한 구석의 스탠드에 걸터 앉았던 것 같다. 놀이기구였나. 기억이 안나네. 여튼 거기서 가만히 있는데, 담장 너머로 누군가가 보이더라.

11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33:59 ID:7xvDR7vaqOs
일어서서 다가가보니 중고생 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염색한 머리에 입에 물린 담배까지 보니 꽤 노는 아이인 듯 싶더나. 가까이 보니 술냄새도 났고.
훈계고 뭐고 나도 너무 지쳐서 그냥 가려고 했는데, 그 아이가 한 말에 그러질 못했다.

11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35:59 ID:7xvDR7vaqOs
당신 분명 남자에다 아저씨인데 여자애 꼬맹이가 눈에 확 보인다고. 킬킬 웃으며 삿대질 해대는데, 화낼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도망쳐버렸다.

11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38:49 ID:7xvDR7vaqOs
그대로 다음날부터 회사에 휴가를 냈다.
바람이라도 쐬러 갈까 싶었거든.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현실을 잊을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같아. 나는 당장 바닷가로 향했지.
바닷가 펜션에서 좀 쉬면서 바닷바람을 맞으면 좀 어깨가 가벼워질 것 같단 생각을 했었어.

12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40:30 ID:7xvDR7vaqOs
펜션에 도착해서 서울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걸로 기억해.
그리고 잠시 누워 잠을 청했다.

12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42:13 ID:7xvDR7vaqOs
그리고, 난 어찌된 일인지 어린삶에서 눈을 떴다. 난 그 순간 정말 놀랐어.
사고도, 정신을 잃을만한 무언가도 없었으니까.
처음엔 꿈인줄 알았다. 그렇지만 그건 현실이었고, 난 병실에서 일어나자마자 당장에 병원을 뛰쳐나와버렸어.
그땐 무슨 정신이었는지.

12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44:26 ID:7xvDR7vaqOs
그길로 당장에 어른삶에서의 집으로 향했다. 맨발로 그 거리를 달렸던 게 용할 정도.
뒤에서 의사들과 부모님이 쫓아오는 듯 싶었지만, 그런 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듯 싶어. 지금 생각해보니 헛웃음이 나올 정도야.

12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44:46 ID:Okc8nyT0DJw
어린 너의 부모님이랑 스레주아내한테 말해보면
그래도 괜찮아지지않을까?덜 피곤해지지않을까싶어
맞댈수있는 머리가 생기잖아..근데 좀 서두른가?..

12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45:38 ID:7xvDR7vaqOs
결국 다시 붙잡혀 병원에 돌아왔던 듯 싶어. 그래서 나는 다시 잠을 자기로 했다. 혹시나, 다시 어른으로 돌아갈까 싶어서.
그렇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12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47:58 ID:7xvDR7vaqOs
>>125 이미 말해봤지만, 미친놈 취급 받았어. 어린삶에서는 정신병원까지 갈 뻔 했는걸. 더 피곤해지더라고.

그리고 나는 그렇게 어린 삶의 나이로, 16살까지 살았어. 딱히 별일은 없었다. 겨우 알아낸 어른의 삶의 나는 '원인불명의 혼수상태'

12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50:59 ID:7xvDR7vaqOs
앗... 위에 어른나이 오타가 하나있다. 34를 33으로 적었구나.
어찌되었든 난 16살, 중3.
평범한, 몸이 조금 약한 여자아이.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면서 신기하다고 해야할지 이상하다고 해야할지. 뭔가를 조금씩 알아내갔지.

13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52:38 ID:7xvDR7vaqOs
바로 감정상태나 뭐 그런 거. 내가 원랜 남자지만 이 당시엔 여자였지. 그래서 이성관계에서 남자를 사귀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크게 고민했었다.
이에 대해서는 곧 해결되었지만.

13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55:07 ID:7xvDR7vaqOs
한 번 남자아이에게 고백을 받았는데, 무척 두근거린다고 해야하나. 그랬다. 그런데 그게 동성애같은 느낌이 아닌, 정말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게 가지는.
말이 이상하지만 아무래도 어린삶일땐 정신과 감정 같은것이 어린삶의 기준에, 어른삶일 땐 어른삶의 기준에 맞추어지는 듯 싶었다.
마치 처음 어린삶에서 태어났을때, 정신은 어른이었지만 체에 걸러져 어떻게 행동하든 어린아이와 같았던 것 처럼.

13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57:07 ID:7xvDR7vaqOs
솔직히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그냥 그렇게 살았다. 이상하게도 어린삶에서는 어른삶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를 찾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시큰둥하게 느껴지더라.
부산에 이사온 것도, 그리 다급한 마음이 아니었으니까.

13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8 23:59:39 ID:7tsNuVjNREM
심지어 그 시점에서는 더 행복하다고 느꼈다. 두 번의 교통사고 이후로는 부모님께서 나에 대해 더 신경써주셨으니까.
지쳐버린 어른삶과는 달리, 안정적이었어.

13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00:02:15 ID:7tsNuVjNREM
그러다가, 그때 만난 불량 학생을 또 마주쳐버렸던 기억이 난다.

13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00:04:37 ID:7tsNuVjNREM
어쨌든 다시 어린 삶으로 돌아온지 2년이나 지났지만, 그 불량 학생은 결코 잊을 수 없었으니까.
피하고 싶은 상대이긴 했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고등학생인 것이 확실해 보였는데, 내게 정확히 다가와서 말을 걸어왔어.

14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00:07:08 ID:7tsNuVjNREM
나 본 적 없냐고. 당장 도리질 치며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더라. 옆에 불량 학생의 친구들은 작업거냐고 키득거리고 있었지만, 이 녀석은 전혀 아닌 듯이 보였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고.
한참을 뜸 들이던 불량 학생이 다시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분명히 자기가 언제 선배들하고 놀고 집에 가다가, 너같은 애를 본 적이 있다고.

141 이름 : 이름없음 ◆Nbi4DgASvs: 2014/02/19 00:08:55 ID:7tsNuVjNREM
아이디가 바뀌네. 혹시 모르니 인증코드 달게.

난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재빨리 내 뒤로 달려 도망쳤어. 그 녀석은 그 때 술에 취해 헛소리를 지껄인 게 아니었어. 직감이든 뭐든, 뭔가 알았던 거지.

16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3:34:38 ID:7tsNuVjNREM
난 그대로 도망쳐서 바로 내 어른삶에서의 집으로 향했다. 이상하게도 어른삶에 큰 애착이 없는 어린삶이었지만, 그 순간엔 어른삶과 관련된 곳으로 향한거지.

16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3:38:41 ID:7tsNuVjNREM
그런데 막상 그 집, 그러니까 부산에 남아있던 그 집에 도착하자 이상하게 별의별 생각이 들더라.
차라리 한 쪽 삶을 정리해버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몇년 전 생각해봤던 그 생각이 말이야.
하지만 양쪽 삶모두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다. 허약하고 곧잘 쓰러지곤 하는 16살 여자아이. 일에 치이고 피곤한 36살 한 가정의 가장. 둘다 거의 성공한 삶은 아니었으니까.
나이 얘기나오니 또 저 나이가 맞는지 헷갈리네.

163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3:40:14 ID:7tsNuVjNREM
솔직히 잦은 혼수상태를 번갈아가다 보니 양쪽 삶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태였으니까. 게다가 양쪽 모두 가족이 있었다. 쉽게 한 쪽을 포기하거나 그러기엔 여러가지가 걸리더라.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나와 어린삶의 집으로 돌아갔었어.

16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3:42:27 ID:7tsNuVjNREM
그리고 정말 차분히 생각해보기로 했었던 듯 싶다. 일단,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부터 차근차근.
우선 어른삶의 흔적부터 전부 되짚어보기로 했어. 쉽진 않겠지만 그때의 내겐 정말 최선의 방법이었다.

16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3:45:36 ID:7tsNuVjNREM
하지만 예상했듯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1974년 태어나서, 주위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살다가, 사고를 당한 후 몇 년만에 깨어난 것. 그게 끝이였어.
난 당시 방학을 맞아 언니 (어린 삶에서 언니가 하나 있었다)를 설득해 어른삶에서의 내가 살던 곳에 와 있었거든. 그런데 거기서 조금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16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3:48:18 ID:7tsNuVjNREM
별 건 아니었지만, 일단 한 번 이야기해볼게.
난 그곳에서 어른삶에서의 친척 중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 분께 잘 둘러대어 어른삶에서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혼수 상태일 당시의 이야기부터, 평소에 찍었던 사진까지.

16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3:55:08 ID:7tsNuVjNREM
그 친척 분은 내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셨어. 20살 때의 사고로 혼수 상태에 빠졌을 때, 어느 날 새벽에 시끄러워 잠에 깼는데, 누워있던 내가 쉴 새 없이 뭔가 말하고 있었다더군.
그런데 마치 어린아이의 말투 같았다고 해. 그러다 갸우뚱 거리는 뉘앙스로 말을 하다가 갑자기 눈을 살짝 뜨더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깨어난 줄 알았는데, 한 5분 후 다시 눈을 감았다고.
이건 무슨 개소리야, 하고 처음엔 생각했었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그 날 오후 내가 깨어났다고 하셨어.

16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3:57:32 ID:7tsNuVjNREM
그러고보니 언니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네가 깨어난 날, 언제부터였는지 쉴새없이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다 일어났다고.
혹시 깨어나기 전에 다른 삶에서 했던 말을 전부 정리하기라도 한 걸까, 하고 나름대로 추측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대부분 내가 알아낸 것은 이상현상이지 결코 무엇인지 사실을 알아낸 것은 아니었으니까.

17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4:13:18 ID:H0i7IZEKycw
혹시 스레주 자신이 아저씨인지 여자애인지 헷갈려서 실수한적있어? 뭔가 궁금하네!

17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5:19:43 ID:7tsNuVjNREM
>>172 좀 길어질 것 같은데, 앞에서 말했듯이 어린삶과 어른삶 모두 삶이 바뀔 때마다 저도 모르게 정신이 적응하고, 그 삶에 맞추어 생각이나 가치관, 사상 같은 것이 바뀌는 것 같아.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긴 하지만.

그래서 삶을 착각하는 일이 그리 자주는 없지만, 몇 번 저도 모르게 착각해서 실수를 한 적은 있긴 해.
예를 들면 미성년 일때의 어린삶 모습으로 습관처럼 담배를 사려한다던가, 나이 상으로 어른인 사람들에게 저도모르게 하대를 한다던가.
두 번째 경우에 조금 웃긴 일이 생기긴 하지. 어린삶에서 실수로 하대해서 크게 혼났다가, 후에 어른삶에서 다시 마주치는 경우도 있긴 했거든. 어른삶에서는 내가 훨씬 연장자였으니 웃길 수 밖에 없지. 게임에 비유하면 부캐와 본캐?

17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5:22:42 ID:7tsNuVjNREM
위에 뭐 이상현상? 같은 거에 대해 이야기했지? 그 얘기를 마치고 어른 삶에서의 친척분이 갑자기 내 얼굴을 보더니 뭘 보여주겠다며 집에 다녀오시겠다는 거다.
그때 잠시 알게되어서 얘기를 나눈 거라, 밖이었거든. 어느 장소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하여튼 집은 아니었고. 그래서 나는 호기심에 그대로 앉아 그 분을 기다렸다.

17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5:26:20 ID:7tsNuVjNREM
참, 잠시 내 말투 때문에 덧붙이자면, 뭔가 앞뒤가 안맞는 말투 같아도 이해해줘. 어린 삶과 어른 삶을 동시에 살다보니 섞였다. 가끔 지인들이 말투가 부자연스럽다는 이야기를 해서.

하여튼 그렇게 한 20분? 음, 꽤 기다리고 나니 어른 삶에서의 친척 분이 돌아오셨다. 익숙한 표지의 무언가를 들고서. 어른 삶에서도 한참 어릴 적에 봤던 앨범? 같은 거였어.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게 둘러댔다곤 하나 어른 삶에서의 나에 대해 들은 것도 좀 의아했지만, 앨범까지 들고 온 것에는 더 황당해했던 기억이 난다.

18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5:29:53 ID:7tsNuVjNREM
그런데 그 분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씀하시더라.
정확한 건 기억 안나지만, 대충 내용을 되살리자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네가(어린 삶에서의 나) 어디서 본 사람 같았다고, 이 아이(어른 삶에서의 나) 에 대해 알고 있는 걸 보고 꼭 확인해야할 것이 있다며 앨범에서 사진 하나를 꺼내 보여주셨다.
사실 저 말에 당황한 건 사실이었지. 불량학생의 경우가 생각났거든. 그런데 그런 경우는 아니더라. 사진을 보여주시며 하신 말씀을 듣고 바로 눈치챘어.

18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5:34:06 ID:7tsNuVjNREM
뭐라 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기억난다.
어른 삶에서의 나의 어린시절 사진이었는데, 분명 그건 나와 닮아있었어.
분명히 말해두지만 도플갱어, 혹은 본인으로 착각할만큼 닮은 건 아니고.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 닮은 건 아닌데 닮은.
딱 봤을때 어? 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세히 보면 이목구비나 외형이 비슷한?
설명이 어렵다.

18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5:36:36 ID:7tsNuVjNREM
이상하게도 난 몸을 오가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그 순간에 눈치챘어.
어른 삶에서의 나와 어린 삶에서의 내가 외형이 닮아있다는 것을.
동의를 구하고 사진을 복사한 후, 그 날 바로 어린 삶에서의 본래 집으로 돌아갔던 것 같아. 여러가지 생각할 게 많았거든. 언니가 무척 불평했던 기억이 나네. 제멋대로 간다고.

18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5:41:32 ID:7tsNuVjNREM
그리고 집 돌아가서 뭘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나.
어쨌든 내가 몸을 옮겨다니며 살고 있기는 했지만, 서로 닮아 있다는 건 좀 이상하잖아. 정말 혼란스러워 했던 것 같아.
그 날 결국 어린 삶에서의 부모님께 털어놓았던 듯 싶어. 위의 모든 것을 어느정도 간추려서. 그 당시엔 부모님이 다 이해해주실거라 여겼거든. 나름 나이를 먹긴 했지만, 고작 16밖에 안됬으니까.

18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5:44:15 ID:7tsNuVjNREM
결과는 위에서 언급했듯 말 그대로 미친놈 취급 받았지. 그건 다 꿈이라고, 정 힘들면 병원 한 번 가보자고.
어린삶에서의 내가 겪은 두 번의 사고 탓에 가족들은 굉장히 예민해져 있었던 것 같아.
어쨌든 일 주일 후 나는 그게 꿈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신병원은 절대 싫었으니까.

18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5:46:18 ID:7tsNuVjNREM
잠시만, 지금 발견했는데 위에 나이를 잘못 적은 것들이 있다. 혹시 발견하면 수시로 지적해줘.
오래된 기억이라 그런지 정말 헷갈린다.

18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5:47:40 ID:7tsNuVjNREM
13살을 12살이라 적은 것도 있고. 이래선 내가 내 스레를 정주행하며 정리해야할 판이다. 정말 미안한데 내가 다시 한번 읽고올게. 한 번 나이 실수하면 계속 실수해서. 조금만 기다려줘.

19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5:59:49 ID:7tsNuVjNREM
[1974년(1)]
[1993년(20)]
{1993년(1)}
{2000년(8)}
[2000년(27)]
[2005년(32)]
{2005년(13)}
{2006년(14)}
[2006년(33)]
[2007년(34)]
{2007년(15)}
{2008년(16)}

[]는 어른
{}는 아이
()는 나이

나름 정리해봤다. 이게 맞아. 틀렸으면 알려주고. 위의 나이 오류는 무시해주고, 이걸로 봐줘.
그럼 어른삶은 35세, 아이 삶은 16세가 된다.

19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01:00 ID:7tsNuVjNREM
어쨌든 썰 이을게. 위에서 어른이랑 아이가 번갈아가며 있는 건, 삶이 바뀌었다는 의미이니 참조해주고. 그럼 잇는다.

19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02:57 ID:7tsNuVjNREM
만 나이 아닌걸로 할게. 나도 헷갈리는데 듣는 너희도 얼마나 헷갈리겠어.

난 그렇게 일단은 가족을 안심시키고서 평소처럼 학교를 다녔어. 그렇게 다니다가, 어느날 다시 그 불량학생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193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05:39 ID:7tsNuVjNREM
그날은 어린삶에서의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을거야. 그렇게 거창하게는 아니었지만 타 학교에서도 꽤 놀러올 정도의 규모인 축제.
어린 삶에서의 나는 평소 몸이 약했으니 큰 역할을 맡은 것 없이 처음에 회의나 준비만 참여하고 이후엔 맘껏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해.

19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09:33 ID:7tsNuVjNREM
당연히 나는 좋았지. 맡은 것도 없고 내 맘대로 돌아다니니까. 이반저반 돌아다니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어. 어른 삶에서는 이런 것을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었으니 꽤 신났었지.
그러던 중 눈에 익은 교복을 발견했다. 저번에 불량학생이 입은 것과 같은 것이더라고.
어린삶에서의 나는 문득 그 학생도 여기 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섭긴 했지만, 어른삶에서의 친척 분과의 만남 이후 신경이 쓰였으니까.

19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12:07 ID:7tsNuVjNREM
그래서 왠지 분위기가 노는 학생 쪽인 곳만 일부러 돌아다녔어. 그리고 그 불량 학생을 찾을 수 있었다. 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은근슬쩍 뒤따라갔어.
왜 그렇게 도둑놈 마냥 행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삶에서의 나의 판단은 그랬다.

19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15:49 ID:7tsNuVjNREM
워낙 사람이 많아서인지 나를 눈치채진 못하더라. 그래도 계속 따라다니는 것을 무리 중 누군가가 눈치챘는지 날 한 번 슥 쳐다보곤 자기 무리에게 뭐라 쑥덕 거렸던 것이 기억나.
그때 괜히 긴장해있다가, 그 속에 섞여있던 불량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솔직히 많이 무섭긴 했다. 어른삶이든 어린삶이든 불량한 사람은 무섭거든.

19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19:50 ID:7tsNuVjNREM
그 이후론 기억이 안나는데, 어찌어찌 그 불량학생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나는 내가 가장 궁금한, 그를 찾아다닌 이유를 물으려고 했어. 그런데 무어라 물어야할지 모르겠더라.
차마 혹시 제가 남자로 보여요? 혹은 내가 여자애가 아닐때 본 적 있어요? 하고 물을 순 없더라. 사실 좀 소심한 성격이었거든.

20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23:30 ID:7tsNuVjNREM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그 불량학생이 먼저 말해왔어. 자기가 지금 신경쓰이는 게 있다고.
나는 당장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제스처를 취했었지. 당연히 그 다음 말이 내가 원하는 말이었으니까. 그 학생은 한참을 주저하더니 자신이 헛것을 보는지 아니면 진짜인지 말해달라고 했어.
지금 너(어린삶에서의 나)를 보면 평범한 여학생(대충 여자, 여자애 이런 뉘앙스였다)인것이 분명한데, 언뜻언뜻 다른 사람이 겹쳐보인다고.

20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25:22 ID:7tsNuVjNREM
처음엔 이게 뭔 소리야, 하고 생각했어. 그게 말이 되냐고 말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봐.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부터가 말이 안되잖아.
그래서 조금 더 캐묻기로 하고 불량 학생을 데리고 학교 뒷편으로 갔어. 사람들에게 대화를 들려주고 미친놈이 되기는 싫었으니까.

20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29:13 ID:7tsNuVjNREM
원래 과거쪽은 짧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생각나는 것도 많고 정리되는 것도 많아서 길어졌다.

여튼 난 그 학생에게 어떤 모습이 보이냐고 물었어. 짜증내면서 헛소리하지 말라고 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꽤 당황한 표정이더라.
어찌되었든간에 불량 학생은 말했어.
왠 남자가 언뜻 어른거리듯 보인다고. 꽤 나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만 성인 남성의 모습. 묘사하면 할 수록 그건 어른 삶의 나더라.
어떻게 그걸 보게됬는지는 몰라도, 난 무척 당황했었다.

20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31:57 ID:7tsNuVjNREM
이 애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하기엔 너무 리얼해서 믿을 수 밖에 없었어. 결국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내 이야기를 불량 학생에게 했다.
적어도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신뢰가 컸으니까. 비록 노는 애 같아 보이긴 해도 어쨌든 뭔가를 알고는 있으니까.

20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34:53 ID:7tsNuVjNREM
그래도 비웃음까지 각오하고 이야기했어. 솔직히 못믿을 이야기이지. 만화나 영화 소재쯤으로 여겨도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불량 학생이 의외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정말 그 순간에 울 뻔했다. 그 땐 정말 외로웠거든.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으니까. 게다가 가족들마저 믿어주지 않았으니까.

20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38:50 ID:7tsNuVjNREM
위에서 누가 혹시 이 이야기를 아는 친구가 없냐고 물었었나. 대충 그런 질문이었던 듯 싶은데, 그게 얘야. 불량학생. 어찌되었든 그 애는 내 말을 이해해주었고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진짜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처럼 여겨졌을 정도.

20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41:18 ID:7tsNuVjNREM
그리고 그럭저럭 16살을 지나보내는 듯 싶었어. 내가 앞에서 언급했었나? 어린삶은 자기 삶에 대한 애착이 강했어. 저절로 자연스럽게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저번에 그랬던 것처럼 어른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20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43:48 ID:7tsNuVjNREM
그런데 그렇다고 전처럼 차도에 뛰어들 순 없었지. 그래서 그냥 어린삶을 그대로 살았어. 솔직히 어른삶이 아니면 죽을지경이야, 하는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17살이 되었다. 그럼 어른 삶에서는 36세인가.

21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47:43 ID:7tsNuVjNREM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가. 교복도 아직 안 맞췄을 때 였던 것 같다. 몇 일인지는 기억 안나지만 언니가 서울에 친구들과 놀러가고, 부모님께선 늦게까지 야근하시던 밤, 나는 많이 아팠다.

21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50:03 ID:7tsNuVjNREM
레스를 어느부분에서 잘라야할지 잘 모르겠네. 적당한 부분이 어딘지 그냥 느낌대로 자르고 있다ㅎㅎ;

열도 많이 나고, 그 열 나면 악몽꾸는데. 그거 아나 모르겠네. 리얼한 악몽. 하여튼 그정도로 열도 나고 꽤 아파서 부모님께 겨우 전화를 했었어.

21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54:35 ID:7tsNuVjNREM
어쨌든 부모님이 당장 오시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갑자기 너무 무서워지는 거야. 정말 울고불면서 무슨 정신인지는 몰라도 현관문으로 달려나가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신고있던 슬리퍼가 미끄러진 거야.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쾅. 이젠 그냥 넘어지거나 별 거 아닌 일에도 내 정신이 다른 몸으로 넘어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 다시 이번엔 다시 어른삶이야.

21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6:59:55 ID:7tsNuVjNREM
어른 삶으로 돌아오자마자 너무 황당해서 한동안은 멍해 있었다. 난 서울의 병원에 와있었어. 펜션 주인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1박 2일로 펜션을 잡아뒀는데, 도통 나오질 않으니 이상하다 여겨 내가 잡아둔 방에 들어왔나봐.
처음엔 자는 줄 알았지만 조금 이상하다 여겨 보니 정신을 못차리더래. 그래서 병원으로.
아내가 이야기하면서 회사고 뭐고 다 잊고 쉬라고 이야기했다. 솔직히 당시의 정신상태로는 아무것도 못할 상황이긴 했지만.

21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7:02:50 ID:7tsNuVjNREM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른 삶으로 돌아오자마자 어린삶을 찾아야한다는 생각만 들더라. 아무래도 어린삶은 자신의 삶에 애착이 강하고 가끔씩 충동적이지만, 어른삶은 그 반대로 어린삶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걸까 싶었다.
혼란스럽긴 하지만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21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7:08:32 ID:TdZkzC79xlw
그런데 어른 몸은 가족을 먹여살려야하는데 그렇게 자고있어도 괜찮았던거야? 돈문제라던가..어린 몸이 학업을 따라가는데도 지장이 있다거나..

21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7:09:30 ID:+haQcuDTH6Y
좀 쓸데없는 질문같긴 한데
스레딕은 어떻게 알게됬어?

22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19:22:00 ID:68JWzdRObRE
둘중 하나라도 죽으면 스레주는 어떻게되는거야? 없어지거나 한쪽으로 살게되는건가?

22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31:09 ID:7tsNuVjNREM
>>218 학업 같은 경우엔 제대로 못 따라가지. 다행히 어린삶에서 중학교를 다닐동안은 계속 어린삶을 보냈으니까. 그렇지만 고등학교를 가기전 혼수상태에 빠졌다..라고 까지 썰을 풀었지? 그래서 고등학교는 결국 포기. 지금은 검정고시로 대학을 간 상태야.

>>219 위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불량학생만 이 이야기를 알고있어.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그게 인연이 되서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나 마찬가지고. 그렇지만 어딘가 속 시원하게 혼자서 이야기를 풀, 그렇지만 내가 누군지는 아무도 모르는 곳도 한편으로는 필요하더라고. 그래서 찾아다니던 중 스레딕을 접했지. 아무리 친구라도 모든 이야기를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22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36:49 ID:7tsNuVjNREM
>>221 이게 내가 정말 고민했던 문제. 위에서 읽다보면 나오겠지만 어린삶에서 저 생각을 한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직접 죽어보질 않아서 모르겠네. 그렇지만 현재 가설이라고 해야하나, 어찌되었든 여러가지 예상해본 후에 난 그냥 불가능하다는 추측을 내렸어. 일단 불확실한 가능성은 전부 배제해두려고 해.

22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41:08 ID:7tsNuVjNREM
>>218 아 뒷부분을 제대로 못보고 하나만 답했네. 돈 문제는 친척 분의 도움을 받고 있어. 언제까지 도움을 받을 수는 없어서 내가 직장을 다닌거지만, 삶이 바뀔때마다 언제나 도움을 받곤 해. 죄송스럽고 감사드릴 뿐.

일단 아까 어른 삶으로 돌아온 것까지 했었나.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깨어났었지.

22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43:48 ID:7tsNuVjNREM
일단 아내와 친척 분의 권유로 회사는 결국 그만두고 좀 쉬기로 했어.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 수는 없었지만, 당시 생각으로선 제대로 틀어진 삶을 좀 쉬고 싶었거든.
결국 부산에 있는 사촌 집으로 가기로 했다. 어린 삶 때문이기도 했고, 그 땐 무당 생각도 하고 있었거든.

22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47:02 ID:7tsNuVjNREM
무당을 찾아가보려 해도 아는 게 없으니 사촌의 도움을 좀 받으려 했었다. 일단 부산에 내려갔지.
사촌을 만났는데, 결혼해서 애까지 둔 엄마가 되어있던 그 모습이 무척 부러웠었다. 가족이야 나도 있지만, 아무래도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갈수록 무책임하고 짐만되는 가장이 되어가는 걸 걱정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걱정뿐이 아닌 사실이기도 하고.
아내랑 아이들 전부 같이 내려왔는데, 이번엔 정말로 걱정끼치지 말자. 이번에야말로 끝내자, 하는 심정이었다.

23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49:01 ID:ONSw2zILsp+
지금 아이 삶에서 어른 몸을 찾아가 본적있어??

23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50:03 ID:7tsNuVjNREM
아내에게 이 이야기는 결국 하지 못했어. 사촌에게 몰래 부탁하여 무당이라던가 좀 알아보긴 했지만, 아직 가지도 못한 상태였고. 정말 믿어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도 인생자체가 의심 그자체라서. 이게 사는건지 매번 죽다살아나는 건지 구분이 가야지. 어쨌든 몸을 좀 조심하기로 했다. 또 혼수상태에 빠지고 싶지는 않았거든.

23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51:42 ID:7tsNuVjNREM
>>230
아니, 없어. 앞에서도 언급했겠지만 생각해보니 어린삶에서는 이상하게도 호기심 그 이상으로 행동한 적은 없더라.

233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52:59 ID:7tsNuVjNREM
>>230 물론 어린삶으로 변한 직후엔 몇 번 돌발행동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일단은 항상 그랬듯이 어린 삶에대한 소식을 알아내기로 했어.

23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55:27 ID:7tsNuVjNREM
다행히 집은 알고 있었으니까. 우선은 무작정 어린삶이 살던 동네에 찾아갔다. 그러고보니 어른 삶이 되면 항상 동네를 찾아가는 것 같다. 어린 삶과는 달리 어른 삶에서는 조금 더 신경써주는, 모성애? 아니 부성애 같은 감정이 어린삶에 생기기라도 하는 것 같아. 너무 자연스럽게 감정이나 생각이 변해 나는 잘 눈치채지 못하지만.

235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58:02 ID:7tsNuVjNREM
다행히 이사도 가지않았길래, 우선은 안심하고 다니던 중학교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 순간, 의외의 손님을 만났지만.
우리 가족에게 누명을 덮어씌웠던 그 아이, 기억나는지 모르겠네. 위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도둑의 목격자.

236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2:59:56 ID:7tsNuVjNREM
일단은 무시하고 지나쳤어. 그 때 두 가족 모두 이사갔는데 또 같은 동네에 사는 우연이 의아했을 뿐이었던 것 같아. 그때의 생각까지는 일일히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충 그랬다.
그리고 기억은 잘 나지 않은데 어떻게 학교에 도착해 그 앞 벤치에 앉아서 고민했던 듯 싶어.

237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3:02:48 ID:7tsNuVjNREM
무슨 생각을 했더라. 완전히 두 삶의 연결을 끊어놓을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전혀 신경쓰지 말고 내 삶을 살고 싶었거든.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혼수상태를 오가면서 양쪽 삶이 망가질데로 망가진 건 사실이야.
이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 확실히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한 것이긴 한데, 양쪽 가족 모두 포기할 순 없었으니까.

238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3:06:02 ID:7tsNuVjNREM
어쨌든 그러고 있다가, 결국 무당을 한번 찾아가기로 했어.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뭐라도 해야겠단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렇다고 내가 어른삶에서의 나나 어린삶에서의 나를, 둘 중 하나를 죽일 순 없는 거잖아.
그러다가 갑자기 불량학생이 떠올랐다.

239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3:06:51 ID:6Fvah+vWFwU
여자아이의 삶이 2년째라고 했는데 그럼 아저씨는 지금 2년째 혼수상태인가?

240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3:08:42 ID:7tsNuVjNREM
그나마 이런 상황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지. 그렇게 뭘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 기억력이 좋은 편이긴 해도 과거 기억을 다 되살릴 순 없으니까, 이해해줘.
몇 주 후였나. 어떻게 만났는지는 기억이 안나도 여튼 불량학생을 만나게 됬어.

241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3:11:22 ID:7tsNuVjNREM
>>239 그렇지. 혼자서 일어나 있을지 뭐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가 확인한 바로는 그래.

처음엔 불량학생이 당연히 못알아봤지. 처음 말을 걸자 정말 짜증내더라. 훈계라도 할 거라 생각했는지.
그런데 갑자기 표정이 싹 바뀌면서, 이래저래 내 얼굴을 왔다갔다하며 쳐다보더니 당황해했다.
그런데 그건 내가 어른삶인 모습으로 만나러 왔기때문에 그런 것이라치기엔, 조금 다른 반응이었던 걸로 기억해.

242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3:13:23 ID:7tsNuVjNREM
내가 기대한 반응이랑은 다르더라. 갑자기 낯빛이 변하더니 한쪽으로 질질 나를 끌고갔던 것 같다. 그렇게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도착하자마자 내게 물었다.
ㅇㅇ이(어린삶에서의 나)가 맞냐고.

243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3:15:36 ID:7tsNuVjNREM
일단은 수긍했지. 그런데 불량학생의 반응이 점점 이상해지는 거다.
이럴리가 없다고 하면서 내게 다시 물었다. 네가 거짓말한게 아니라면 한쪽은 원래 혼수상태로 잠들어 있어야 하는게 맞지 않냐고.

244 이름 : 이름없음: 2014/02/19 23:18:25 ID:7tsNuVjNREM
그래서 그렇다고 했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는데, 반응이 이상하다보니 덩달아 불안해졌던 것 같다.
잠시 후 불량학생이 나를 이끌고 어딘가로 향하더라. 그게 어딘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중요하진 않으니까 넘어갈게.

266 이름 : 이름없음 ◆Nbi4DgASvs: 2014/02/20 17:14:46 ID:LBofyByqzR+
어쨌든 난 그 애를 따라서 갔어. 그리고 앞에서 너희가 예상한 상황.
난 어린삶의 내가 저 멀리서 벤치였나, 길바닥이었나. 앉아있는 걸 볼 수 있었어.

267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18:09 ID:LBofyByqzR+
솔직히 그때까지 내가 몸을 옮길 때마다 다른 몸은 반드시 혼수상태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상황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불량학생은 방금까지 저기 있는 '너'와 대화를 했었다고 그랬어. 분명 지금 어른삶의 모습을 한 나도 본인이 맞긴 맞는 듯 싶지만 아까까지만해도 어린삶과 대화를 했다고. 그러면서 내게 정말 네가 본인인 것을 확신하냐고 물었던 걸로 기억해.

268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20:48 ID:LBofyByqzR+
내 입장에선 정말 황당하고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지. 한편으로는 그럼 이제 난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걸까 하고 안도하긴 했지만, 그렇게 마냥 안도하기엔 힘든 상황이니까.

나는 당연히 내가 맞다고, 본인이 맞다고 하자 불량학생은 어린삶의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일단 저기 가보자고.

269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25:21 ID:LBofyByqzR+
그 때의 나는 그걸 거절했어. 솔직히 무서웠다. 소심하고 똑부러지지도 못한 성격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저기 서있는 어린 삶의 나를 마주할 수가 없었던 듯 싶다.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처음이었기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몰라. 저 모습은 어린삶의 나이긴 했지만, 안에 든 게 뭔지 모르니까. 결국 불량학생은 혼자 다녀오겠다고 했다.
지금에서야 든 생각이지만 어른삶에서의 내 모습을 처음 보는 그로서는 어린삶 쪽에 더 신뢰가 가지 않았을까 싶어. 그래서 굳이 나를 설득하지 않고 그쪽으로 혼자 간 것 같아.

270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27:58 ID:LBofyByqzR+
기억이 흐릿하긴 한데 어찌어찌 불량학생이 어린삶의 나한테 다가갔다.
그리고 뭐라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긴 했는데, 거리가 꽤 멀어서 들리진 않았어. 솔직히 궁금하긴 했지만 용기는 나지 않아서 좀 멀찍이 서서 그 둘을 보고 있었다.

271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32:12 ID:LBofyByqzR+
정확하게 이랬어, 하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 둘이서 대화하다가, 갑자기 어린삶의 내가 웃더라.
그런데 그냥 즐거워서 웃는 웃음은 아닌 것 같았어. 그때의 기억을 최대한 되살려 보자면, 뭔가 소름돋았다는 것 뿐이 기억이 안난다.
어쩌면 내가 내 몸이 혼자 움직이고 있는 걸 봐서 소름이 돋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러고 있다가 갑자기 불량 학생이 어린삶의 나한테 소리를 질렀다.

275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36:02 ID:LBofyByqzR+
주변 차소리에 묻혀 뭐라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런데 불량학생이 잠시 후 어린삶의 내 얼굴을 그냥 확 때리더라. 난 갑작스런 상황에 벙쪄서 멍하니 서있었지. 그런데 그렇게 세게 때린 것이 아니라, 살짝 툭 하는듯한 느낌이었는데 어린삶의 내가 그대로 쓰러졌던 것 같아.
그제서야 나도 정신을 차리고 그쪽으로 갔지.

277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39:45 ID:LBofyByqzR+
일단 불량학생은 제쳐두고 쓰러진 어린삶의 나를 먼저 살펴봤어. 완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이지만 상처같은 건 없었어. 앞에서 말했듯 그렇게 세게 맞은 건 아니었으니까.
우선은 안심하고서 불량학생에게는 이따가 물을테니 우선 가자고 말했다. 표정을 보니 뭔가 있긴 있는 듯 했는데 차마 묻지는 못했어.
일단은 어린삶의 나를 깨워보기로 했다.

280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42:23 ID:LBofyByqzR+
그런데 아무리 세게 흔들어도 깨어나질 않더라. 나는 당황해서 불량학생을 쳐다봤는데, 의외로 그 애의 표정은 담담했던 것 같다.
불량학생이 어린삶의 나를 한 번 보더니 조금 이상한 표정으로 바로 집에 전화해야할 거라고 그랬다.

282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44:02 ID:LBofyByqzR+
어쨌든 난 급한 마음에 우선은 어린삶의 나에게서 핸드폰을 찾아 어린삶의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그 이후론 기억이 나지않고, 병원에서부터 기억이 남아있다. 아마 어린삶의 내가 또다시 병원에 실려간거겠지.

283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47:25 ID:LBofyByqzR+
내 기억상으로는 갑자기 쓰러졌다, 하고 부모님께는 설명했던 것 같아. 워낙 쓰러지는 일도 많았고, 맞을 때 목격자도 없었으니까 그냥저냥 넘어갔던 것 같다.
그렇게 일단은 병원에서 불량학생과 나는 빠져나와 어른삶에서의 우리 집으로 갔어. 들을 이야기가 생겼으니까.

284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50:42 ID:LBofyByqzR+
도착하자마자 내가 아직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대충 기억을 되살려볼게.
불량학생은 처음엔 일단 어린삶에게 다가가서 물었다고 했다. 아마 정말 본인이 맞냐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
그런데 어린삶이 맞다고 대답하길래 처음엔 어른삶의 내가 거짓말한 줄로만 알았다고 했어.

285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53:32 ID:LBofyByqzR+
그래서 어린삶의 내게 지금 너를 사칭하는 사람이 있다, 뭐 이런식으로 이야기하려고 했다나 봐. 그런데 가만보니 어린삶의 내가 좀 이상했다고 했다.
평소에 언뜻언뜻 비치던 남성의 모습이 전혀 안보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서 이것저것 물었대. 뭘 묻고 무슨 대답을 받았는지는 내게 전혀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심지어 아직까지도 몰라.

286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56:30 ID:LBofyByqzR+
어쨌든 그 대답을 듣는 도중에 아, 이건 본인이 아니다 싶은 위화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삶의 내가 막 웃더라는 거다. 불량학생 본인도 당황해서 뭐지? 뭐지?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너무 재밌어서, 하고 어린 삶은 내가 대답했다고 해.
이쯤 이야기를 들었을 즈음 솔직히 무섭고 그랬던 것 같다. 아무리봐도 미친 것 같잖아. 정상적인 태도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287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7:59:08 ID:LBofyByqzR+
그런데 그 순간 언뜻 비치던 실루엣을 봤다고 불량학생이 얘기했다. 분명 내 어른삶에서의 모습이었다고. 그런데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길래 좀 흠칫했다고 했어.
그러다가 어린삶의 내가 말했다고 했다. 원래 이런게 들어가기도 쉽고 나오기도 쉽고 나뉘기도 쉽고 합쳐지기도 쉽다고. 정말 이 말많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어.

288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02:45 ID:LBofyByqzR+
>>287 많은이 아니라 만은. 오타야.

불량학생이 그 순간 갑자기 공포 비슷한걸 느꼈다고 했다. 뭔가 오싹했대.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그런데 어린삶의 나는 그걸 무시하고 계속 쉽다는 말만 반복하더래. 그러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렸다더라.
불량학생은 그 순간 본능적으로 어린삶의 나를 때린거지. 오싹해서.
사실 이 중에 안들려준 이야기도 많지만, 일단은 캐묻지 않기로 했었다.

289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05:08 ID:LBofyByqzR+
결국 그게 무슨 현상이었는지는 알아낸 게 없지만, 귀신이나 혼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잡귀나 뭐 그런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 아니면 합쳐진다는 말에서 내 영혼같은게 나뉘어졌나 싶기도 하고. 잘은 몰라도 대충은 그렇게 생각해.
어쨌든 그 이후로 어린삶의 나는 혼수상태에 빠졌어. 조금 안도했다.

290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08:52 ID:LBofyByqzR+
어린삶의 내가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 짐작도 못하겠더라.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불량학생과 조금 더 친해졌어. 그래도 유일하게 내게 벌어진 일들과 근접하고 이해해주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든든하긴 했지.
결국 무당은 이 이후로도 찾아가지 못했었던 걸로 기억해. 약간 영적인 이런 쪽으로 추측을 많이하다보니 안좋은 생각이 많이 떠올랐거든.

291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11:10 ID:LBofyByqzR+
그 때부터 양쪽 삶에 대해서 좀 많이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던 것 같다. 솔직히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땐 좀 심적으로 힘들 때였거든.
어린삶에서도 어른삶에서도 그리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던 시기는 아니었으니까.

292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15:17 ID:LBofyByqzR+
그래서 일단은 어른 삶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시 직장을 구하고, 아이들과 아내에게 신경을 조금 더 쓰기로 했어. 그리고 몸조심까지.
혼수상태가 될 만한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할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293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19:28 ID:LBofyByqzR+
그런데 그렇게 쉬울리는 없지. 이상하게도 온 신경이 어린삶의 나에게 가 있는 것 같았다. 어린삶일 때는 어른삶에 관심도 없는데, 유독 어른삶에서만 그랬지.
어린삶에 대한 생각이 너무 가득해서 일상에는 제대로 신경쓸 수가 없더라. 결국 어른 삶으로 돌아온지 3개월째 즈음 되는 날 어린 삶이 사는 동네로 다시 향했어.

294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22:55 ID:LBofyByqzR+
그 당시 살고 있던 동네로. 내가 어른삶으로 돌아온 직후에 어린삶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었어.
계속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뭔가를 하고는 있었을것이니까.

296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27:31 ID:LBofyByqzR+
갑자기 몸도 되게 피곤해지고 안좋네. 썰은 조금 덪풀다가 갈게. 갑자기 끐기면 잠들거나 그런거야. 하도 몸이 약해서.

나름 알아낸다고 알아냈지만 자세히는 알아내지 못했어. 가족이 아닌 이상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그렇다고 어린삶에서의 가족을 찾아가 다짜고짜 물을 수도 없엏거든.

297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29:32 ID:LBofyByqzR+
그러기를 며칠 있다가, 불량 학생과 다시 만났어. 어린 삶에서의 나에 대한 이후 상황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있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298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32:25 ID:LBofyByqzR+
아이고, 오타가 많다. 피곤해서 그러니까, 양해 부탁해. 썰도 거의 다 풀어가니까.

그렇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별 이상은 없었다고 했어. 딱히 눈치챌만한 일은 없었다고. 결국 알았다고 하고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

299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33:11 ID:LBofyByqzR+
그런데

302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38:06 ID:LBofyByqzR+
집으로 들어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갑자기 확 어지럽더라고. 급히 균형을 잡기는 했는데 균형을 잡으면서 머리위의 선반을 잡은 것이 문제였어. 그 선반이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내 머리를 퍽 때린거지.
보통 사람이라면 많이 아프긴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준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러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혼수상태까지의 강도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눈을 떴을 땐 내 몸은 이미 어린삶 상태였어.
어른삶으로 두 달도 못 넘긴거지.

303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43:17 ID:LBofyByqzR+
일단은 그렇게 며칠 간 어린삶의 모습으로 회복한 다음, 불량학생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딱히 어른삶에 대해 이것저것 신경쓰진 않아도 어느정도 그런게 있으니까.
그래서 한 3주 후에 불량 학생에게 연락을 했어. 다행히 이번엔 어른삶이 깨어있지는 않았다. 다행이라고 하니 이상하기는 한데 어쨌든 안도했어.

304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46:11 ID:LBofyByqzR+
어른삶의 나 때문에 병원에 와 있는데, 마침 같은 병원이라길래 내가 가겠다고 했던 것 같다.
정말로 어른삶의 내가 누워있더라고. 은근히 안도하기는 했는데, 영 불안한 느낌도 있더라.
그런데 그 예감대로 여기서도 '예외인 경우'가 일어나버렸다.

305 이름 : 이름없음: 2014/02/20 18:49:59 ID:LBofyByqzR+
저번엔 그냥 멀리서 지켜봤지만, 이번엔 정말 바로 눈앞에서 봤어.
어른삶에서의 내가 있는 병실 안이었는데, 마침 어른삶의 나를 보며 어디 다치지 않았나 살펴보던 도중 어른삶의 내가 눈을 뜬 거야.
내가 깨어나는 모습을 보는게 왠만한 좀비물보다 더 무서웠다. 애초에 나를 3인칭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332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6:51:58 ID:izuOHxOdeBI
그때 어른삶의 내가 눈을 뜬 걸 어린삶의 모습으로 목격한 것까지 했었나.
당연히 나는 놀랐고, 그 옆에있던 불량학생도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이상하게 어른삶의 나도 놀라있었다.

333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6:54:15 ID:izuOHxOdeBI
솔직히 내 입장에선 어른삶의 내가 놀란게 너무 황당했을 수 밖에 없지. 그래서 둘이서 멍하니 계속 쳐다봤던 걸로 기억해. 그러고 있는데 어른삶의 내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번처럼 어떻게 할 수 없냐, 그런 말이었는데 목소리가 덜덜 떨고 있었던 것 같아. 이상하게도 그랬어.

334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6:57:27 ID:izuOHxOdeBI
대충 저번처럼 한대 쳐서 어떻게 보낼 수 없냐, 하는 뉘앙스였던 것 같기도 하고. 불량학생 입장에선 난감하긴 했지만, 일단 어른삶의 나의 말을 들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당시 난 어린삶의 모습이었고, 한 대 맞았다간 영영 끝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었다. 큰 충격을 받았다가 또 혼수상태에 빠질지도 모르니까.
일단 급한대로 불량학생을 먼저 제지해야할 것 같아서 무작정 여기는 병원이라고, 그렇게 소리쳤던 것 같다.

335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6:59:50 ID:izuOHxOdeBI
어른삶의 내가 있던 곳은 6인실이었고, 보는 눈도 많았으니까.
불량학생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쪽이 진짜인지 본인도 모르겠는데 제 3자가 알 수가 없었겠지.
실제 어른삶의 내가 보이는 태도도 현재 어린삶인 내가 보이는 놀란 태도였고, 마치 둘 다 본인인 느낌이었던 것 같아.

336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02:29 ID:izuOHxOdeBI
이러다 진짜 끝나는거 아닐까 싶은 마음에 불량학생에게 물었던 것 같다. 지금 네가 보인다던 언뜻언뜻 비치는 모습이 누구에게 보이냐고.
그런데 불량학생은 둘 다 보인다며 혼란스러워했어. 요즘 하는 표현으로 하자면 셋 다 멘붕 상태.

337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05:12 ID:izuOHxOdeBI
셋이서 그렇게 어찌할바를 모르고 그렇게 한 몇 분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갑자기 병원 복도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어린삶의 나도 병원에서 퇴원한 생태는 아니었거든. 갑자기 환자가 사라졌으니 담당하던 사람이 나를 찾으러 다니던 거였겠지.

339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07:48 ID:izuOHxOdeBI
아무말없이 병실을 빠져나온거라 그 때 나는 꽤 당황해버렸었다. 그래서 병실 뒷쪽에 숨어있으려고 뒷걸음질치는 순간 뒤에 어른삶의 내가 누워있는 침대가 있다는 걸 잊은거야.
넘어지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침대에 앉혀지면서 어른삶의 나의 발목을 짚었던 것 같아. 어딘지는 정확히 기억안나는데 어른삶의 나를 손으로 짚은 건 확실했다.

340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10:46 ID:izuOHxOdeBI
그 순간은 너무 생생해서 아직도 기억한다.
확 뒤집히는 느낌으로 시야가 빙빙 돌더니 흐릿해졌어. 그러다가 조금씩 앞이 맑아지더라.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이상하게도 분명 바로 앞에 있었던 불량학생이 내 왼쪽 발치에 서있는거다. 몇번 주위를 둘러보고, 발 끝에 쓰러져있는 어린삶의 내 모습을 보곤 그제야 상황이 파악됬어.
그 짧은 순간 어른삶의 나로 시점이 변경된 거였다.

341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12:59 ID:izuOHxOdeBI
어쨌든 난 당황해서 멍하니 있는데, 옆에 있던 환자의 보호자가 갑자기 의사를 막 부르더라. 혹시 어린삶의 내게 아까 어른삶의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들어간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평소처럼 정신을 아예 잃은 것 같았다.

342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15:03 ID:izuOHxOdeBI
그렇게 의사가 몰려오고, 양쪽 보호자가 몰려오고. 이 부분은 다 기억나지 않는다만 묘한 부분이었어.
각각의 나의 가족들이 몰려왔는데, 한 가족은 어린삶의 내가 갑자기 쓰러진 것에 놀라 울고 있고, 또 다른 가족은 어른삶의 내가 깨어난 것에 기뻐하고 있고.

343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17:04 ID:izuOHxOdeBI
그들에게는 각각 다른 사람이었겠지만 내게는 둘 다 나였기 때문에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어느 가족의 감정을 따라가야할지 몰라 그냥 멍하게 있었던 것 같아. 둘 다 나였으니까. 나의 두 가족이 희비가 교차하는 걸 보는 건 되게 묘한 기분이었다. 정확한 일들은 까먹어도 기분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

344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19:41 ID:izuOHxOdeBI
불량학생이 뭘 했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옆에서 소리치는 두 가족이 뭐라고 했는지도 생각이 안나.
그렇게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고개만 푹 숙이고 침대위에 그대로 앉아있었던 것만 생각이 난다.

346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22:08 ID:izuOHxOdeBI
냉정하게 들릴지 어떻게 들릴지는 몰라도 나의 두 가족의 희비에는 정말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어. 슬프고 기쁜 건 알겠지만, 어느 감정을 느껴야할지도 모르겠고, 지금 내게 일어난 일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잠들었던 것 같다.

347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24:24 ID:izuOHxOdeBI
그렇게 자다가 깨어보니 아내가 옆에서 졸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는순간 정말 내가 뭘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살기도 싫었어. 그때 느낀 감정을 뭐라 표현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랬어. 차마 그것까지 하나하나 설명하긴 힘드네. 조금 생각이 많아져서. 그렇게 몇 달이 지났어.

348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25:59 ID:izuOHxOdeBI
그 몇달사이에 당연히 불량학생은 만났었지. 그 이후 3일이 지난 다음에 내게 찾아왔어. 나는 그에게 당시의 상황을 물었다. 내가 아는 건 고작 나의 시점이 순식간에 바뀐 것 뿐이었으니까.

349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28:28 ID:izuOHxOdeBI
불량학생이 말하기를 어린삶의 내가 어른삶의 몸을 짚는 순간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다. 어른삶의 나는 멍하니 그 자세로 가만히 있더라고 그랬다. 흔들어도 반응이 없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고 했어. 아마 그건 내가 정신을 차린 시점이었겠지.

350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30:11 ID:izuOHxOdeBI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불량학생도 당황해서 어린삶의 나만 멍하니 보면서 있었는데 옆 환자의 보호자가 의사를 불렀고, 그 이후로 상황이 그렇게 된 거라고 했다.
뭐였을까.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한 나는. 마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었지.

351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32:49 ID:izuOHxOdeBI
그 때 내게 불량학생이 말했다. 둘 다 나, 그러니까 둘 다 본인이었던 것 같다고.
그리고 그 이후로 다시는 '예외인 경우'가 없었어. 아직까지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352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35:00 ID:izuOHxOdeBI
그리고 그 몇달 간 나는 최대한 어린삶을 향한 신경을 끄려고 노력했어.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어른삶에서의 가정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직업도 찾았고, 수입도 괜찮게 들어와 아이들과 아내에게 최대한 많은 걸 해주려고 애썼었지.

353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37:02 ID:izuOHxOdeBI
어린삶에 아예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어른삶에 더는 소홀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 특히나 언제 또 혼수상태에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지만 항상 그렇게 살 수는 없었어. 해결책만 있다면, 해결하고 싶기도 했고.

354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38:43 ID:izuOHxOdeBI
내가 이 스레의 초반에 무당을 찾아가보란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좀 거부의사를 나타냈었지?
사실 이 시점에서 여러 무속인들을 찾아 돌아다녀보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한쪽 삶만 택하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럴 수는 없었어.

355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41:39 ID:izuOHxOdeBI
어찌되었든 어린삶과 어른삶의 가족 모두 내게는 가족이니까 이중택일을 할 순 없었어. 그래서 결국 무속인쪽에서 방법을 찾는 건 포기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하루하루 최대한 가족을 위해 보냈지 내가 어른삶의 나이로 28살, 어린삶의 나이로는 19살이 되던 해 친척분 중 한분이 큰 병에 걸리셨다.

356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43:47 ID:izuOHxOdeBI
아니 어른삶나이를 실수했다. 38살.
앞에서 잠시 나오셨던 어린삶의 내게 사진을 보여주셨던 분. 사실 어른삶에서는 크게 접점은 없었지만 어린삶에서의 접점때문에 신경쓰였어.

357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7:47:36 ID:izuOHxOdeBI
몇 차례 병문안을 다녀오긴 했지만 크게 변하거나 그런 건 없었지. 어쨌든 난 그렇게 계속 어른삶의 삶을 살았어. 예전만큼 어린삶에 신경쓰려 하진 않아도 불량학생에게 간간히 소식만 전해들으면서.
그 시점에서 어린삶에서의 아버지는 승진을 하셨었던걸로 기억해. 사담이지만 어린삶에서 엄마는 엄마라 불렀지만 아버지는 아빠라 부르질 못했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소식에 조금은 마음을 놓았다.
어린삶의 내 가족에게 기뻐할거리가 생긴 거였으니까.

359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03:00 ID:izuOHxOdeBI
그렇게 지내던 도중 나는 어느날 아프신 친척분의 연락을 받았다. 그분께서 나를 찾으신다기에 난 의아해하며 그분께 찾아갔어. 병이 이미 많이 진전된 상태라 그 이후로 수술도 받지 못하시고 많이 수척해지신 모습이었다. 그런데 내게 무언가 할말이 있으신 모양인지 나를 급히 부르신거야.

360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05:51 ID:izuOHxOdeBI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셨다. 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그런데 갑자기 그분이 어린삶의 내 이야기를 꺼내셨어.
혹시 아냐고. 이름도 아니고 추상적으로 말씀하시긴 했지만, 나는 단번에 그게 나라는 걸 알아차렸다.

362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09:03 ID:izuOHxOdeBI
어린삶의 나를 만났던 이야기를 하시면서 웃으셨던걸로 기억한다.
너와 크게 알고 지냈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 아이를 보자마자 네가 떠올랐다, 하고 말씀하셨어. 혹시 그 아이가 네가 아닐까하는 말도안되는 생각도 해보셨다면서.

363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11:00 ID:izuOHxOdeBI
솔직히 그때 좀 흠칫했었다. 그분은 말도안되는 당신의 생각이었다 이야기하셨지만, 그건 정말이었으니까.
나는 그 순간 친척 분께 내가 지금껏 숨겨온 이야기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어. 그래도 조금 믿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364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15:22 ID:izuOHxOdeBI
그래서 조금 털어놓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내가 지금껏 겪어온 이야기에 대해서 말씀드렸어.
그런데 내가 생각하던 반응과는 달리 의외로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고계셨다.

366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19:38 ID:izuOHxOdeBI
그러더니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기억대로 떠올려 써볼게.

만약 지금껏 네가 몇몇의 사람에게 지금껏 네가 겪고있던 일을 이야기했다가 믿어지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비밀로 해버리기로 결심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솔직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믿어줄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고(불량학생을 이 순간 떠올렸었다) 지금의 당신(친척분)이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분명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어딘가 있었을것이라고.

367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23:42 ID:izuOHxOdeBI
그렇게 지금껏 숨기고 속여오는동안 힘들었을 사람도 있을테니 네가 생각하기에 네가 숨김으로서 그간 힘들게 했던 사람이 있었다면, 이시간 이후로 가서 말하라고. 믿어지지 못하더라도 네가 증명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라고.
그간 네가 수시로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네 가족을 지켜보았는데, 다들 힘들어 하고있었다고 하셨다.

솔직히 전부 맞는 말이었기때문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간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369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26:48 ID:izuOHxOdeBI
그리고 그분께서 다시 입을 여셨어.
가서 솔직히 말해라. 네게도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안다. 그렇다면 준비되었을 때 네 아내나 그 또다른 가족에게도 다시말해보아라.

솔직히 내 자신이 계속 피하고있었던 것도 있었고. 나는 그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못하고 집에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370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29:37 ID:izuOHxOdeBI
집에 돌아가니 아내와 아이들은 잠시 외출한듯 했어.
난 잠시 고민했다. 확실히 이대로 계속 살 순 없었으니까. 친척 분의 말씀이 계속 떠올라서 미칠 것 같았어. 확실히 한 가정의 가장이나 딸로서는 실격이었지.

371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31:29 ID:izuOHxOdeBI
혼수상태를 왔다갔다 하는 동안 내 삶뿐이 아니라 가족들의 삶도 크게 망가진 것 같았어. 그래서 어린삶의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른삶의 몸이긴 했지만 차근차근 정리하자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372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33:40 ID:izuOHxOdeBI
처음 어린삶의 언니는 전화를 받고 당황한 듯 싶었다. 이래저래 핑계를 대고서 약속을 잡고 나갔어.
차마 어린삶의 부모님께는 말씀드릴 수가 없어서 언니에게라도 말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언니를 만났어. 어른삶의 몸이긴했지만 오히려 잘됬다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지.

373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35:00 ID:izuOHxOdeBI
처음엔 이게 무슨 미친놈일까 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잘못 선택한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그런데 조금씩 이야기를 진행해나가자 언니가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친척 분께서 옳으셨던거지.

374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43:57 ID:izuOHxOdeBI
언니도 완전히 믿지는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한 최대한 모든 이야기를 하고, 어린삶의 나와 언니밖에 모를 이야기들을 했어. 위에서 누군가가 제안해줬듯이. 그러자 조금씩 믿어줬어. 나는 마지막 말을 하고 바로 일어섰었다. 처음부터 많은 이야기를 할 순 없었어. 못난 동생이어서 미안해.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375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46:32 ID:izuOHxOdeBI
솔직히 누구에게든 허무맹랑하게 들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들어줬다는게 기뻤다.
그러나 집으로 와서 아내의 얼굴을 보자 아내에게는 도저히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었어. 위에서 누군가 아내와 아이들을 놓아주라고 했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거든.
혐오하는 눈빛 또는 증오하는 눈빛을 받을까봐 결국 아내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어.

376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51:30 ID:izuOHxOdeBI
그렇게 또 1년이 지났다. 결국 아무런 이야기도 아내에게 하지 못했어.
이번 어른삶을 3년째 버텨가고 있다는 것에 안도하는게 고작이었지.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들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동시에 어린삶을 점점 잊어갔다.
역시 어린삶의 언니나 불량 학생과 간간히 연락하며 소식을 듣는게 어린삶과 연결된 것의 전부였으니까.

378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56:22 ID:izuOHxOdeBI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확 느낌이 오더라. 아, 곧 어른삶이 끝나겠구나. 무슨 영적인 것이나 초현실적인 무언가가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계속해서 겪어오다보니 감이 온거지. 주위의 분위기나 몸 상태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꼭 공사장에서 일어난 사고만이 삶이 바뀌는 시발점이 아니었던 듯 싶다. 또 다른 원인이 있었겠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몰라. 단지 직감이니까.

379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8:58:27 ID:izuOHxOdeBI
그래서 더 늦기전에 아내에게 말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삶으로 돌아가게된다면 언제 다시 어른삶으로 돌아올지 모르니까.

380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01:30 ID:izuOHxOdeBI
실제로 어린삶으로 돌아간 건 3달즈음 후 작은 사고때문이었지만 그땐 몰랐으니까.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후 언젠가 꼭 이야기해주겠다고 말했어. 고맙게도 아내는 아무런 추궁없이 고개만 끄덕여주었고. 그때의 나는 아직까지는 아내와의 관계에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싶지않았었다.

381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06:25 ID:izuOHxOdeBI
그리고 어린삶으로 돌아간 후에는, 언니와의 이야기를 끝냈다. 그제서야 언니도 믿어주는 눈치였어. 그때가 어린삶은 20살, 어른삶은 39인가. 2012년도였던 것 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어.
언니와는 꼭 부모님께는 비밀로하기로 약속했어. 부모님께서도 걱정은 많으시겠지만, 정신병원을 권유하셨던 것이 떠올라 다시 이야기를 꺼낼 순 없었다. 대신 최대한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로 했다.
어린삶의 모습으로 어른삶의 아내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단지 몸이 약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사람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383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12:13 ID:izuOHxOdeBI
그래서 검정고시를 1년간 준비해서, 합격했다. 그리고 21살. 꽤 괜찮은 학과에 어린삶의 부모님도 행복해하셨고, 내 삶도 천천히 나아지는 것 같아 조금 기뻐졌다.
그리고 나는 아내를 만나기로 했어.

384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14:58 ID:izuOHxOdeBI
저번에 언니를 만날때에는 전화를 했지만, 이번엔 무작정 집앞으로 찾아갔다. 아무래도 어린삶을 살 때든 어른삶을 살 때든 전부 어린삶을 신경쓰고 있었고, 어른삶의 가족들에게는 소홀했었으니까.
어렵게 마음을 다잡고 초인종을 눌렀어. 그리고 어린삶의 나는 아내를 만났다.

385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16:55 ID:izuOHxOdeBI
아내는 어린삶의 나를 보고 누구냐고 물었다. 나는 그때 나도 당황해버려서, 아무말도 못하고 서 있었어.
그렇게 둘이 멀뚱히 서 있었는데, 갑자기 아내가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386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19:02 ID:izuOHxOdeBI
집 안이 많이 썰렁하죠, 부터 시작해서 일상적인 대화들을 늘어놓는 아내를 보니까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게 한참 혼자서 이야기하던 아내가 차를 내오며 내게 물었어.
무슨 볼일이 있어보여 일단 안에 들였지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그러면서 무슨 일이 있어 왔는지 말해달라 그러더라.
그리고 나는 차근차근 아내에게 계속 숨겨온 이야기들을 시작했어.

387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21:26 ID:izuOHxOdeBI
어린삶의 언니처럼 믿지 못하는 반응. 그렇지만 내가 이야기할수록 조금씩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솔직히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
특히 아내가 그럼 당신이 제 남편인거네요, 하며 웃었을때.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많이 의외였다.

388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22:57 ID:izuOHxOdeBI
아내는 나에게 내가 혼수상태일때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여기에 적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난 그 이야기를 듣고 울었다.
가정에 너무 무책임했던 나와 아내가 믿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그랬어.

389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25:41 ID:izuOHxOdeBI
그리고 아내에게 준비해온 이야기를 꺼냈다.
믿어줘서 고맙다고. 정말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하고, 해결책도 모르고 어쩌면 평생 계속해서 어른삶의 가정에서 가장노릇하기엔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이혼하고 싶으면 그래도 좋다.
이 말을 하는게 그렇게 어렵더라. 아내를 사랑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위에서 누군가 말했듯이 아내와 아이들은 힘든 삶일테니까.

390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27:13 ID:izuOHxOdeBI
그런데 아내는 내게 아니라고 했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고. 이대로라도 같이 살고싶다고 이야기하는데 진짜 눈물이 나더라. 친척분이 옳았어.
그간 내가 멍청했던거지.

394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31:46 ID:izuOHxOdeBI
그리고 1년. 지금.
22살과 41살의 삶을 나는 아직도 같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어린삶과 어른삶의 가족과 주변인을 더 이상 불행하고 힘들게 만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있다. 조금씩 정리해나가며 양쪽 삶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나가려한다.

395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33:20 ID:izuOHxOdeBI
완벽한 행복을 만들 순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어.
어린삶에서는 예쁜 딸로 어른삶에서는 훌륭한 가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좋은 가족이 되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396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34:56 ID:izuOHxOdeBI
물론 지금 내가 실수하는 것일수도 있고,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
이것도 내가 타고난 운명일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스레딕에 온것도 그간의 힘들고혼란스러워했던 삶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어.

397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37:11 ID:izuOHxOdeBI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씩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게 현재로서는 내 소망이다.

언니와는 가끔씩 이 이야기를 하면서 어린삶의 내가 가족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언니가 이젠 완벽하게 이해해주니까.

398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40:58 ID:izuOHxOdeBI
비하인드 스토리라 하기엔 뭣하지만
불량학생. 이젠 친구지만. 그간 많은 도움을 받고 아직까지 의지가 되는 친구다. 얘도 정신차려 대학 간 이후로도 계속 큰 도움이 되고있다. 항상 고마워하고있어. 아내도 어린삶의 모습으로 자주 만나고있다. 어른삶으로 내가 돌아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여전히 날 나로 대해줘서 항상 사랑하고 있고. 부모님도, 아이들도 언제나 사랑하고 있어.
예전보다 나아진 삶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여기서 힘들었던 그동안을 정리할 수 있게 지켜보고 응원해줘서 다들 고맙다.

399 이름 : 이름없음: 2014/02/22 19:42:45 ID:izuOHxOdeBI
아무래도 마무리에 의의를 뒀기때문에 이 스레는 여기서 끝일듯 하다.
위에서 2차창작 이야기가 나왔는데, 출처만 밝히면 상식적인 선에서는 괜찮아. 퍼가는 것도 물론.

다들 정말 고마웠어. 이렇게 들어주고 응원받는 건 꽤 기분 좋았다. 앞으로도 쭉 잘 지내고, 그럼 이만.
다들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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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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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인생존잼 | 작성시간 23.09.12 난 아기때 기억드는데 그냥
  • 작성자마일리 사이러스 | 작성시간 23.09.12 제밌다.. 몰입감 대박이라 진짜 흥미진진하게 잘읽었어!!!!
  • 작성자일은 자기만 하는 줄 알아 | 작성시간 23.10.05 이 글 볼 때마다 어른 삶에서의 가족이 너무 안타까움ㅠㅜ
    진짜 어른 삶을 제대로 끝맺음을 못해서 혼이 왔다갔다 흡수되는 듯..
  • 작성자영원한건절대업어 | 작성시간 24.01.04 몰입감 대박이다
  • 작성자유유유유유3737372 | 작성시간 24.04.28 헐.. 머지ㅠ 가족들이 불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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