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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기타][Reddit] 나는 시각장애인이다. 우리 집 계단 수가 계속 바뀐다.

작성자pedo/rapist/abuser|작성시간24.03.07|조회수5,169 목록 댓글 16

 

출처 : 여성시대 pedo/rapist/abuser
https://www.reddit.com/r/nosleep/s/3mKD3betjv




나는 항상 앞을 못 봤지만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그것 때문에 괜찮았다. 시력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건 너무 우울했을 테니까.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을 슬퍼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나는 이 어퍼 이스트사이드 아파트에서 정말 오랫동안 살았다. 작가로서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 중요했다. 내 글쓰기 스타일이 절묘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는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감각에 집중하고 그 감각을 자극함으로써 글에 빛을 더했다. 나는 빨간 사과라고 말하지 않는다. 빨간색은 내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따뜻하고 단단하며 신맛이 나는, 약간 달콤하고 손에 착 감기는, 풀 냄새와 어린 시절의 냄새가 나는 사과를 말한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이 아파트는 한동안 좋았지만 정말 작았다. 그리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일을 통해 많은 돈을 모았기 때문에 교외에 있는 이 아름다운 저택을 구입했다. 적어도 내 친구와 가족들은 그렇게 불렀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앞이 안 보이니까.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새소리를 들으면서 부엌의 따뜻한 햇살과 발코니의 상쾌한 공기를 느끼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일했다. 밤낮으로.

사람들은 내 집에 위층이 있으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평생을 앞을 못 보고 살아서, 요리하고, 물건을 썰고, 목욕하고, 집 청소를 해도 계단을 오를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난 문제 없었다.

계단, 계단을 세어보았다. 14. 결국에는 익숙해져서 계단을 몇 개나 올라야 하는지 정확히 알기 때문에 계단을 더 빨리 오르내리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은 혼자 살기 때문에 특정 물건의 위치를 파악하고 항상 같은 위치에서 물건을 찾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어떤 움직임은 반사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어느 날 계단을 내려가다가 넘어졌다. 바닥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곳에 계단이 하나 더 있었는데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나 생각했을 뿐이다. 30년 동안 시각장애를 겪은 내게 넘어지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상하긴 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올라갔을 때 정상에서 넘어졌다.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 걸음 더 올라갔으니까.

나는 계단을 다시 올라가서 세어봤다. 15.

다시 세어봤습니다. 14.

씨발?

그래, 열네 걸음이었다.

아- 뭐 어때. 난 자러 갔다.

며칠이 지나고 난 더 이상 넘어지지 않았다. 나는 피곤한 마음이 저지른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물을 마시러 아래층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넘어졌다. 이번에는 정말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한 계단을 건너뛴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두 계단은 더 넘어졌다.

나는 주위를 살피고 일어섰다. 발은 많이 아팠지만 발목은 괜찮았다. 정말 일어설 수는 없었지만 심각하게 다치진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숫자를 세며 올라갔다.

16.

이게 뭐야? 물론, 실수하면 하나 더 세거나 하나 덜 세지. 하지만 두 개나 더?

집은 너무 고요하고 조용했다. 새도, 벌도, 지나가는 차도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어둠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고요함이 두려웠다.

나는 다시 계단을 내려오며 숫자를 셌다. 바닥에 도착했을 때 14개를 셌다.

다시 올라갔다.

18.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누가 나한테 장난친 건가? 아니 그런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도둑이 남의 집에 침입해 계단을 추가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나는 문을 잠갔는지 확인하러 갔다.

꽤 깔끔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부엌을 지나 복도로 들어갔다.

그러다 무언가에 부딪혔다.

난 얼어붙었다. 온몸의 장기가 긴장하고 머리카락이 솟구치고 귀가 쫑긋해졌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큰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계속 가서 문을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그래, 잠겼다.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어떤 것 하고도 부딪히지 않았다. 누구도.

18.

젠장

밤새도록 미친 사람처럼 오르내리기만 했다. 그리고 매번 다른 결과를 얻었다.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세어보기로 했다.

14. 좋아, 아마 더 많아질 거야.

15. 계속 진행 중이네.

17.

19.

21. 기록이군.

27.

... 33.

이게 말이 돼?

52.

88.

나는 임박한 파멸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가 나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악하고 역겹고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계단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102.

결국 포기했다. 이게 뭐든 간에 저는 바닥에 닿고 싶지 않았다. 다시 올라갔다. 올라가기 위해 등을 돌리는 순간, 용기를 내려고 했지만, 무언가가 저를 덮쳤고, 나는 필사적으로 네 발로 뛰어서 꼭대기에 도달하려, 필사적으로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침실로 돌아가려-

어떻게 들어가서 문을 잠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잠갔다. 그리고 지금은 여기 앉아서 타이핑을 하고 있다.

이 집이 이상하다. 으스스하고 불안하다. 계단 밑으로 내려갔다면 이 세상을 떴을 것 같다. 더 이상 내 집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어리석고, 비밀스럽고, 으스스하고, 부자연스러운 계단을 발견한 것이든, 내가 내려가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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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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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인생사새알팥죽 | 작성시간 24.03.08 천국의 계단인가...?
  • 작성자바깥은 여름 | 작성시간 24.03.09 시발 천국의 계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내가잘잘잘못했어 그말이달달콤해서 | 작성시간 24.03.09 와 개무서워.....
  • 작성자일방통행 | 작성시간 24.03.10 뭐지 궁금하다
  • 작성자하현상 | 작성시간 24.03.13 천국의계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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