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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신비돋네]산에서 삼목구 만난 썰

작성자조퇴|작성시간24.03.31|조회수10,202 목록 댓글 62

 

출처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gongpow&no=9940


어렸을때 난 산에 다니는걸 좋아했어



이건 무슨 나무 저건 무슨 나무 할 정도로


줄줄이 외우기도 했으니 말 다했지


학교 끝나고 자주가던 산 공터쪽에 가서


으레 아이들 놀듯 곤충들 구경하고


땅파면서 놀았지


그러다 해가 어둑어둑 져가니까


갑자기 무서워지더라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워낙 어두워서


이 길이 저 길 같고 저 길이 이 길 같아


그렇게 헤메다 날은 다 져무고


나는 무서워서 덜덜 떨면서 쭈그리고 있었는데


어디서 바스락 소리가 나는거야


나는 겁을 집어먹고 막대기를 줏어서 뭐가 나오든


이걸로 내쫓으리라 마음먹었지


그런데 왠걸 한 흰 개 한마리가 나오는거야


생긴건 성인만한데 털이 덥수룩해서 눈이 보이지도 않고


털은 엉킬대로 엉켜서 완전히 들개였지


나뭇가지로 그 개를 때리려는 순간


보여버린거야 그 개의 꼬리가


반갑다고 꼬리를 그렇게 세차게 흔드니


나는 이 개는 나를 해코지 하지 않을 생각이구나 했지


그런데 이 개가 갑자기 어디를 막 가네?


그렇게 가다가 뒤돌아서 나를 지긋이 쳐다보더라고


그래서 나는


아! 이 개가 자기를 따라오라는거구나! 하고 따라갔지


이상하게도 저 개를 따라가니까 무서운 감정도 사라지고


마음이 딱 놓이는게 아주 신기하더라고


소름끼치게 서늘하던 달빛도 갑자기 포근해 보이고


내가 보지 못했던 밤의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 눈에 딱 보이더라고


산의 못보던 그 아름다운 모습을 즐기면서 개를 따라가니


어느새 풀잎 사이로 우리 동네 불빛과 아스팔트 도로가 보이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흰 개가 보이질 않는거야


그래서 뒤돌아 아직 산에 개가 있나 찾아 보니 안광이 보이더라구


나를 데려다주고 돌아가려나 보다 싶어 인사를 하는데,


유심히 보니 이게 또 아주 이상해


보통 개는 눈이 두개라 빛나도 두개인데


얘는 안광이 세개더라고



나는 참 이상하다 해서


집으로 돌아가 할머니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내가 삼목구를 만났다고 하셨어


삼목구는 눈이 세개인 개 인데


옛날에 이 동네 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였다더라고


할머니 어렸을때는 사당도 있었는데 사람들이 발길이 끊겨


자연스레 잊혀졌다 말씀하셨어


이야기를 다 마치신 할머니는 손자 지켜준 보답 하시겠다며


고기를 가져오시더니 그릇에 담아 대문 밖에 놔두셨어


다음날 아침 학교갈때 그릇을 보니 고기는 깨끗이 사라져있고


개 발자국만 남아있더라고


그 삼목구 덕분에 아직도 나는 산을 좋아하고


밤의 산에서 야경을 보는 취미도 생겼어


산을 탈때면 주위에서 나를 지켜주는 기분도 들어서


등산이 끝나면 마음속으로 삼목구한테 고마워 하고 있지


언젠가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삼목구의 사당을


다시 세워줄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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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휴스토리 | 작성시간 24.04.19 목구야 고마워ㅠㅠㅠㅠ 왜 눈물이 다나지ㅠㅠㅠㅠ
  • 작성자행복한햄쥐 | 작성시간 24.05.01 따봉 목구야 고마워
  • 작성자세상은 동물들이 구한다 | 작성시간 24.05.04 강쥐들아ㅠㅠㅠㅠㅠㅠㅠㅠ
  • 작성자댤디댠뱜양걩 | 작성시간 24.05.06 따봉삼목구야 고마워!!!
  • 작성자모발이우수수 | 작성시간 24.05.11 목구강쥐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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