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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사람]내가 아파트 들어가는걸 무서워하는 이유

작성자조퇴|작성시간24.04.02|조회수8,268 목록 댓글 13

 

출처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gongpow&no=930


예전 살던 아파트였고
5년 지난 일임

그 때 고등학교 2학년이였고
수시에 목숨걸어서
학교 끝나면 과외 선생님 차 타고
과외방 가서 공부하고
새벽 1시정도에 집 오는게 일상이었음

그 때도 과외 끝나고 선생님이
집 앞 상가에 내려주심

내가 예전 살던 아파트는 완전 예전식이라
아파트 바로 앞에 주차장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경비실 있는 형식이였음



여튼 이렇게 아파트 단지가 있고
주차장이 바로 앞에 있는 구조였고
주차장이 복잡해서
집 바로 앞에 내리기엔 무리여서
매번 좀 떨어진 곳에서 내려
빨간색 화살표대로 집에 갔음

주차장 지나고 앞 단지쪽에서
계단으로 들어가려고 쭉 가는데
내 뒤에서 퍽 하는 큰 소리가 났음

이 소리가 난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음.

진짜 뭔가 터지는 소리였음 내 바로 옆이였음.

화단에는 나무 큰거 2~3개 자라있고
화단 꾸밀 때 쓰이는 동그란 풀?

그게 있었음

당시엔 진짜 신경도 안썼음.

어 뭐지? 하고 돌아보지는 않았고
위층에서 뭐 떨어뜨렸나 싶어서
자세히 보러 가지도 않았음

너무 피곤했고 지쳐서 말 그대로
거의 아무 생각도 안하고 앞만 보고 갔음

아파트 계단 타고 집 올라가서
신발도 대충 벗어놓고 방에 들어갔음

그렇게 한 5분 누워있다가 씻고 잘려고
옷 벗고 있었는데 바지에 뭔가 묻어있었음

자세히 알려주면 빨간색 물감처럼 생겼었는데
팍 튄 느낌이었고
그 빨간색 물감 묻어있는 아래쪽은
조금 하얀게 여기저기 튀었음.

왼쪽에는 엄청 묻어있고
오른쪽에는 안쪽발쪽에 튀었음.

ㅅㅂ 뭐지 하고 슥 만져봤는데
묻은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느낌인거임.

그 때부터 뭔가 이상했음
바지 들고 신발장 앞으로 가니깐
내 신발 왼쪽에 똑같은게 묻어있고
당시 신던 신발이 하얀색이라 더 잘 보였음

여기서 뇌정지옴.

뭐지 뭐지?
하다가 어머니가 주무시다 안방에서 나오심

어머니가 물어보셨음

뭐 하고 다니길래 바지랑 신발에
물감 묻히고 다니냐

아니 근데 난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물감을 본 적도 없는데 이상해서

저도 집 와서 지금 봤어요
뭔지는 모르겠는데

하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난거임

퍽 하는 소리

어머니께 사실 집 앞에서
화분같은거 떨어지는 소리 들렸는데
제 바로 옆에 떨어진 것 같아서 놀랬어요 했음

어머니께 이 말 하니깐 소름이 확 끼쳤음

우리집은 4층이었고
아래서 내려다보면 밑에 있는 것들은 잘 보였음

근데 이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의문인거임.

새벽에 누가 화분같은걸 떨어뜨린다..?

이해가 안간다 싶어서
베란다 나가서 아래 내려다봤음

그리고 내가 오던 길 바로 옆
화단 끝자락에 뭔가 툭 걸쳐있었음

새벽이라 잘 안보였는데
1층 베란다에서 새어나오는
거실불로 봤는데
진짜 너무 충격이였음

마네킹처럼 있었고
팔은 완전 반대쪽으로 꺾여있었고
머리쪽은 설명 못하겠음..

아직도 너무 생생함

그냥 없는 것 처럼 보였음

그 때가 새벽 1시 20분경이었음.

내가 베란다에서 얼타니깐
어머니도 뭐야? 하시면서 다가오시길래
처음으로 어머니한테 소리쳤음

오지 말고 빨리 119에 신고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제발 베란다로 오시지 말고
제발 빨리 신고해달라 애원했음

어머니가 119에 신고하시면서
뭐때문에 신고하는 줄도 모르시니깐
내가 전화 바꿔서 구급대원분께 신고함

떨면서

여기 xx아파트 3xx동 앞 화단에
사람 같은게 누워있어요
제발 빨리 와주세요

라고 말씀드림

신고 하고 5분 뒤에 구급차랑 경찰차 옴

평일 새벽이라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

정말 다행인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그 시신을 못 본 사람이 많았다는거임..

진심 너무 다행임

구급대원분들 오시자마자
경찰이 폴리스 라인 치고
구급대원분들이 흰 천으로 시신 위로 덮고
곧이어 구급차 한 대가 더 왔음.

새벽에 사이렌 불빛때문에 깬
사람들 많은지 아파트 불 하나 둘 켜졌음

그리고 난 집에서 벌벌 떨고있었는데
구급대원분이 전화해서 신고해주셔서 감사하고
목격자가 나밖에 없으니깐 힘들겠지만
몇 가지 물어볼게 있다고 하셔서 떨면서 답변 드렸음

피 묻은 신발이랑 바지는 봉투에 싸서 드렸고
시신 수습은 구급대원분이 해주셨음

난 아직도 구급대원분들은 존경함.

나는 슥 보고서도 구토 나올 정도인데
너무 차분하게 대처를 잘 해주셨음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14층 살던
한 여성분이 뛰어내렸다고 하심.

이혼하신 분인데 친절하셔서
아파트 앞에서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했던 사이인데
너무 안타까웠음

그리고 난 5년이 지난 지금도
아파트 단지 옆길로는 안다님

지금은 이사했지만 계단 들어서기 전
무조건 위에 보고 다른 길오 안가고
아파트 입구 계단쪽으로 바로 일자로 들어감

아직도 퍽 소리가 생생하고
아직도 신발에 묻어있던 피는 트라우마가 됨

공부도 잘 안되고 매번 그 생각 들고
밤 늦으면 무서워서 벌벌 떨 지경이었음.

그리고 23살 먹은 난 지금도
학교 기숙사나 아파트 등등
고층 건물 들어가기 전 위를 무조건 봄

떨어지는 사람한테 휩쓸려 나도 죽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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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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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리지훈이 | 작성시간 24.04.03 와 쓰니 정말 안타깝다ㅜㅜㅜㅜ

    나는 사실 퍽 소리 난대서 뭐 생각했냐면은, 예전에 나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약간 청소년..? 들이 아래로 귤 같은 과일 던져가지구 사람 맞추는 악질 장난 치다가 누가 진짜 크게 다쳐가지고 뉴스도 나오고 그랬던 적 있거든… 그런 거일 줄 알았는데….
  • 작성자구교활 | 작성시간 24.04.04 너무 무섭다
  • 작성자라임이나레몬이나 | 작성시간 24.04.04 아 나는 소리만 들었었는데 그것도 트라우마였는데 목격까지 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 작성자반말은 새가 듣고 존댓말은 | 작성시간 24.04.06 소리가 정말 크더라… 멀리서 폭탄이 터졌나 할 정도의 크기였음
  • 작성자살랑 | 작성시간 24.04.11 그 경황없는 와중에 어머니 충격받으실까봐 오지 말라고ㅠㅠㅠㅠ 에휴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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