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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신비돋네]죽은 고양이한테 보은 받았던 이야기

작성자조퇴|작성시간24.04.18|조회수10,794 목록 댓글 49

 

출처 : https://arca.live/b/spooky/95871213



난 어릴때부터 강아지보단 고양이를 좋아했어.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고... 지금은 사정상 키울 수가 없어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중이지

배경을 먼저 설명하자면 그 때 나는 17살이었나 18살 겨울 방학이었나

집이 시골이었기 때문에 학교를 안 가는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아버지의 밭에 들렀어.

당시에 아버지께서 허리를 심하게 다쳐 거의 집에만 누워있다시피 하시고

내가 가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아버지 대신 지시를 하고 밭의 상태를 확인하곤 했었거든.

그 날도 내가 자전거를 타고 레이서에 빙의된 것마냥 페달을 풀로 밟고 있었는데,

저 앞에 뭔가 있길래 속도를 줄이고 보니 내 손바닥만한 검은 새끼 고양이가 엎드려있더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추운데 길바닥에서 자나 싶어서 가까이 가보니까

날이 추워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굶어서 그런건지 움직임도 거의 없고 숨이 다 꺼져가고 있었어.

근데 촌구석이라 동물병원은 시내를 나가야 있고, 그 시내가 자전거로는 20분 이상 가야하는 거리였어.

일단 우리 밭 농막에서 몸이라도 녹여보자 싶어서 입고 있던 패딩 지퍼를 내려

내 체온으로 몸을 덥혀주면서 천천히 우리 밭으로 향했지.

그래도 살리지는 못했음. 너무 늦게 발견한 탓이었겠지.

비닐 하우스 안쪽 저 구석에, 쟁기로 땅을 뒤집어도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땅을 판 후 묻어줬어

죽는 순간은 추웠겠지만 앞으로는 따뜻한 곳에서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

그 날 밤에 꾼 꿈이 아직도 생생한데 내가 방에서 어떤 검은 고양이랑 노는 꿈이었어

혼자 내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왠 검은 고양이가 창문으로 뛰어들어오더니

나한테 안겨서 골골대며 흔히 냥냥펀치라고 하는 행위를 하는 꿈이었는데

그 이후로 우리 집에 어떤 사건들이 생기게 됨.



1.

어느 날 밭에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겨서 아버지를 호출했어야 했는데

허리가 다 낫기도 전에 그 몸을 이끌고 밭에 나오셔서 사다리를 타고 작업을 하셨어.

난 농막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 때 일하던 외노자 형님이 오더니

brother, 사장님 떨어지셨어! 라고 하는거야

깜짝 놀라서 가보니 사다리는 뒤집어져있고 아버지께서 누워계셨는데

다행히 부드러운 비닐 같은 걸 잔뜩 쌓아놓은 곳이라 크게 다치지는 않으셨어.

근데 놀라운 건 그 충격 때문인지 뭔지는 몰라도 더 이상 허리가 안 아프다고 하셨어.

병원에서도 비닐 위에 떨어지면서 오히려 추나 요법같은 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하더라



2.

앞서 그 고양이를 비닐하우스 구석에 묻었다고 했잖아?

근데 그 아이를 묻었던 비닐하우스의 작물은 유달리 품질이 좋게 나왔어

수확을 하고 공판장에서 가격을 매기면 항상 최고가를 받았고

품질 뿐만 아니라 수확량도 눈에 띄게 증가해서 쉴 틈은 없었지만 웃음이 떠나질 않았어

막말로 돌덩이를 심어도 금이 나올 정도의 땅이 된거야



3.

당시에 할머니께서 살아계셨는데 치매와 병 때문에 스스로도 너무 고통을 받으셨어

오죽했으면 정말 드물게 할머니께서 정신이 온전하실 때 '살아가 미안타'는 소리까지 하셨겠어.

그 말을 듣는 우리 부모님 마음은 오죽했을까.

근데 고양이를 묻어준 후로는 할머니께서 자꾸 '괴이(고양이)가 보인다'고 하셨어.

아무것도 안 보이는 허공에 '나비야 온나 내랑 놀자' 이러신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놀랍게도 어느 날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시더니

아침 식사를 평소의 배로 하시고는 부모님에게 갑자기 고맙다고 하셨어.

그리고 그 날 저녁에 돌아가셨어.



4.

근데 위에 이야기만 놓고 보면 저딴 게 보은?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할머니께서는 치매가 발현하기 아프실 때 전 몇 가지 바라는 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빨리 고통 속에서 해방되길 바랐고

다른 하나는 아들 형제자매끼리 화해를 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때 당시에 할머니 부양 문제 및 여러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결론적으로는 우리 가족이 아닌 상대방의 잘못으로 가족끼리 크게 분열이 나서

근 10년간 아무 왕래가 없었는데 할머니 장례식 때문에 한 장소에 모였어

형제지간이라지만 사이가 안 좋으니 가시방석 그 자체였고 나도 어릴 때 봐왔던 것이 있어 대충 인사만 했다가

장례식 마지막 날에 부조금을 모두 우리 아버지께 건네며 작은 고모님께서 말하셨어

어머니를 니가 모셨으니 이 돈은 네가 다 가져가는 게 맞다고

너 없는 동안 이야기 다 했으니까 보상이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시며

줄줄이 서로의 잘못을 용서받고 그 자리에서 화해를 했어.

약 10년이 지난 지금도 모여서 예전의 싸움은 서로 추억거리로 씹을 정도로 사이가 다시 돈독해진거야.



그 외에도 내가 처음으로 산 로또가 3등에 당첨된 일이라던지 여러가지 자잘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난 이게 단순한 우연이 아닌 내가 그 때 묻어줬던 고양이의 보은이 아닐까 생각해

지금은 더 이상 그 자리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별 일은 없어.

아마 뭘 해주고 싶었지만 자기도 아기라 큰 건 못 해주고

저런 소소하게 작은 행복들을 우리 집에 보내줬던 게 아니겠냐고 믿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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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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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Aibao | 작성시간 24.07.20 ㅠ아가..
    복받으렴
  • 작성자소고기먹었지롱 | 작성시간 24.08.19 따봉고양이 복받으렴ㅠㅠㅠㅠㅠㅠ
  • 작성자지금 거신 전화는 | 작성시간 24.08.19 따봉고양이ㅠㅠㅠㅠㅠㅠㅠ좋은곳으로 가서 행복하길
  • 작성자이럴수ㄱr | 작성시간 24.10.09 고양아 ㅜㅜ
  • 작성자썩은 대통령 빼 | 작성시간 24.10.27 영희는 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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