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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신비돋네]머리가 없는게 보이면 고개를 숙이렴

작성자두룹과 두루미|작성시간24.06.14|조회수4,378 목록 댓글 29

 

출처 :  여성시대 두룹과 두루미

맨날 읽기만 하다가 내 이야기 쓰려니까 좀 어색하다 ㅎㅎ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고 중학생때 있었던 그냥 조금 신기한 일을 써보려고 해

내가 중학교 1학년, 이동수업을 하고 교실로 돌아가던 때였어. 원래는 음악수업 끝나고 친구들이랑 다같이 가는데 아마 그날은 내가 뭐 챙길게 있어서 다른 곳 들렀다가 따로 간 듯?

음악실은 별관에 있어서 교실로 가려면 슬리퍼를 손에 들고 신발로 갈아신은 후에 이동해야했어. 종 치기 몇분 전이라 이동로는 한산했는데, 앞에서 어떤 선배가 한명 오고 있더라고. 우리학교는 학년마다 명찰색이 달라서 3학년인걸 알 수 있었어.

교칙상 선배한테 먼저 인사해야한다는게 있어서 난 그 언니가 가까워지면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인사하기 애매한 거리에서 언니가 날 빤히 보더니

“야”

하고 말을 걸었어. 신발도 갈아신지 않은 슬리퍼였고 머리도 긴 생머리에 뭔가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솔직히 좀 쫄았지. 내가 인사를 안해서 그런건가? 하려고 했는데 하면서 나는 슬로우로리스처럼 찌글어들어서 선배를 봤어. 여차하면 바로 옆 교무실로 튀려고..

“니눈에 머리가 없는게 보이면 고개를 숙이라는데?”

근데 선배가 꺼낸말은 너무 이상한 말이었어. 나는 못알아듣고 네?머리요? 하고 웅얼거렸어.

“아니 그냥 주저 앉으래. 머리 없는게 보이면.”

언니는 뭔갈 생각하는듯이 사선 위 방향을 잠시 보더니 말을 정정했어. 그런데 이상하잖아? 여긴 우리 둘밖에 없는데. 혼내는 것도 아닌것같으니까 난 물어봤어.

“누가요?”

선배가 한 말은 분명히 누군가가 나에게 한 말을 전해주는 것처럼 보이잖아. 게다가 처음보는 사이라 그 선배를 통해서 나한테 전해줄 사람도 없어.

선배는 약간 의아해하는 듯이, 날 보다가 빙긋 웃었어.

“야 그런말은 처음 들어본다. 몰라~ 난 전해줬다.”

그러고는 그냥 지나가버리셨다. 웃는 얼굴이 너무 예쁘게 보여서 나도 그냥 친절한 선배구나하고 서둘러서 교실로 돌아갔어.

내 자리가 교실 문있는 벽쪽에 붙은 자리였거든. 그래서 책을 놓고 교탁을 한번 봤는데, 대걸레 자루가 교탁에 기대어져있더라고. 얘들이 쓰다가 망가졌는지 자루만 있는거야.

근데 그걸 보마자마 아 저게 머리가 없다는건가? 하면서 바닥에 돈이라도 줍게될라나 싶어서 팍 주저앉아서 바닥을 봤거든?? 그 순간 내 머리가 있던 높이의 벽에 빡!!!!! 하고 야구공이 와서 부딪혔어.

나는 쪼그려 앉으려던 그대로 주저앉고 주변애들은 소리 지르고.. 아수라장이 됐지.. 교실 뒷편에서 캐치볼하던 남자애들중에 한명이 상대편이 까부니까 열받아서 세게 던졌는데 삐끗하면서 내쪽으로 던져진거야;;

그거 맞았으면 여기 없었을지도 몰라.. 진짜 머리가 깨지는게 아니라 터졌을지도.. 개열받지만 난 놀라서 얼떨떨해있고 다른 애들은 애 죽을뻔했다고 펄펄뛰면서 난리가 났어. 선생님께서 마침 들어오시는데 와르르 거기로 이르고 걘 잡혀가서 혼나고 울고.

정신없는 와중에 대걸레 자루를 보는데 묘하더라고

하여튼 안다쳤으니까 집에 멀쩡히 가서 언니한테 이 이야기를 했어. 언니가 펄펄 뛰면서 그 남자애를 줘패겠다고 난리를 치다가 그 선배이야기를 듣곤 아 혹시.. 이러면서 해준 이야긴데,

우리 언니는 나보다 3살 많아서 그 중학교에 먼저 다녔거든? 공부를 엄청 잘해서 선생님들하고도 친하게 지냈는데 그중에 20대 영어 선생님이랑 특히 친했었나봐.

그 선생님께서 키우시는 강아지가 나이가 많이 들어서 보내줄 날이 가까워졌는데 그날따라 더 컨디션이 안좋아보여서 너무 마음이 쓰인채로 출근을 하셨대. 차라리 연가를 쓸지, 조퇴를 할지 계속 고민을 하시면서 있는데

점심시간에 갑자기 어떤 학생이 찾아와서 대뜸 집에 가라고 하더란거야. 그래서 무슨 소리하니? 하다가 지금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가봐야할 것 같은데, 강아지 키우시죠? 이러면서.

근데 선생님이 강아지 키우는거 학교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대 사생활이야기하는거 안좋아하셔서. 선생님도 강아지라고 말하는거 듣자마자 어차피 조퇴할까 고민중이었으니까 바로 조퇴하고 집으로 돌아가셨어.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집에 혼자 있던 강아지에게 선생님이 다가가서 손을 얹었고 강아지는 쌕쌕 숨을 쉬다 그렇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대.

아마 내생각엔 같은 선배일 것 같아.. 그렇지 않을까?

난 그후로 3학년 선배들이 지나갈때 그 언니가 없는지 살폈고.. 어쩌다 한번 보일때마다 혼자 마음속으로 고마워했어. . 덕분에 목숨 건사했어요. . 압도적 감사.

그런데 눈이 마주친 적이 한번도 없었네. 그냥 그 말 한마디 외에는 인연이 아니었던 거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고맙다고 말이라도 붙여볼것을.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언니가 뭐하는 사람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여러 사람 구하고 다니는 것 같은데 꼭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그때 본 웃음처럼 살고 있으면 좋겠다.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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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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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레이몬드현식 | 작성시간 24.06.17 저 공 던진쉓 미쳤네 여시 멀쩡해서 다행이다
  • 작성자행운해피핑 | 작성시간 24.06.17 진짜 신기하다 소름 쫘아악 돋았어 안 다쳐서 다행이다
  • 작성자푸헹복강쥐 | 작성시간 24.06.18 소름돋았어 ㅠㅠㅠㅠㅠㅠ 신비롭다 뭔가,,
  • 작성자흑커텐뱍카틴 | 작성시간 24.06.18 와 진짜 미스터 샤먼(신화 팬픽) 본 기분이다.. 대박이야.. 여시두 안다쳐서 다행이야!
  • 작성자아르네시시 | 작성시간 11:45 new 헉 넘 신기해 ㅠㅠ 여시 무사해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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