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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스크랩] [소설]살남마 (殺男魔) 2

작성자애비게일|작성시간24.07.12|조회수2,182 목록 댓글 21


출처 여성시대 익명





공포를 가장한 여혐 소설들이 너무너무 싫어서 내가 직접 씀

불펌 환영

비정기적 연재









  곽은태 형사는 동식을 거듭 안심시켰다. 다정한 것이 확실히 냉철한 이지연 형사보다 훨씬 대하기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태는 전화를 끊지 않고 동식에게 이것저것 일러 주었다.


  [우리가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겁먹지 마요, 동식 씨. 영화 봤죠? 추격자 같은 거. 그거 보면 경찰차 타고 안 다니잖아요, 형사들. 우리도 일반 차량으로 출동 중이니까, 얘기하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나와요. 전화하면서 쓰레기 버리러 가는 척 같은 걸 해도 좋고. 왜냐면 그 녀석, 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훌쩍, 눈물을 훔치며 동식은 아직 반절도 차지 않은 관급봉투를 묶어 챙겼다. 오 분이면 도착하니 내려와 있으라는 말에 동식은 집안을 훑었다. 자신이 대학 다니는 동안 쭉 지냈던 집인데도 낯설게 느껴졌다. 대충 운동화를 구겨신고 나오자 초가을인데도 한기가 돌아 몸이 덜덜 떨렸다. 그러나 은태의 말처럼 살남마가 저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은태에게 답했다.


  "어디쯤이에요?"

  [아, 우리는 동식 씨 보여요. 골목 끝에 불 켠 차예요. 뛰어올 수 있어요?]


  은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식은 미친놈처럼 아득바득 이를 갈며 뛰기 시작했다. 길에 아무렇게 버려진 쓰레기봉투만이 씨씨티비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차에 올라타자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 한 명과 뒷좌석에서 노트북을 펼친 채 열리는 차량문을 바라보는 남자가 하나 있었다. 동식이 숨을 몰아쉬자 남자가 활짝 웃었다. 김동식 씨, 얼른 타세요! 서로 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곧바로 노트북을 보여 주었다.


  "저희는 살남마 전담1팀이에요. 아, 이 형사님! 여기 동식 씨. 인사는 하셔야죠, 그래도."

  "개소리 말고 상황 설명이나 해."


  잔뜩 쫄아든 동식에게 은태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멋있는 분이시죠? 비꼬는 것 같은 말투는 아니기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고 말았다. 지연은 굳은 표정으로 차에 시동을 넣었다.


  "저희가 모은 자료를 보시면, 살남마의 수법은 항상 동일한 패턴이었어요. 15cm 정도 되는 칼로 상대방의 복부를 사정없이 찔러 사망하게 만드는 거였죠. 첫 번째 사건 때 면식범이란 이야기가 나왔던 건 기억하세요?"


  제주도민인 PC방 사장……. 기억하고 있다.


  "이유가 저항의 흔적이 없어서예요. 나머지들도 마찬가지고요. 지금도 면식범이란 생각은 지우고 있지 않죠. 이들의 접점을 찾는 중이랍니다. 사실 말이지요, 이건 아직 저희들끼리만 알고 있는 건데."


  은태가 지연의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속닥였다.


  "살남마의 패턴을 알아냈어요. 이 녀석, 사망자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을 찾아가 죽여요. 두 번째로 죽은 서울 애는 제주도 사망자와 게임 속 같은 길드원이었대요. 길드원이었던 서울 사망자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친구 형. 친구 형이었던 부산 사망자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은 고등학교 은사님. 고교 은사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제 과거 제자. 과거 제자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사촌 형인 최씨였죠."


  그래서 그렇게나 중구난방이었구나. 이것을 왜 매스컴에 밝히지 않았는지 잠깐의 분노가 치밀었다. 눈치챈 듯, 은태가 설명했다. 만일 사람들이 안다면 분명 살해 수법을 바꿀 테니까요. 우선은 쉬쉬하는 거예요. 동식이 시선을 돌렸다. 차는 어느새 번화가를 달리고 있었다. 왜인지 너무 막혀 짜증이 치솟았다. 그래도 군중 속에 있으니 마음이 좀 놓였다.


  "그 최씨, 저희 학교 교수님이에요. 그래서 기진이랑 마지막으로 연락했나 봐요. 기진이가 휴학 중이긴 한데, 그래도 대학 동문이거든요. 학과는 다르지만요. 교양에서 만나 친해졌어요."


  동식의 말에 은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게 됐습니다, 동식 씨. 그런데 그거 아세요?


  "기진 씨와 최 교수는 서로 연인 관계였다는 것을. 물론 한 달 전에 헤어지긴 했지만요."

  "뭐라구요?"


  말도 안 된다. 고작 스물넷인 남휴학생 기진과 마흔아홉이나 된 남교수 민종이 어찌 연인이란 말인가? 그 두 사람이 형냐였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사실이었다. 동식의 반응에 은태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운전하던 지연이 담배 한 개비를 물더니 불을 붙였다. 차 내부는 담배 연기로 자욱해졌다. 동식은 창문을 열고 싶어졌지만 꾹 참았다.


  "당신 친구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얘기해 봐."


  사실 알고 있어 봤자 별게 없다. 아주 평범한 것들뿐이었다. 기진은 그다지 기갈 있는 편도 아니었고, 특색이 있지도 않았다. 그냥 안경 쓰고, 키는 170 정도에……. 설명을 하자 지연이 욕을 뱉었다. 씨발, 이래서 멍청한 것들은 차에 태우기 싫다니까. 지연의 욕설에 동식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매우 거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이내 평온을 찾았다. 이런 현장에서 일하는 형사들은 모두 성격이 거칠다고 들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거리 나가면 그렇게 생긴 놈들만 오십 명은 넘어. 그런 거 말고."

  "마지막에 술을 마신 것 같았어요. 아르바이트에서 잘려서요."

  "최민종과의 낌새는?"

  "없었어요."

  "최민종이 가정이 있었던 건 알지?"


  잘 알고 있다. 아이의 사진도 보여 주었던 최 교수였으니. 한 차례 고요함이 찾아왔다. 도와달란 뜻으로 은태를 보았지만, 은태는 외면했다.


  "세상이 참 입체적이야. 최민종과 임기진이 죽어서 김동식 씨는 슬프겠지만, 반대로 두 사람이 죽어서 누군가는 행복할 테니까. 예를 들면 배우자라든지."


  그렇다고 그분이 용의자란 뜻은 아니에요. 은태가 살짝 귀띔했다.


  "임기진부터 살해 수법이 바뀌었어. 복부를 칼로 찌르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바지가 벗겨져 있었지. 그리고 엉덩이 사이에 큰 말뚝이 박혀 있었다고 해. 덕분에 시체 수습하던 놈들이 토악질 좀 했을걸. 아, 장어도 그대로."


  이 살인의 대표 키워드는 단연 장어였다. 말뚝은 어찌 납득하겠다만, 장어는 도무지 모르겠다. 알아낸 게 있나요? 동식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은태가 파일을 뒤적였다.


  "이 기사 봐요."


  <살남마의 등장에도 장어 판매량 굳건… 다만 남성 구매자는 확 줄어>


  "이게 왜요?"

  "살남마로 인해 정력 식품으로 알려졌던 장어를 남성들이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게 된 거라고 보여요. 두려움으로 인해서요."

  "하지만 판매량 굳건이라는데요?"

  "남자만 입이야? 사람들도 장어 좋아하니까 그렇지, 등신아. 없어서 못 먹었어, 그동안."


  은태에게 물었건만 지연이 저런다. 은태가 킥킥 웃으며 동식의 어깨를 두드렸다.


  "장어 다음은 복분자일 수도 있고, 비아그라일 수도 있고, 물뽕일 수도 있어요. 근데 제 생각엔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비아그라나 물뽕 쪽으로 빠질 것 같아요. 구매자들이 두려워하길 바라는 거예요, 살남마는. 현장에 있는 심볼을 소비한단 것만으로 내가 타겟이 될 수 있단 공포를 느끼게 하려는 겁니다."


  무척 날카로운 분석이었다.


  그때 차가 크게 휘청였다. 아이구, 작은 감탄을 뱉으며 바라본 곳에는 무례하게 끼어든 차량이 있었다. 지연이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애비 없는 새끼야, 뒤지려면 집구석에서 혼자 뒤져! 씨발 새끼, 총으로 정수리 쏴 버릴까 보다. 수위 높은 욕설에 동식이 눈을 껌뻑였다.


  어느덧 서구경찰서에 도착했다. 서구서는 굉장히 컸다. 이렇게 큰 구 관할 경찰서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던 지연이 걸려 온 전화에 신경질을 냈다. 왜, 박 형사. 무뚝뚝한 말투였다.


  "주차까지 끝냈는데 그걸 왜 지금 말해?"


  뭐라 실랑이하던 지연이 결국 차를 돌렸다. 여기서 내리는 거 아니에요? 동식은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지연이 대꾸했다. 지금은 서에 못 들어가. 동식은 불안해졌다.


  "왜요? 뭐죠?"

  "기자들이 깔렸대. 수사에 진전이 없어서 지랄들 난 모양이지. 당신 신상 팔리면 우리가 곤란해져. 아무래도 장소 옮겨야겠네. 은태, 너 어디 아는 곳 있냐?"


  지연의 말에 은태가 찾아보겠다며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김동식 씨, 당신이 좋든 싫든 당분간은 우리랑 있어 줘야겠어. 룸미러로 마주친 지연의 눈빛이 또렷해 냉큼 눈을 깔았다. 왜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원망스러웠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상황보다도 기진이 원망스러웠다. 어째서 제게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것인지, 그것이 원망스러 가슴이 쿵쾅거렸다. 동식 역시 어쩔 수 없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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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동구라미라미 | 작성시간 24.07.17 ㅋㅋㅋㅋㅋ뭐야 경찰의심했는데 아닌가벼...ㅋㅋㅋㅋ
  • 작성자2년내에이바닥뜬다 | 작성시간 24.07.18 형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필력최고
  • 작성자느개비탄생석 코하쿠토 | 작성시간 24.07.24 아 ㅅㅂ형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아카나 와일드프레이리 | 작성시간 24.07.26 아 존나 웃겨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닠넴을수정해주세요 | 작성시간 24.07.31 new 아 ㅋㅋㅋ 나도 형냐에서 터짐 ㅋㅋㅋ 애비없는 새끼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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