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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스크랩] [소설]살남마 (殺男魔) 3

작성자애비게일|작성시간24.07.12|조회수2,658 목록 댓글 20


출처 여성시대 익명






공포를 가장한 여혐 소설들이 너무너무 싫어서 내가 직접 씀

불펌 환영

비정기적 연재









  "이봐. 당신은 공포가 어디에서 나오는 줄 알아?"


  차량은 서구서와 멀어져 다시금 도로로 진입했다. 집을 나온 게 12시에 가까워서였으니, 지금은 새벽 한 시가 훌쩍 넘은 참이었다. 지연의 질문에 동식은 고개를 저었다.


  "어떤 일이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데에서 가장 크게 나와."


  지연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차가 담배 연기로 자욱해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통이 막혔다. 동식은 슬그머니 소매로 코와 입을 막았다. 그를 발견한 지연이 비웃었다.


  "사람들이 무서운 이야기 보고 떨잖아, 막."

  "그건 무서우니까 그렇죠."

  "당신, 밤길에 누가 쫓아왔다는 이야기 보고 떤 적 있어?"


  대답이 안 나온다. 솔직히 없다. 그런 이야기가 무섭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누구도 이제껏 동식을 쫓아온 적이 없었고, 쫓아온다고 해도 맞붙어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연은 그럼 그렇지란 표정이었다.


  "말했지? 공포는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공감에서 나오는 거라고."

  "그걸 왜 갑자기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이해력 정말 낮네, 김동식. 너도 지금 네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살남마를 두려워하는 거잖아?"


  아.


  이제야 납득이 된다. 지연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자욱한 회색 연기가 머리칼 곳곳에 스며들었다. 친구들이 피울 때는 몰랐는데, 담배가 이리도 지독한 것이었나.


  은태는 아무래도 한강 둔치 쪽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새벽이어도 주말이라 술 마시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가로등이 밝으며 공간이 넓어 이리저리 이동하기 쉬울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원래 이 형사님이 남디제이 싫다고 라디오 켜는 대신 떠드는 걸 좋아하세요."

  "지랄하지, 곽은태."

  "동식 씨, 살남마 얘기 조금 더 해 드릴까요?"


  은태의 뻔뻔한 말돌림에 동식은 약간의 통쾌함을 느꼈다. 지연과 은태, 동식이 탄 차가 유턴을 돌며 한강으로 향했다.


  "살남마 유력 용의자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어요?"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모두."


  그러니까, 제 주변 사람들요. 인터넷에서도. 느린 대답에 은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 더 자신감 가지고 말해 봐요! 우리도 인터넷 반응 전부 확인해요. 덕분에 기가 살았다. 단순한 탓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살남마의 소행이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페이스북에서는 특히나 확신했다. 남혐인가 뭔가, 이상한 사이트를 하는 뚱뚱하고 못생긴 아줌마가 범인일 거라고. 좋아요 수가 많았기에 동식은 그 의견을 믿기로 했다. 아니, 실은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일반화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댓글창에 달린 [어차피 우린 안 죽는데~] 같은 댓글에 분노가 치밀었다.


  누구에겐 진심으로 걱정되고 두려운 일을 이렇게 희화화해도 되는 거야? 사람 모두에게 환멸이 치솟아 그것은 역겨움으로 변했다.


  "피해자가 모두 남자잖아요. 그러니까 여자가 꼬셔서 죽인 거겠죠. 그래서 저항도 없었던 거고."


  은태가 뚫어져라 동식을 바라봤다. 네, 사망자가 모두 남자긴 하죠. 사람 역시 범인으로 지목당할 수 있는 것도 맞고요. 어딘가 굳은 대답이 돌아왔다.


  "동식 씨 생각만은 아니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해요."

  "동식 씨에게만 하나 알려 줄게요."


  살남마는 한 명이 아니에요.


  은태의 말에 오소소 소름이 끼쳤다. 눈에 띄게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최소 두 명, 어쩌면 집단이란 얘기예요. 동식이 부들대자 은태가 차량 안에 걸려 있는 점퍼를 던져 줬다. 덮어요. 동식은 추운 게 아니었으나 일단 그것을 몸에 얹었다.


  "그리고 직접적인 살남을 시행하는, 그러니까 칼을 휘두르는 건 남자고요."

  "나, 남자가 왜 그런."


  기진과 했던 마지막 통화가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아…… 이 빌어먹을 자적자. 남자가 남자를 왜 죽이는데? 왜! 같은 남자잖아! 이건 기진이 남점장에게 아르바이트를 잘리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배신감이 들었다. 철석같이 사람일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런데 남자라니? 너무나 무서워졌다. 저보다 키가 크거나, 근육이 많거나, 힘이 센 놈이면 꼼짝없이 당한다는 소리였다.


  은태가 '괜히 말했나?' 하고 중얼거렸다. 지연이 룸미러로 힐끔 쳐다보며 대답했다. 어차피 곧 알게 될 텐데, 뭘 그리 신경 쓰냐.


  "사, 살인자들이, 살인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는 걸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 있어요."


  동식의 이가 딱딱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살남, 살남마도, 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거겠죠?"


  지연이 줄어든 꽁초를 밖에 던져 버리며 말했다. 와, 더럽게 멍청하네. 한껏 예민해져 있던 동식이 버럭 화를 냈다. 저한테 자꾸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앙칼진 목소리에 지연이 룸미러로 한참 쳐다보더니 갓길에 차를 세웠다.


  "내려."


  몸의 근육이 두 글자에 경직되기 시작했다.


  "형사님?"

  "내리라고, 이 걸레야."


  뒤를 돌아본 지연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마치 호랑이의 그것 같았다. 동식이 양손을 싹싹 빌며 애원했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떨려서 그랬어요. 아시잖아요, 형사님. 제가 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다고 건방지게 얻다 대고 소리를 질러. 내가 니 기사 노릇이나 하려고 온 줄 알아? 너 같은 멍청한 등신 새끼 하나 살아 있다고 뭐 달라져?"

  "제발요.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제발 태우고 가 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제가."


  동식은 급기야 엉엉 울며 어깨를 들썩였다. 너무너무 무서워서 주체가 안 됐다. 이런 야심한 시각에 차도 안 다니는 도로에 버려진다면 분명 살남마가 저를 죽이러 올 것이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형사님. 그 모습을 구경하던 은태가 불편해졌는지 차문을 열며 내렸다.


  "편의점 좀 갔다올게요. 동식 씨는 따뜻한 커피, 나는 물, 이 형사님은 더원블루 한 갑 맞죠?"


  가까운 거리에 편의점이 있어 다행이란 말투였다. 지연과 동식은 차에 둘만 남겨졌다. 단단히 화났는지 앞만 응시하던 지연이 차에서 내려 동식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만 울어. 주머니에서 꺼내 건넨 손수건은 코발트블루 빛이었다. 동식은 그것을 받아 눈물을 닦았다.


  "김동식 씨, 마음 여린가 본데 그래선 이 세상 못 살아."

  "형사님, 저 너무 무섭습니다……."


  지연이 동식의 어깨를 감싸며 토닥였다. 동식은 지연에게 기대 펑펑 울었다.


  "살남마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전화했던 걸 기억하지?"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가 동식을 안심시켰다.


  "그거, 당신이 유일해."


  그러나 다음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마 당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그런 모양이야."


  동식은 자신의 카톡 프사가 무엇인지 생각해냈다. 워터파크 아르바이트 당시, 화장실 거울에 대고 찍었던 것이었다. 달라붙는 삼각 수영복과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표정으로 브이를 한 채 환히 웃으며 찍었었다.


  "이른 바 관심이 생겨 버린 거지. 이전의 사망자와는 다르게 가지고 놀 생각도 들었을 수 있고."

  "그럼 저는 어떻게 하죠?"


  지연의 손이 동식의 허벅지 위로 올랐다. 동식의 몸이 움찔거렸다. 손은 점점 허벅지를 쓸고 올라와 위험 지역에까지 도달했다.


  "너무 걱정 마, 김동식 씨."

  "혀, 형사님?"

  "내리고 싶은 건 아니지?"


  꼴깍, 침이 넘어갔다.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지연이 능숙한 손길로 동식을 매만지고 주무를 때, 누군가 차창을 두드렸다. 선팅이 돼 밖에선 잘 보이지 않는 탓에 그 인물은 창문에 볼을 찰싹 붙이고 말했다. 문 좀요!


  지연이 신경질을 내며 차문을 열었다. 눈치 없는 새끼. 한마디에 은태가 실실 웃으며 내리는 지연을 바라봤다. 형사님, 동식 씨한테 그러지 마요~ 그것도 범죄야, 진짜. 두 사람은 꽤나 친분 있어 보였다. 동식은 얼굴이 시뻘겋고 뜨거웠다. 이제는 두려움보다 부끄러움, 창피함, 수치심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들 사이에서 묘한 설렘과 두근거림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여기요, 커피. 블랙 좋아해요?"

  "고맙습니다…."

  "이 형사님이 살남마 얘기 좀 해 줬어요?"

  "네, 제 프사 보고 연락했을 거라고."

  "맞아요. 최초 접촉자."


  남자는 좀 반반하게 생기면 세상 살기 편하다니까요. 씨익 웃어 보이는 은태가 따뜻한 캔커피를 내밀었다. 손바닥에 퍼지는 온도가 좋았다.


  "저, 죽고 싶지 않아요."


  동식의 말에 새 담배를 뜯던 지연과 물 뚜껑을 따던 은태가 동시에 쳐다보았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라면 반드시 살 수 있겠죠?"


  순진한, 그러나 어딘가 분위기를 쇄신시키는 말에 지연도 은태도 웃었다.


  "김동식 씨, 웃기는 면모가 있네."

  "그러니까요. 귀여울 줄이야."


  세 사람은 묘한 긴장 속에서 처음으로 마음 놓고 웃음을 나눴다. 동식이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차량은 달리고 달려 한강로 근처를 진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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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웃기려고 쓴 글 아니고 여혐 소설 빡쳐서 쓴 글임 ㅠㅠ

여시들이 재미있어 해줘서 다행임


근데 성별을 바꾸면 이건 우리에게 곧장 무서운 이야기가 될 것임

왜냐면 사람은 공감에서 공포를 느낀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들이 공포 소설보다도 고어물을 더 소비하는 이유가 뭐겠는지 생각해 보는 편이 되었길!


살남마는 다음 편이 완결이지만 앞으로도 여혐 척살하는 소설 들고 오겠음

불펌도 재게시도 모두 환영이니까 널리 퍼트려 줬음 좋겠어


나는 홍콩방을 너무 좋아해

그런데 세상에 공포를 가장한 여혐이 많고

우리는 공포를 느끼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그 여혐들을 이제껏 묵인하고 살았다 생각함


무서우면 장땡이라 생각했던 시절이 부끄러워 나도

공포 마니아들이 이제라도 그런 걸 고쳐나갔으면 해

읽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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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레이몬드현식 | 작성시간 24.08.04 경찰이 성추행하는 것까지 너무 초현실주읰ㅋㅋㅋㅋㅋ
  • 작성자Teresa Lisbon | 작성시간 24.08.14 여시 진짜 단어나 등장인물 하나하나 신경써서 썼다는게 느껴짐 ㅠㅠㅠㅠ 진짜 존경..
  • 작성자법은 나중이야 싯팔 그냥 | 작성시간 24.08.23 재밌게보는중...
  • 작성자남북한남 낮전등 | 작성시간 24.10.24 진짜 그냥 흥미로울 뿐임 저 살남마 수법이 뭔가만 궁금함 내 일이 아니니까 ㅎ 글도 잘 쓰는데 사상도 멋진 글쓴 여시..
  • 작성자봉숭아꽃이물들기전에 | 작성시간 24.10.25 와 이거 진짜 책으로 나와서 모두가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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