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커트코베인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며, 기사 및 실제 인터뷰를 참조하여 한국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들도 참조하여 재구성 하였습니다. 실제 사건이 일어난 곳은 일본의 섬이지만,
(실제로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부모에 의한 인신매매 및
봉고차에 납치된 여성이 고속도로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일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커넥션을 받던 일 등등.
착취는 늘 형태를 바꾸어 어느곳에나 있었습니다.)
몰입을 위해 한국으로 로컬라이징해서,
출생 연도별 가장 많은 여성의 이름중 하나를 임의로 넣어 작성했습니다.
현재 더 이상 이런 수법을 쓰지 않으며, 정부에서 대부분 때려잡은 관계로 피해가 많이 줄었습니다.
공권력으로 때려잡기엔 여러가지 절차가 따르고 또 그만큼 시간이 소요됩니다. 영악한 그들은 한수 위였기에 그 시간동안 어떻게든 도망칠 구석을 만들고 오히려 법을 이용했습니다.
(정부가 늘 방관만 한 건 아니에요. 특히 한국 정부는 더 빠르게 때려잡기 시작했습니다.)
오래전 낡은 신문들엔 늘 그 섬의 광고가 있었다.
모두가 보는 신문엔 간단한 내용이 실려있었다.
미인섬 문의) xxxx-xxxx
개인 및 단체 환영
어린 시절 한글을 간신히 읽던 내가 엄마에게 저 섬은 미스코리아들이 사는 섬이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 나도 미스코리아가 되서 미인섬에 살거야.
엄마는 내 말을 웃어넘겼다. 시간이 흐른 뒤 "엄마 난 미스코리아가 되서 미인섬에서 살거야" 라고 하자 나를 때렸다. 다신 그런 말 입에 담지 말라고..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엄마에게 맞았다.
어린 나이에도 영문도 모른채 그 날 펑펑 울며 맞았던 게 한이 맺혀서인지 나는 그 섬을 늘 궁금해했다. 내가 그 미인섬의 의미를 알게된건 시간이 한참 흐른 뒤였다.
어른들이 즐겨보는 스포츠 신문이나 남성들이 즐겨보는 잡지엔 더 노골적인 멘트의 광고가 있었다.
*미인섬*
오빠~!
예쁜이들이 황제처럼 모셔드릴게요!
환상의 쑈, 파라다이스 섬
여자들만 사는 미인섬에 놀러오세요.
낮에 낚시하고, 물놀이 하시고
밤에는 홍콩으로 책임지고 보내드려요.
*1인 손님도 환영합니다.
단체 및 사원여행 문의도 받습니다.
0XX XXXX XXXX
그 섬은 육지의 선착장에서 겨우 5분거리였다.
육지에서도 섬이 선명하게 보였다. 낡고 허름한 작은 선착장은 아침 8시 부터 저녁 10시까지 배가 운행한다고 쓰여있었다. 배차간격이 따로 적혀있지 않은 걸로 보아 8시부터 10시까지 유동적으로 운행하는 듯 했다. 내가 선착장에 서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사이 작은 통통배 하나가 선착장에 다가왔다. 선주 할아버지에게 승선료를 내고 나는 작은 통통배를 타고 섬으로 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섬에선 육지가 선명히 보인다. 육지를 가로막는 바다가 이 섬에 온 여자들에게 얼마나 원망스러웠을지 씁쓸해졌다.
작은 통통배로 겨우 5분 거리.
오늘 나는 섬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30여년전 이곳으로 끌려왔던 유진(가명)을.
섬에 도착한 뒤 유진이 알려줬던 주소로 향했다.
섬 주변은 의외로 흔한 어촌의 풍경과 많이 닮아 있었다.
선착장. 모래사장. 방파제.. 근처에 오가는 사람은 대부분 현지의 어민이나 낚시꾼 뿐이었다.
섬엔 유독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많았다.
선착장부터 졸졸 따라온다.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주인을 잃은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반겨줬다.
섬 입구엔 의외로 큰 호텔 건물 두개가 있었다. 그 커다란 호텔들 사이의 길을 통과하면서 호텔들의 로비를 관찰하려 했으나 통유리는 깨져있었고, 밖에서도 바로 눈치챌만큼 뿌연 먼지가 가득하며 집기들은 다 파손되어있었다. 이미 영업을 안 한지 시간이 오래 지난 듯 했다. 하얀 외벽은 누렇게 되고 페인트칠도 벗겨지고 금이 가있다.
작은 식당 및 술집등의 상가들도 다 불이 꺼져있다.
가옥들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대부분 폐허가 되어있다. 그 폐허들 속에서 관리가 잘 된 작은 건물하나가 보였다. (다른 건물들은 유리창이 이미 다 깨져있었다.) 유진이 알려준 주소는 분명 그곳이겠지.
건물에 가까이 가자 밝게 웃으며 날 반겨주는.. 화려한 느낌의 인상인 중년의 여성이 보였다. 유진이다.
생각보다 밝고 환한 모습에 내가 조금 의아했다고 말하자 유진은 웃으면서 답했다. "난 진심으로 화났을때도 웃으면서 화내요. 직업병이지 뭐."
유진은 자신의 가게로 안내하더니 (작은 술집 겸 식당으로 보였다.) 테이블에 앉은 내게 커피 한 잔을 권했다. 그녀의 친절에 감사함을 표했더니 유진은 "인터뷰라고 하니까 너무 떨려요. 이런 거 처음이라.." 라며 솔직하게 심정을 전했다. 나는 유진의 긴장도 풀어줄 겸 10분정도 잡담을 했다. 유진은 넉살 좋은 여자였다.
여기 정말 여자만 사냐는 말에 그럴리가 있냐고 유진이 깔깔 웃었다. 남자들은 다 물질하러 나간다고 그래서 이 섬에 온 사람들이 보면 남자들이 안 보이는 거라며 웃었다.
여기 지금은 이래도 원래 술집들이랑 업소들만 몇십개 있었다구. 얼마나 화려했는데.
유진은 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백명 조금 넘게 사는 작은 어촌. 옛날엔 여성들만 몇천명이 일하던 환상의 섬..
모든 곳이 남성을 위한 가게였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인터뷰를 시작했다.
유진씨 (가명) 섬에 오게 된 계기를 여쭤보고 싶은데요.
- 옛날에 오빠가 도박에 손을 대서 빚이 있었어요.
분명 짜고치는 판에 끌려갔을거에요.
우리 오빠는 좀 어수룩 했어요. 분명 누가 꼬드겼을텐데.
어쨌든 오빠는 상환 능력이 없으니까..
집에 험악한 아저씨들이 왔어요. 돈 갚으라고 소리지르면서 남자 두명이 오빠를 엄쳥나게 패고
다른 남자들은 말리려는 부모님과 저를 막았어요.
저와 엄마야 뭐 원래 힘이 약하고 아빠는 불편한 다리로 그만하라고 매달리고... 우리 아빠가 사고땜에 몸이 좀 불편했거든요. 우리 가족들 다같이 울고 불며 오빠를 살려달라고 악을 썼어요.
오빠는 너무 맞아서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입에서도 피가 났어요. 온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있고 몸도 맞아서 빨개졌어요. 나중에 보니까 오빠 팔 다리도 부러지고 멍도 심해서 오랫동안 입원했어요.
결국 그 병원비도 다 내가 냈지만..
하여튼 우리가족이 악을 쓰며 말리고 오빠도 너무 맞아서 기운이 빠진건지 다리가 풀려서 그자리에 쓰러졌어요. 그걸 본 아저씨들은 그제서야 폭행을 멈추고 우리가족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오빠를 끌고가서 원양어선에 태울거라면서. 제일 추운 바다에서 계속 생선 잡으라고 굴릴거라고 협박하더라구요.
그러다 나중에 쓸모 없어지면 바다에 던지거나 장기 다 떼다 판다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추심은 불법인데. 그 때 우리가족은 법이고 뭐고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냥 엄마아빠도 두분 다무서워서 계속 울고 부들부들 떨고 그랬죠. 뭐... 부모님도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고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아빠는 사고로 다치셔서 집에만 계시고 엄마는 청소일하는데 우리 가족들은 먹고 사는게 여의치 않았어요.
오빠는 우리집의 골칫거리였어요.
맨날 사고를 치고 다녔어요. 어수룩해서 나쁜 사람들이 오빠를 참 많이 이용했죠.
부모님은 그거 수습하러 다니고.. 일상이었어요.
근데, 그땐 정말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터진거에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나 하나 뿐이었어요.
나중엔 오빠가 울면서 저에게 부탁했어요.
2년만 일해주면 안되냐고.
....네? 친오빠 맞아요? 연락은 하시나요?
- 네. 친오빠에요. 가끔 연락 하다가 저도 연락 슬슬 안하게 되고.. 부모님 돌아가신 뒤로 뜨문 뜨문 연락하다가 끊겼어요. 맨날 돈 없단 말만 하니까.
나도 몇번 더 도와주다가 지쳐서.. 연락 끊었어요. 지금은 살아있는지도 몰라요.
사람 자체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는데. 좀 어수룩하고 주변에 이용도 많이 당하기도 하교... 여튼 사고를 워낙 많이 치고 다녀서 부모님이랑 내가 고생했죠....
그래도 난 오빠를 미워하진 않아요.
유진씨는 원래 무슨일을 하셨어요? 오빠가 부탁했다고 어떻게 여기까지 올 생각을...
나 그때 스물한살이었나? 그냥 알바했어요.
그 때 그냥 뭐 작은 레스토랑.. 옛날에 경양식집 많았잖아요. 그런데서 서빙했어요. 원래는 조리학원 다니려고 학원비 벌려고 알바 시작했었는데..ㅎㅎ
여튼 알바 끝나고 집에 갔더니 현관문 다 열려있고 집이 개판이더라구요.
오빠는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한테 맞고 있고 부모님 우시는거 보고 저도 놀래서 말리려고 뛰어가고.. 아까 말한 그대로에요.ㅎㅎ
무릎꿇고 엉엉 울면서 "제발 기다려주세요" 하면서 빌고있고 험악한 아저씨들이 오빠한테 너 이새끼 원양어선 몇년 돌리다 장기를 다 떼서 파네 어쩌네 하면서 계속 협박하고..
엄마도 울면서 제발 그건 안된다고 비는데 그 아저씨들중에 가장 높아보이는 놈이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더라구요.
"아가씨가 이 놈 동생 맞지?"
갑자기 저에게 이상한 질문을 하더라구요.
무서워서 제가 암 말 안하니까 아가씨가 동생인거 이미 다 안다면서.
오빠 살리고 싶음, 오빠 보증 서고 2년 동안 대신 일하래요.
그 상황 되면 무슨 일을 하라고 하는지 아무 설명 못 들었지만 바로 눈치챘어요.
나도 눈치까고 무서워서 계속 대답 안하고 있는데, 엄마가 엉엉 울면서 나한테 부탁좀 한대요.
하긴...아들 목숨 날아가게 생겼는데 어떡하겠어요.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잖아. 엄마랑 아빠 다 울면서 나한테 제발 부탁한다고 빌고 오빠는 나한테 무릎꿇고 미안하다고 빌고..
솔직히 옛날로 돌아가면 절대 오빠 안 도와줘야지, 모른 채 해야지. 이런 생각도 하는데 아마... 나는 지금 돌아가도 오빠 도와줬을거같네...
아... 많이 힘드셨겠네요.. 다들 그런 경위로 오게 된 건가요?
난 의외로 덤덤했어요. 아무리 밉고 한심하더라도 오빠를 죽일순 없잖아요. 그래도 난 자진해서 온 거라 괜찮았어요. 다른 애들은 더 했어.
부모가 판 애들도 가끔 있었어요. 그런 애들은 다 미자인데, 집으로 돌아가도 부모가 이 섬에 또 팔아버릴게 분명하고... 애들이 어린나이에 다 포기하고 살더라.
난 2년만 버틸까 하다가 어쩌다 보니 나만 여기 있네.
거기서 일했던 여자들 나이는 뭐... 미자부터 50살까지?
말 편하게 놓으셔도 돼요. 유진씨.
그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다른분들은 어떻게 오시게 된거에요?
걔랑 나처럼 가족들이 쓴 사채땜에 온 애들도 많았고 집안 사정으로 빚지다가 끌려온 애들도 있고. 가끔 등록금땜에 오는애들도 있었지.
그래도 제일 많은 경우는 술집에서 일하다가 뭐 호스트 같은곳에 빠져서 빚 왕창 지고 들어온 애들? 근데 그런 애들은 오래 안 있더라.
걔네는 자기들이 돈 펑펑 쓰고 그냥 자진해서 온 애들이야. 빚이 많아서 육지에 있는 가게들이 감당할 액수가안되면 그 땐 사채업자들이 이 섬에 파나봐.
근데 웃긴게 걔네 1년 일하고 육지로 돌아가거든. 그러다 잊혀질만하면 또 빚져서 다시 오더라구. 여기서 1년 일하면 돈은 금방 버니까.
팔려온 애들 중에선 의외로 많은 경우는 남친이 팔아 넘긴거? 의외로 납치해서 끌고오는 경우는 잘 없었어.
나 일하는 곳엔 없었는데 나카마 언니(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거나 감시 역할을 하는 여성. 일하는 여성이 나이를 먹은 뒤 현역에서 근무할 수 없을 때 택하는 직업)들이 넌 여기서 일하는거 운 좋은줄 알라고. 뒤쪽으로가면 납치되서 끌려온 여자애들이 쇠창살 달린 방에 평생 갇혀서 일하는 애들도 있다고 하더라.
남친이 판다구요? 감금이요?
남친한테 속아서 팔려와가지고 선불금 남친이 먹고 도망가는 애들도 있고 아니면
남친이랑 합의하에 팔려와서
남친한테 돈 다 주는 애들도 있었어.
하루에 만원 받는 생활비까지 싸그리 모아서 남친주더만. 나중에 결혼할거라고 하면서.
여긴 손님들 팁도 잘 안나와ㅎㅎ
옛날에 같이 일했던 애가 나 담배피러 갈때마다 몰래 쫓아와선 "유진아~나도 한까지만 주라." 하면서 매일 내 담배 가져가서 얄미웠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안쓰럽더라고. 고 년은 과자도 절대 안 사먹고 돈 모아서 남친한테 다 갖다 바치더라구.
몇개월마다 남친 한번 만나러 육지나갔거든. 그 때마다 지가 모아둔 100만원, 200만원 남친한테 쥐어주고 온대.
그 기집애가 지 남친 키도 크고 얼마나 잘생겼는지 자랑한답시고 사진 보여준적 있는데 그냥 얼굴 반반한 양아치같이 생겼더만.
나이먹고 건달하기엔 지가 벅차보이고. 딱 봐도 제비짓하는 반달이더라. 건달들한테 여자 팔아넘기는 반달.
근데 그런 놈들 만나는 여자들은 다 말이 안 통해. 그런 놈들은 어디서 그런 어리버리한 여자애들을 골라서 만나나 몰라..
반달 만나서 온 애들은 다 똑같아. 남자가 엄청 잘해주는데 만난지 몇달 안되서 집에 조폭들이 온대. 내가 우리오빠 때문에 온 것 처럼 뭐 원양어선에 팔아버리네 장기를 떼서 다 팔아버린다 이런 협박을 해. 그 반달놈 끌고가려는거 여자가 막으면 그럼 아가씨가 대신 섬에 가서 갚던가
이러는거지 뭐.
짜고치는거야. 반달놈은 건달한테 여자 팔아서 돈 챙기고. 건달은 여기 섬 업주들한테 여자 팔아서 돈 챙기고..
반달놈도 그 기지배가 그렇게 지를 사랑하는지 몰랐을거야. 그 반달놈도 몇 억 땡겼을걸.
그런놈들 중에사도 양아치같은 놈은 똑같은 여자 동시에 서넛씩 팔아넘기더라.
여자친구 입장에서 사랑하는 남친이 죽게 생겼는데 냅두겠어? 대신 지가 갚아준다고 이 섬까지 오는 거지..
걔네는 남친말이 법이고 진리야. 그냥 지가 깨닫게 될 때 까지 냅둬야돼.. 근데 그 기지배는 남들보다 더 오래걸렸어. 걘 여기 오래 있어서 나중엔 지 맘대로 외출도 하고 섬 밖으로 나가는것도 다 허용됐거든.
원래 우리 나카마 이모랑 감시하는 삼촌 없인 섬 밖에 못나가.
빚 다 까고 자진해서 일하거나
오래된 애들만 혼자 육지에 갈 수 있어.
근데 그년은... 지 혼자 다 돌아다닐수 있는데도 백화점도 안가고 육지에 안 가더라고.
남친 만날때만 나가더만.
진짜 독한년이야. 지가 섬 밖에 나가는 것도 돈 든다고 그거 다 모아서 몇개월마다 지 남친 만나는데. 그 놈 하루 만나서 돈 다 건내주는거지. 그리고 다시 일하러왔어. 결혼해야한다고 걔가 10년가까이 그 남친한테 다 헌신했는데, 나중에 그 남친 딴 여자랑 결혼했더만. 애도 있고.
그 기지배가 준 돈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딴년이랑 결혼하는데에도 쓴거야.
그 기지배 나중에 그거 알고 바닷가에서 소리 박박 지르고 울고 불고 난리치는데. 목 다 쉴정도로 괴성을 바락바락 지르대. 나카마 이모 셋이서 붙들어도 안되더만. 나중에 건달들도 와서 걔 진정시키는데 무슨 그 덩치큰 건달돼지 두명이 붙었는데도 버거워 하더만.. 그 쪼끄만 기지배가 힘이 어디서 나는지 절대 안 끌려가더라.
우리 술집 나카마 이모중에 제일 오래된 이모가 "쯧... 저년, 저거 지 풀에 나가 떨어진다. 그냥 냅둬라.. 쟤 제정신이 아니다." 하더라. 내맘대로 우는거도 못하게 막으면 안된다고. 그래서 그냥 냅뒀더니 30분동안 꺽꺽거리고 울면서 난리치다 지 혼자 픽 쓰러졌어.
한동안 그 기지배는 눈뜨면 바닷가가서 울고불고 난리치고 나중엔 혼자 막 깔깔거리면서 웃고 혼자 말하고... 진짜로 정신줄 놨어. 진짜 머리가 훼까닥 해서 육지에 있는 큰 정신병원 갔대. 그 뒤로는 몰라. 그 때 얼핏 듣기론 걘 평생 못나올거 같다고 하더라..
그리고 사정 있어서 팔려온 애들은 빚갚으러 온 거니까 그나마 말이라도 통해서 나카마들 감시 하에서 밖에 돌아다니기라도 하지... 납치당해서 온 애들은 문제가 생겨서 하루종일 감금시켰대.
...10년이나 헌신했는데... 그 결말이 너무 안쓰럽네요.
유진씨. 납치당한분들에게 문제가 생기다니요?.. 그 분들은 지금 안전한가요?
걔넨 나도 모르지..
업주들이고 여자들이고 여기 살던 사람들 죄다 정부 단속땜에 섬을 나갔으니까... 딴데 가서 일할지.. 집에 갔을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
근데 아마 다른곳에 또 팔려갔을걸.
여기 업주들 입장에선 여자 하나당 몇 천만원씩 주고 데려오는 건데
사정이 있어서 온 애들은 그래도 눈치껏 일 하려고 하는데 길가다다 납치하거나 강제로 데려온 애들은 바다에 뛰어들고 일 안하고 손님앞에서 맨날 펑펑 운대. 손님들도 그런애들 보면 놀기 싫어하지.
나도 뭐.. 그 정신병원 간 기지배 말고도 바다에 뛰어들어서 죽겠다고 난리치는 애도 봤고, 손목 긋고 새벽에 배타고 육지가서 응급실 가는 애도 봤어.
진짜 죽은 애들도 있었고..
자진해서 온 나도 처음에 너무 힘들었는데 끌려온 애들은 어떻겠어.
걔네들 일하는 곳은 뒤에 따로 있다고 들었어. 아예 감금시켜놓고 24시간 감시한다고 하더라. 나도 잘은 몰라.
여기 업주들이랑 나카마들이 사람 다루는데 선수라, 뭐... 저항해도 한 두달 지나면 대충 적응하고 사나봐.
근데 적응 못하는 애들도 있거든. 그런 애들은...
아까 섬 입구에 공중화장실 봤지? 거기 옛날에 엄청 무서웠어. 우리는 나카마 이모가 공중화장실 근처에도 못가게 했어. 궁금해서 몰래 한번 가본적 있는데 바닥에 주사기가 쌓여있더라.
우린 거기 근처도 안 갔는데 가끔 눈풀린 언니들이 납치되서 끌려온 애들 데리고 들어가더라고...
납치되서 온 애들 중에 울고불고 난리치던 애들... 그런애들도 나중엔 죄다 눈 풀려서 일 잘만하고 단체로 공중 화장실 다같이 가더라..
나카마이모가 니네 제발 절대 저기 가지 말라고 니들 저기 가면 끝이라고 니네는 빚때문에 온거니까 빚만 해결하면 섬에서 나가도 된다고 했어
우리 이모는 좀 양심적이었거든
나는 2년 동안 일해서 오빠 빚 다 갚았었어.
나중엔 여기 술집에 일하는 사람은 외국인들만 남았어.
아 그럼 2년만에 섬에서 탈출하신건가요?
아니. 섬에서 계속 살있지. 일도 하고. 이제 여기가 더 편해. 집에 가봐야 사고치는 오빠 아픈 아빠 엄마 다 떠안고 가난하게 사는거보단 차라리 이 편이 나았어. 집에 돈 몇번 부쳐주면 가족들도 더 이상 돈에 대해 안 물어보거든..
나는 결혼전까지 계속 일했어.
업주들은 조폭들과 커넥션이 있는건가요?
나도 자세히는 몰라. 일단 그 남친이라고 하는놈들. 그런 놈들이 짜고 쑈를 해서 여자 하나 꼬드기면 조폭들한테 넘겨. 그럼 그 조폭들은 업주에게 넘기고..
아마 수수료 명목으로 떼가는게 많을텐데. 업주들 입장에선 어리고 이쁜 애들 공급해주니 얼마나 고맙겠어.
남친놈이 조폭에게 소개시키고, 조폭은 업주에게 소개시키고
그 과정에서 빚이 2배, 3배 되는거야
조폭들도 지들 걸릴까봐 중간 알선만 하더라.
꼬리 자르기지 뭐.
숙식은 어디서 해결하셨어요?
요 앞 호텔 뒤에 술집하나 보이지? 술집 뒤에 낡은 빌라들 보여? 그게 우리 숙소였어.
여기 손님들 예전엔 다 단체로 왔었어
호텔 가라오케 룸에서 단체로 쑈하고 밥먹이고 2시간 정도 놀아주고 술집으로 오라고 해. 그럼 손님들이 노래부르고 먹고 놀다 우리 술집으로 오거든. 양주 한 병 따고 술 좀 먹이면서 흥정하는거지 1시간엔 20. 하룻밤 함께 있는건 40. 이렇게. 손님들 대부분이 다 하룻밤 골라. 1시간 고르는 놈들은 당일치기인놈들
그럼 뒤에 빌라 보이지. 저기가 우리 숙소야. 저기 방에 가서 연애하는거지. 우리는 연애라고 표현했어. 2차라고 우리가 표현하는순간 불법이니까
연애하러 손님이랑 같이 들어가는거야
자기 숙소에 손님이 오는거에요? 하룻밤이면 아침까지? 손님들은 어떤사람들이 오나요..?
응. 맞아.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음... 그냥 친구끼리 오는애들, 총각파티 하는놈들... 뭐 전엔 부동산이나 건설회사 남자들 많은 회사에서 단체로 사내관광도 오고.. 혼자 오는 경우도 있고. 다양해. 손님들도 뭐 이제 스무살 된 애들부터 80대까지 다 있었어 (웃음)
9시간동안 낯선 남성과 밤새 있어야한다니말만 들어도 끔찍하네요.
..나는 오히려 하룻밤이 편했어. 돈도 더 받기도 하고 의외로 편해. 1시간짜리는 돈도 반타작이고 팁도 안 줘.
우리집 오자마자 1번 하고 나면 다들 잠시 쉬자고 하거든 그때 손님한테 섬 한바퀴 돌면서 밥먹으러 가자고, 술 한잔 사달라고 하는거지.
동네 술집 식당들 맛있는 곳들 많거든.
가서 먹고싶은거 맘껏 먹고. 손님만 술 계속 마시게 하고.
손님 술 취한거 그대로 재우고 아침 7시에 나카마가 깨우러 와 문 쾅쾅 두들기지
그때 다 쫓겨나는거지 ㅋㅋㅋ
가끔 밥먹으러 가자고 해도 거절하고 아침까지 계속 괴롭히는 놈들도 있어. 얼마나 힘든지 몰라.
동네 상인들도 다 알면서 묵인한건가요?
여기는 엄청 오래됐어... 다 그러려니 못본척 하고 사는거지. 근데 그 사람들이 나쁜건 아니야. 우리 색안경끼고 안보고 친딸처럼 대해주고 점심시간에 그냥 외식하고 싶으면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먹었어. 돈 안받아. 대신 손님 자주 데리고 와달라는 거지 뭐. 손님들이 맛집 물어보면 추천도 해주고.
여긴 파출소도 없어.... 섬이니까.
조폭놈들이 이때다 싶어서 왔다 갔다 하면서 그놈들이 어업권도 강탈해갔고.
물고기 잡으려면 돈도 내야하고 조폭들 신고해도 소용없었다고 하더만. 어촌 사람들이 뭘 알겠어 갑자기 조업권도 뺏기지...
갑자기 육지에서 무서운 조폭놈들이 와선 여자들 데려오고 자꾸 술집 열고 그런 가게들 여니까..
여기 동네사람들도 먹고 살아야하니까 물일하던거 다 때려치고 그냥 다 섬에서 장사 시작한거야. 슈퍼나 식당 이런거부터 해서. 작은 선술집도 열고.
지금은요?
동네 사람들은 조업권 다시 가져와서 물일하고 살아
근데 이제...뭐 별로 안 남았어. 다들 떠났거든
가게들은 다 망했지. 뭐 식당도 지금 우리집 포함해서 세군데 남았을려나
우리 남편도 식당 아들이었어. 내가 밥먹으러 들락 거리다 둘이 눈맞은거지 뭐
반대는 없었나요?
당연히 시댁에서 처음엔 별로 안 좋아했지. 그래도 반대하진 않았어. 어차피 여기 섬 사람들 다 여기서 눈맞아서 결혼한거라.
섬에서 살던 놈들이 보기에 여자들이 얼마나 이쁘겠어. 그리고 여긴 여자애들 차별 안했다니까?
여기 일하는 여자애들이 만나는 남자는 손님 아니면 관리하는 삼촌들이랑 섬사람뿐이야. 섬사람들만 차별 안하고 일반 여자 취급을 해
그냥 다 자연스레 연애하고 결혼하고 사는거야
우리 시어머니도 물장사했고 시아버지는 거기 웨이터였다던데. 둘이서 큰맘먹고 물장사 접고 식당 차리고 살았대
그러다 큰아들놈이 나한테 홀라당 반해가지고.. 눈맞은거지 뭐.
결혼생활은 어떠셨어요?
이 섬은 남자들이 물질하러 나가면 대단한거야. 대부분 놀기만 해 . 여자들이 먹여살리지.
물려받기만 하고 남편은 식당일에 손도 안댔어. 식당일도 내가 다 하고 남편이 중간에 도박에 환장해서 식당도 뺏길뻔했는데..
그게 큰아들이 고등학교 들어갈 무렵이었는데 큰아들이 고등학교 안가고 도시로 가서 공장 들어가서 일하고 싶다고 하는거야. 엄마 고생하는거 싫다고 남편한테 대들더라구...
우리 큰아들이 철이 일찍 들었어.
남편놈에 그제야 정신 차리고 배타고 물질하러 다녔지 뭐.
큰아들은 대학까지 다 보내놨어. 작은애는 고등학생인데 여기서 배타고 통학하고..
요즘은 좀 어떠세요?
말도 마. 식당은 셔터 내릴까 생각중이야. 작은애 대학도 못보내게 생겼어.
손님이 갈수록 엄청나게 줄어든다니까
여기 원래 아가씨들만 몇천명 넘게 살았는데 지금은 30명 되려나? 단체손님도 이제 잘 없어.. 정부 단속땜에 다 문 닫고 ...손님들도 단속 무서워서 안와
나 노인네 되기전에 굶어죽게 생겼다니까.
그래도 낚시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그나마 있어서 먹고사는거지...
혹시 섬 밖에서 사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내 재산이 다 여기있는데 이 섬을 어떻게 떠나.
옛날에 이 섬 땅이 얼마나 비쌌는데 ..지금은 이 땅 팔리지도 않아. 나도 이제 새로운 곳 가서 살기엔 힘들어. 그리고 이 섬 출신은 평생 낙인 찍혀서 다른 곳에서 다 차별받아.
섬이 정말 싫었는데 이젠... 가족들도 있고 작은 가게도있고...
섬 나가는게 무섭다. 이젠 여기가 내 고향이야
긴 인터뷰에도 유진은 불평 한마디 없이 잘 응해주었다.
유진이 담배를 피며 긴 한숨을 쉬며 그래도.. 이제 여기가 내 고향이니까. 라고 중얼거렸다.
유진과 남편의 작은 집. 시어머니가 물려준 소중한 식당.
큰아들을 멋지게 키워서 사회로 보냈고, 작은 아들 역시 잘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웃들과 다 사이좋게 지내고 먹고 살기 요즘 빠듯하지만 그래도 이 섬에 지내는 사람들과 유진은 끈끈한 정. 그 이상의 유대감이 있었다.
섬사람들 역시 타지 사람들의 눈엔 똑같은 착취자로 보이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이곳은 모든 여자를 차별없이 안아준 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들 그녀들에게 감사해하고 미안해하고 감싸준 유일한 곳이다.
스물 한살의 유진은 울면서 끌려왔을테고 낯선 남자들과 함께한 기억에 괴로워하고 분명 저 바다 밖 너머 자신의 진짜 고향을 그리워했을터였다.
유진은 그동안 섬을 떠난 동료들에게서 낙인이 찍혀 살아갈 수 없단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심지어 섬으로 다시 돌아온 이도 있었다.
아주 오래전 유진과 친했던 동료가 유진보다 먼저 섬을 나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유진은 진심으로 동료를 축하해주었으나 시간이 흐른 뒤 동료는 울면서 유진에게 전화했다.
고향에 돌아간 동료는 다신 적응할 수 없었다.
알고보니 동네에서 모두 알고 있었다. 다들 자신을 알아봐서 이미 소문이 퍼질대로 퍼져버려 죽고싶단 이야기였다. 친척들부터 옛 동창까지 동네의 모든사람이 자신에 대해 모두 다 안다는 이야기.
항상 전화로 하소연 했다고 한다.
유진은 동료의 그 이야기를 듣기가 싫었다.
유진의 원래 꿈은 돈을 어느정도 모아 섬을 떠나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작은 식당을 차려 엄마와 내가 요리를 하고 다리가 불편한 아빠는 카운터를 보고..
못난 오빠는 그래도. 넉살이 좋으니까 접객을 하고.
그냥 풍족하진 않아도 네식구 함께 웃고 울고 .... 그래도 밥은 굶진 않는 그런 삶을 원했다.
이런 상상을 하며 계속 일해왔다.
유진과 밤을 보낸 얼굴도 기억 안나는 수많은 남자 손님들.
분명 그 중엔 유진을 알아보는 이가 있겠지.
유진이 가게창업이 아니라 취업을 택하더라도 분명 사내여행으로 이곳에 온 놈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가도, 똑같다. 새로운 인생따위 없다.
그 통화 후, 유진은 섬을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날부터 유진의 고향은 이 섬이었다.
그 후 이 섬에서 유진은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과거야 힘들었지만 지금은 행복하단 유진을 보니 씁쓸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섬만이 유진의 과거를 알면서도 모든걸 받아준 것이다..
세상 가장 미웠을 섬일텐데도
유진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곳이 아니면 살 수 없게 되었다.
당연히 욕 나오고 화나는 내용이겠지만 욕설 댓글 및 스포성 댓은 자중해주세요. 부족한 필력으로나마 열심히 적었습니다..ㅠㅠ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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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왕발강아지 작성시간 24.09.15 너무 재밌다 필력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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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1년만 버티자 작성시간 24.09.16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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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남북한남 낮전등 작성시간 24.09.24 하.. 씁쓸하고 마음 아프다 남자들은 지들이 성구매자면서 뭐 자랑이라고 떳떳하게 말하고 다니고 판매자인 여자만 매장 당하는 이 현실이 화가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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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전부사용중이래 작성시간 24.10.14 ㅇ ㅏ......... 맞네 진짜.... 여기서 사는게 ㅈ제일 평범하게 사는 걸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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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맘스타치 작성시간 24.10.27 흡입력 대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