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치르치르 미치르
소로마을 생존자 인터뷰
본 기록은 소로마을 생존자와의 인터뷰 녹화 영상을 풀어놓은 것으로, 열람이 제한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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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긴장하지 마시고, 말하기 힘든 내용이나 생각이 잘 안나는 부분이 있어도 괜찮으니 천천히, 편하게 말해주세요.
네.. 아, 저 물 한 잔만 마셔도 될까요?
네, 그럼요.
(생존자가 오른손을 들어 물을 마신다. 엄지손가락이 없다.)
.... 그러니까 그냥 평소랑 같았거든요. 뭐 별거 없었어요. 집에 가는데 엄마가 심부름 시켜서 장 보고 아무생각 없이 서핑좀 하고 웹툰 좀 보고..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 휴재 끝나서 기념으로 정주행좀 하고. 그러다 갑자기 인터넷이 안터지더라구요. 데이터가 문제인가 싶어서 고개를 드니까 첨보는 곳이더라구요. 그......... 무슨 마을..?
소로마을.
아, 네. 거기요. 요즘 우리나라에 그런 곳 거의 없잖아요. 흙길에 막 엄청 큰 나무 있고. 길 잘못 든건가 싶지도 않았던게 저 신도시 산단 말이에요. 주변에 다 빌딩밖에 없는데 깎아 만든 나무 표지판같은게 있을리가. 이게 뭔가 싶어서 뭐라고 읽으려고 봤더니 안내문이 뜨더라구요.
(여기서 잠시 말을 멈춘 생존자는 이내 헛웃음을 흘린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몇 분간 침묵하다 입을 연다.)
엄청 생생한 꿈 꿔보신 적 있죠? 제가 그런 느낌이거든요. 무서웠고 불쾌했고 집가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다는 느낌은 있는데 그 상황이나 감정이 뚜렷하게 떠오르진 않아서요.
...기억나는건.... 안내문에서 눈 떼지 말라는 거.
(조사관의 귀에 낀 이어폰을 통해 일치합니다, 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네. 소로마을에 다녀오신 게 맞아요.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어.... 네. 그리고 그 나무에 제를 지내야 한다고 했는데, 저 그런 거 해본 적 없거든요. 집에서도 제사 지내본 적도 없고... 근데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맞아요. 당연한 것 같았어요.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제 정성이 맘에 들지 않으시면 어쩌죠?
(불안해 보이는 생존자. 연신 손톱을 깨문다. 조사관이 연달아 이름을 부르지만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조사관이 주먹으로 책상에 노크하며 주의를 돌린다.)
XX씨?
네? 아, 아. 네.
(여전히 멍해보이는 생존자. 대답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린다.)
...심부름하던 중이었다고 했잖아요. 엄마가 국 끓인다고 양지좀 사오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거 묻었어요. 그러고 들어갔어요.
혼자셨습니까?
네?
마을 입구에서요. 혼자였어요?
그...렇죠? 저 혼자 걷다가 도착한 거니까.
* 첨언 : 출발 시공간이 다른 사람들이 소로마을에 동시 진입한 사례 다수 존재. 생존자는 이 사항을 모르는 것으로 생각됨.
네. 다행이네요. 그래서요?
마을에 들어갔는데...팔 한쪽이 절반 없는 사람들이랑....다리 한쪽이 절반 없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다리 없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잠시만요. 다리가 절단된 사람들이 더 많았다구요?
네.
혹시 관련 안내문 내용 기억할 수 있겠어요?
음...... (인상을 찌푸린다) 오리랑...소고기 바칠 수 있었고.. 팔이랑 다리도 바칠 수 있다는 식이었는데. 다리를 추천한다고 적혀있었던 것 같아요.
다리를요?
네.
(조사관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첨언 : 제N차 안내문 오염. 데시벨과 관련된 사항은 수정 후 변경되지 않았으나 제물로 바칠 부위를 잘못 추천하는 문제는 수차례의 삭제에도 재차 작성되는 것을 확인.
문제 원인 : 불명
해결 방안 : 없음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뇨. 마저 말씀해주세요.
네. 그렇게 들어갔는데 다리가 없는 분들은 누가 인솔해서 데리고 가는 것 같았구요. 팔이 없는 분들은 한쪽에 모여 있길래 거기에 슬쩍 끼었어요. 보니까 제일 앞에서 팔 한쪽 없는 것 같은 사람....? 주민...? 혹시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저희는 그냥 '그것'이라고 부르는데, 편하신 대로 부르면 돼요.
그럼 주민이라고 부를게요. 사람이랑 닮기도 했고 말도 통하긴 했는데 솔직히 분위기가 사람같진 않았어서... 이야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그 주민이 마을 들어오는 사람들을 다 불러 모은 것 같더라구요. 사람들도 말이 통하니까? 부르니까? 거기로 간 것 같고. 그래서 저도 뒤에 서 있었는데.
(무언가를 생각하듯 한참을 눈을 감고 있는 생존자. 이내 한숨을 쉰다.)
그냥 제가 기억나는 부분만 말해도 되나요?
네.
주변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 안보이고 그 주민이랑 저랑 둘이 서 있었거든요. 근데 그 주민이 계속 제 팔을 만지고 있더라구요. 한참을 만지다가 ...뭐라 그랬더라....
*아래 대화는 생존자의 말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대화임.
김여시(추정) : 신기하네. 너는 왜 팔이 두 개야?
팔은 원래....두 개니까요?
김여시(추정) : 아닌데? 팔은 원래 한 개야.
사람 팔은 원래 두 개인데요...?
김여시(추정) : 응?? 사람 팔은 원래 한 개? 일건데?
(불안감을 느낀다.)
김여시(추정) : 그렇지 않아? 사람? 인간?은 원래 팔 한 개일걸? 두 개라고? 그럼 난 왜 한 개인데? 너는 왜 팔이 두 개야? 사람은 팔 한 개야. 너 한 개 어디서 났어? 가게에서 샀어? 왜? 왜 샀어? 왜 남들은 한 개인데 넌 두 개야?
ㅈ, 제가 잘못 말했어요. 제가 팔이 원래 두 개에요. 두 개로 태어났어요.
김여시(추정) : 그치? 사람은 원래 팔 한 개야. 넌 두 개네. 왜 두 개로 태어났을까...이유가 뭐지? 뭐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은 다 팔 한 개잖아. 왜 너만 두 개로 태어났어?
(다른 사람들, 을 김여시(추정)가 발음할 때 무언가 지직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가 돌연변이 아닐까....요......?
김여시(추정) : 그런가보다. ........힘들었겠네. 안그래도 여기 사람들 올 때마다 눈도 두 개고 귀도 두 개인 거 보면서 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마을이 밖에서 살기 힘든 사람들을 초대하나 봐. 그치?(한층 온화해진 목소리)
그런가봐요.
김여시(추정) : 넌 더 힘들었겠다. 사람은 원래 눈 한 개 귀 한 개 팔 한 개인데. 그치?
........네............ 놀림도 많이 받았어요.
김여시(추정) : 불쌍해라.... 너 오늘 잘 곳 있어? 밥은 먹었고?
어...저 이제 막 마을에 온 거라서요.....
김여시(추정) : 그럼 마을 구경하고 우리집에 와. 초대해줄게. 왼쪽 첫 번째 집이야. 보이지? 마을 구경 좀 하다가 해지기 전에 자러 와. 그리고 빨강이(첨언 : 김여시(추정)가 부르는 이름은 따로 있으나 공적으로 사용하기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아 기관 내에서 지칭하는 명칭으로 변경, 기재함) 조심하고. 걘 진짜 왜 그러고 사나 몰라. (한참 동안 빨강이에 대한 험담이 이어졌다고 함) 아, 내가 너무 붙잡았네. 구경하기도 바쁠 텐데. 식당 갈 거면 야채곱창 추천해. 신메뉴인데, 솔직히 역대급인 듯. 근데 너 돈은 있어?
어.....이거면 될까요?(지갑에서 오천원을 꺼내 보여준다.)
김여시(추정) : 아니, 야! (폭소) 장난감 돈 말고! 주방장 화낸다고. 하긴, 너는 팔 두 개니까 모자랄 일은 없겠다. 구경하고 와!
......
......
위험하셨네요.
.......그런거죠? 갑자기 말투가 이상해져서 저도 모르게 맞장구쳤는데 그래서 .......돌아올 수 있었나 싶기도 하고....
며칠이나 머무르셨나요?
정확하진 않지만....아마 일주일 정도인 것 같아요.
음식은 총 7회 드셨구요?
어.................. 아뇨 한 번 더 먹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루에 한 끼면 자학 충동은 없었을 텐데 왜 한 끼를 더 드셨나요?
*첨언 : 엄밀히 말하면 식인, 그중에서도 자신의 살을 먹고 싶은 충동이지만 생존자들에게 언급하기에는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묘사이므로 자학이라는 단어로 대체.
......초대 받아서요.
...초대요?
*첨언 : '초대'는 이전까지 한 번도 없었던 사항. 추가 조사를 요함.
네.
어떤 것에게요?
그, 주민 친구라고 그러던데요.
그 중에 어떤 것?
어....막.....까맣고...흐물텅거리는 덩어리처럼 생긴......
자세한 설명 가능할까요?
....기억나는대로 말해볼게요. 근데 저 좀 쉬었다 하면 안될까요. 머리가 너무 아파요.
(조사관이 시계를 바라본다.)
제가 적정 시간을 넘겼네요. 죄송합니다. 충분히 쉬시고, 괜찮아지면 말해주세요. 휴게공간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네.
기록의 마지막입니다.
2차 기록으로 넘어가시겠습니까?
[네 / 아니오]
어....음.....한개로 끝낼랬는데 생각보다 쫌 길어질 것 같아서 두개로 쪼개(눈치)
이 기록은 소로마을에 대한 가장 최근 기록이야.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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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츄나 작성시간 24.11.06 개막해 심부름 중이었어서 들고 있던 양지 바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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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뿡뿡이클럽 작성시간 24.11.10 야채곱창 업뎃됏네ㅠ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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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툑기 작성시간 24.11.12 아니 여시야.... 주민이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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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산책하라 작성시간 24.11.25 김여시헴 친절한 소로마을 주민 다됐네ㅠㅠㅠ인간모습에 집착하면서 물음표 오백개 띄우는거 개무서웠지만.....ㅠㅠ
티켓2개 사서 김여시헴 같이 돌아올 수 있나...? 정신까지 이미 주민이면 현실세계 돌아왔을 때 미쳐있으려나 궁금하다ㅠㅠ -
작성자리를스타 작성시간 24.11.26 너무 재밌어 우리 여시 명예 주민 다 됐네 ㅠㅠ ㅠ 그치만 여시야 팔은 원래... 웁웁